지난달 22일 서울 중랑구의 서울의료원 7층 72병동. 이곳은 다른 층보다 훨씬 조용했다. 복도를 돌아다니는 환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TV를 볼 수 있어서 환자들이 많이 찾는 휴게실도 텅 비어 있었다. 병실에는 산소호흡기를 달았거나 팔에 주사를 꽂고 누워 있는 중증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서울의료원은 공공병원의 특성상 행려·노숙인 환자 비중이 다른 곳보다 높다. 이들이 주로 72병동에 입원한다. 이런 환자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치료가 끝나도 병원에 계속 남길 원한다.
서북병원 등 다른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다.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 입원 중인 60대 결핵 환자는 "기초 수급비로는 방값을 내기도 어렵다. 최대한 병원에 오래 남아있으려고 입·퇴원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작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서울의료원에는 '사회적 입원' 환자가 없다. 이곳에선 2000년대 초 사회적 입원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예방 시스템을 마련했다. 우선 복지(사회복지실)·치료(진료협력실)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를 뒀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환자는 사회복지실에서 서울시 '다시서기센터'와 연계해 적합한 입소 시설을 연결해준다. 이동 시 필요한 교통비(2000원)도 지원한다. 시설 입소를 거부하면 거주지 주민센터에 연락해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모두 치료 필요성이 덜한 경증 환자가 주된 대상이다.
추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진료협력실이 담당한다. 1차로 다른 공공병원으로 옮기고 필요하면 요양병원 등 민간 병원으로도 연결해준다. 보호자가 없어 입원이 어려운 환자는 해당 구청에 의료급여 여부를 대신 확인해 주기도 한다. 72병동 조은희 간호파트장은 "협력 의료기관과 연 8회 이상 실무자 정기회의를 열어 환자 사례를 공유하고 전원 체계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올 상반기 72병동의 환자 평균 입원 기간은 15일로 행려·노숙인 환자도 20일에 불과하다. 조은희 파트장은 "급성 질환의 치료가 끝나면 퇴원·전원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 환자 1인당 최대 4명(의사·간호사·행정직 2명)이 협력한다"고 소개했다.
사회적 입원이 갈수록 늘면서 요양병원도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307병상)은 월 평균 50여 명의 환자가 입·퇴원을 한다. 그런데 치료가 사실상 필요없는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된 환자는 1개월 내에 전부 퇴원한다. 이 병원 김선태 원장은 "환자가 입원할 때 진료 의뢰서·소견서를 토대로 의사와 상담 전문 간호사 두 명이 환자·보호자에게 예상 치료 기간을 알린다. 입원을 연장해야 할 때도 추가 면담을 진행해 환자가 퇴원을 고민하거나 준비할 시간을 준다"고 말했다.
사회적 입원이란?
혼자 거동을 할 수 있어 외래 진료를 받아도 되는데도 6개월 이상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말한다. 전남대 김정선 교수가 인터뷰한 15명의 환자는 평균 17개월 입원했다. 2013년 감사원이 처음 명명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ㆍ정종훈ㆍ박정렬ㆍ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