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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중단 몇 마디로 결정” “속기록 4장 분량 토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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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원전 공사 중단에 대한 법적 검토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법적 근거 없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잠정 중단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원전 공사 중단에 대한 법적 검토와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법적 근거 없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을 잠정 중단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6·27 국무회의록’이 논란이 되고 있다.

6·27 국무회의 놓고 엇갈린 주장 #정부 “집중 논의 있었다” 밝혔지만 #행자부 회의록, 산업·미래 장관 침묵 #청와대 “행자부 회의록은 요약본” #총리실 “20분 이상 공론화 등 논의” #발언자와 발언록 공개 요청은 거부

정부는 당시 국무회의에서 신고리원전 5, 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곽 의원은 11일 행정자치부에서 제출받은 국무회의록을 바탕으로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하면서 부처 간 토론이나 사전 논의 없이 세 마디 회의로 급하게 결정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당시 회의 직후 국무위원들 간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관계부처 장관인 (주형환)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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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은 12일 브리핑을 자청해 해명에 나섰다. 먼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진화에 나섰다. 홍 실장은 “6월 29일 국무회의는 평소보다 안건이 많지 않음에도 보통 때보다 30분이나 긴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며 “신고리 5, 6호기 관련 안건은 20분 이상 토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 소재 지역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사회적 갈등 해결 방법과 갈등 관리를 위한 법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 공론화 계획을 국민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지 등에 대한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속기록 분량이 4장짜리일 만큼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며 “행자부에서 내는 것은 요약본이기 때문에 두 명만 얘기한 것처럼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국무회의 발언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브리핑 결과 당시 국무회의에서 주형환 장관의 발언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임명했다. 홍 실장은 국무회의 토론 발언자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주요 발언이 있었고 다른 참석자와 배석자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제가 알기로는 산업부 장관은 발언을 안 했다”고 답했다.

발언자와 발언 내용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엔 “20분 이상 말씀이 있었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사람 이름을 대기는 제가 좀 그렇고요”라고만 했다. 또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공론조사’를 결정하면서 국무회의 이전에 거치는 차관회의도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실장은 “차관회의는 올라가지 않고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올렸다”며 “모든 중요한 결정은 앞으로 구성될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국무회의) 토론 후에 그 방식으로 추진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절차 무시, 국회 차원 조치 요구”

야당은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6·27 국무회의는 국민을 속이고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법과 절차를 짓밟은 헌법 유린 행위”라며 “국회 차원의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유섭 의원은 “사드 배치에 대한 법적 절차를 따지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에는 법과 절차를 왜 무시하느냐”고 했다.

여당 내에서도 주무부처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8조6000억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원전 공사 중단 결정을 서둘러 내린 것을 지적하는 발언이 나왔다. 산자위 간사인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주무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위법·불법이란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경수 의원도 “그날 국무회의는 과거 박근혜 정부 장관들이 (많이) 참석했다”며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차세현·채윤경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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