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과일급식'으로 학생 건강+농가 살리기, 일거양득 '안성맞춤 실험'

중앙일보

입력

6일 오후 1시 경기도 안성중학교 학생들이 열대과일 나디아 등이 제공되는 급식반찬을 배식받고 있다. 김민욱 기자

6일 오후 1시 경기도 안성중학교 학생들이 열대과일 나디아 등이 제공되는 급식반찬을 배식받고 있다. 김민욱 기자

6일 낮 12시 50분쯤 경기도 안성시 금산동 안성중학교 1층 식당. 배식대 위에 꼬치어묵국·장조림·호박전·열무김치 등 급식 메뉴가 푸짐하게 놓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잡곡밥 옆 검 불그스름한 열대과일인 ‘나디아’가 눈에 띄었다.

6일 안성中 급식에 제공된 열대과일 '나디아' #학생들 "새콤달콤한 과일 후식으로 즐겨" 만족 #과일급식으로 면역력 증진 도움 비타민 등 섭취 #안성시 ‘학생 건강 증진’, '지역농가 판로 확대’ 도모 #과일급식은 文대선공약, 확대하려면 물량확보 우선

나디아는 체리와 자두를 교배해 만든 신품종이다. 자두만 한 크기에 체리 맛이 나 대형 할인매장 등에서는 일명 ‘체리 자두’로도 불린다. 6~7월이 제철이라 이날 안성중 급식에 올랐다. 식판에 나디아 등을 배식받은 학생들은 식탁에 앉아 후식으로 이 신선한 열대과일을 즐겼다.

학생들은 대체로 “새콤달콤한 게 맛있다”고 만족해했다. 일부 학생은 시큼한 맛에 미간을 찡그리기도 했지만, 또다시 덥석 베어 물었다. 잔반을 모으는 통에 나디아를 먹지 않고 버리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안성중 과일급식. [사진 안성중]

안성중 과일급식. [사진 안성중]

나디아에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A 성분이 풍부하다. 비타민A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233.75㎍(마이크로그램)인데 이날 안성중 급식으로 섭취 가능한 비타민A양은 388.6㎍으로 높다. 이 학교 김경락 영양사는 “나디아가 급식에 포함된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안성중 과일급식에 제공된 나디아 포장모습. 세척, 살균까지 한 상태로 학교로 공급돼 배식하기 편하다. 김민욱 기자

안성중 과일급식에 제공된 나디아 포장모습. 세척, 살균까지 한 상태로 학교로 공급돼 배식하기 편하다. 김민욱 기자

김 영양사는 “아침 식사를 거르고 저녁 식사는 학원 앞에서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으로 주로 때우는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의 질이 중요하다”며 “안성시내 모든 학교들은 과일 급식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중의 다음 주 급식에는 수박(12일)·참외(14일) 제공이 예정돼 있다.

과일급식을 즐기고 있는 안성중 점심시간 모습. 김민욱 기자

과일급식을 즐기고 있는 안성중 점심시간 모습. 김민욱 기자

인구 18만3200여명의 작은 지자체 안성의 과일급식이 주목받고 있다. 안성시는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 증진’과 지역 과수농가의 ‘판로 확대’를 위해 올해 3월부터 급식에 과일을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과일급식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해 안성이 선행 모델이 되고 있다.

안성시청사 전경. [사진 안성시]

안성시청사 전경. [사진 안성시]

서울 성북구가 2012년 4월 과일급식을 먼저 시작하기는 했지만, 지역에서 생산하는 과일을 해당 지역 학교에 공급하는 방식은 안성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성북구는 도시지역이라 지역 과수농가의 판로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경북 지역에서는 먹기 좋게 포장된 과일 간식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안성시는 3월 한달 간 비룡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험 운영을 거친 뒤 4월부터 전체 학교로 확대했다. 필요한 예산 2억원은 이미 확보해둔 상태다.

현재 지원 중인 학교는 초등학교 34개교(1만1662명)·중학교 10개교(5000명)·고등학교 8개교(4747명)다. 안성시는 이들 학교에 한 달에 두 번씩 나디아·방울토마토·포도·배 등을 제철에 맞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나디아·방울토마토는 5~8월, 포도는 9~10월, 배는 11월~다음해 4월 식이다.

일선 학교들은 기존 급식 예산을 쪼개 과일을 공급해왔는데, 지자체에서 과일급식 예산을 별도로 지원해주만큼 학생들 입장에서는 점심시간에 과일을 먹는 날이 자연히 늘어났다. 급식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안성지역 학교에 공급되는 과일재료 포장형태. [사진 안성마춤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안성지역 학교에 공급되는 과일재료 포장형태. [사진 안성마춤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과일급식 공급은 안성과수농협이 맡고 있다. 아직 계약재배 방식은 아니고 지역 농가에서 필요한 양 만큼 구매한다. 가공·전처리는 안성마춤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에서 담당하고 있다. 세척은 물론 살균, 먹기 좋게 나누기까지 해 과일급식 도입에 따른 조리사들의 업무량은 늘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배송은 친환경 우수 농산물 급식업체가 하고 있다.

안성 과일급식 공급 체계도. [자료 안성시]

안성 과일급식 공급 체계도. [자료 안성시]

안성시는 시범운영 첫 해인 만큼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평가되면 그에 맞춰 예산을 더 늘릴 계획이다.
황은성 안성시장은 “국내 과일시장에서 수입산 과일의 점유율이 50% 가량되고 있다”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해 학생들의 건강증진과 지역 농가의 소득증대를 위해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성의 한 배 과수농가. [중앙포토]

안성의 한 배 과수농가. [중앙포토]

현재 국회에는 과일급식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식생활교육지원법 일부개정안이 대표발의된 상태다. 일선 지자체 농업정책 담당자들은 과일급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려면 법안 통과가 아닌 필요한 물량 확보가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한 지자체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전국의 초등학교에 일주일에 한 번씩 친환경 과일을 100g씩 급식으로 공급한다 해도 연간 9623t(초등생 267만3000명·9개월 기준)의 물량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전국 친환경 과일 생산량의 21%를 차지하는 규모인데 일반 소비자 대상의 과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제도 시행 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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