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혜의 자연, 저렴한 물가 … 혼행족 부르는 부산의 매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의 야경. [사진 부산관광공사·중앙포토]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의 야경. [사진 부산관광공사·중앙포토]

미국인 관광객 제이콥 이사벨라(28)는 지난달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혼자서 부산 해운대·광안리·국제시장 등을 돌아봤다. 지하철 노선도 하나 들고서다. 국제시장에선 부산이 원조인 씨앗호떡과 전통 돼지국밥을 먹었다. 밤에는 광안리 야경을 즐기며 해변을 거닐었다. 그는 “길을 찾기 쉽고 치안이 좋아 혼자 여행해도 불편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서 예약 상승률 10위 #봄 벚꽃, 여름 해변, 가을 영화제 등 #계절별 즐길 거리 다양한 것 장점 #치안·교통 좋고 부산인심도 한 몫 #중저가 숙박업소 객실 2000개 늘어

부산이 ‘혼행족(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의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도시별 숙소 예약 상승률에서 부산은 전년 대비 103%나 올라 상승률 10위를 기록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1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상승률 1위는 170% 오른 멕시코 칸쿤, 2위는 베트남 호찌민, 3위는 독일 쾰른이다. 한국에선 부산이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서울에는 바다가 없고, 제주에는 도시가 없다. 하지만 부산에는 바다와 도시 모두 있다’ ‘교통이 편리하고 치안이 좋다’ ‘부산은 춥지도 덥지도 않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물가는 서울보다 싸다’. 부산이 혼행족 여행지로 떠오른 이유는 이렇게 요약된다.

관광객을 태우고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는 부산 시티투어 버스. [사진 부산관광공사·중앙포토]

관광객을 태우고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는 부산 시티투어 버스. [사진 부산관광공사·중앙포토]

부산 한세투어 박재홍 대표는 “해안 대도시인 부산은 쇼핑·문화 등 보고 먹고 즐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무심하게 챙겨주는 이른바 ‘츤데레’ 같은 민심도 관광객에게 부산을 좋은 이미지로 기억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인터넷 용어인 츤데레는 ‘츤츤데레데레’의 준말로 쌀쌀맞은 듯하지만 뒤에서 챙겨준다는 의미다.

지난 1일 부산을 찾은 김미정(36)씨는 무거운 가방을 아무 말 없이 계단 위로 옮겨주던 부산 ‘아재’를 만났다. 김씨는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하자 ‘그게 뭣이라꼬’를 한마디 툭 던지고 가던 길을 가더라”며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11일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찾은 관광객은 2600만여 명.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297만 명으로 전년 대비 42% 늘었다. 혼행족은 부산을 찾은 전체 관광객의 10% 내외로 추정된다.

혼행족에게 교통과 치안은 중요하다. 박 대표는 “부산에서 혼자 여행 가방을 끌고 다니는 관광객이 몇 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부산에 들어오는 항공·크루즈·고속열차가 많아져 접근성이 좋아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크루즈는 209회 입항(57만명)했고, 항공편은 12개국 40개 노선 1052편이 김해공항에 들어왔다.

최부림 부산관광공사 마케팅 팀장은 “부산은 주요 7개 해수욕장을 지하철로 모두 갈 수 있고, 시티투어버스가 잘 갖춰져 있어 자동차 없이 곳곳을 둘러볼 수 있고 밤 늦게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즐길거리가 4계절 내내 있는 것도 장점이다. 봄에 벚꽃·유채꽃 구경에 해파랑길·흰여울길 같은 트래킹 코스를 둘러보기 좋다. 여름에는 해수욕을 즐기고, 가을에는 부산국제영화제같은 축제가 있다. 겨울엔 온천관광을 즐길 수 있다.

중저가 숙박업소도 늘고 있다. 2015년 8000여 개이던 호텔 객실수는 2016년 1만여 개로 20% 늘어났다. 대부분 10만원 미만의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이다.

부산시는 혼행족을 위한 편의시설과 서비스 확충에 나서고 있다. 혼행족이 많이 찾는 관광지 22곳에 통역이 가능한 안내원을 배치해 불편을 덜어주는 식이다. 최 팀장은 “2015년부터 관광현장점검단이 표지판의 잘못된 외국어 표기, 숙소 청결·친절도 등을 수시로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