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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승격 20년]경제는 비약적 발전했지만 질적 발전은 '아직 글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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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 15일 있었던 울산광역시 개청 현판식 모습.[사진 울산시]

1997년 7월 15일 있었던 울산광역시 개청 현판식 모습.[사진 울산시]

 울산시가 오는 15일로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는다. 광역시 승격 기본조건인 인구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경남도에서 별도의 광역자치단체로 분리된 것이다. 당시 울산에선 “민원 보러 창원 가기 멀다”“울산에서 번 돈 울산에서 쓰자” 같은 승격 여론이 높았다. 광역시 승격 전인 1984년 박종택 울산시장은 시장실에 별도의 도지사실을 만들기도 했다. 울산과 창원의 경남도청 간 거리가 그만큼 멀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공장 확장이나 아파트 건립 인허가 등을 받기 위해 공무원들은 한나절 걸려 창원을 오가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광역시 승격 20년을 맞는 울산의 울산항과 울산공단 야경. [사진 울산시]

광역시 승격 20년을 맞는 울산의 울산항과 울산공단 야경. [사진 울산시]

인구101만명에서 119만 6000명,시 예산 1조300억에서 5조5000억 증가 #GRDP는 25조3000억에서 69조 7000억, 도로연장·주택보급률 등 인프라 개선 #수출액은 2011년 1000억 돌파했다가 2015년 729억,2016년 653억원으로 감소 #울산시, 연구개발 기반 확충과 신성장 산업 육성,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등 추진

울산은 광역시 승격으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7대 도시의 반열에 올랐다. 국고 보조사업과 국책사업 예산은 물론 울산시 예산은 크게 늘었다. 경남도의 당시 26개 시·군 가운데 하나였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많은 차이가 났다는 게 김한태 문화도시 울산포럼 이사장의 기억이다. 도시 규모와 역량에 맞는 권한과 지위를 법에 따라 인정받게 됐다는 것이다.

울산광역시 20년의 변화상

울산광역시 20년의 변화상

울산은 지난 20년간 경제 등 사회 전반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광역시 승격 당시 101만명이던 인구는 5월 현재 119만명으로 18% 늘었다. 1조300억원이던 시 예산은 올해 당초 예산 기준 5조 5000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197년 7월 15일 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광역시 승격을 축하하는 음악회가 태화강변에서 열렸다. [사진 울산시]

197년 7월 15일 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광역시 승격을 축하하는 음악회가 태화강변에서 열렸다. [사진 울산시]

지역내총생산(GRDP)은 96년 25조 3000억원에서 2015년 기준 69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1인당 GRDP도 2335만5000원에서 2015년 기준 5987만2000원으로 다른 어느 도시 많은 ‘부자 도시’가 됐다.

공공도서관·박물관 등 문화시설도 크게 늘었다. 광역시 승격 당시 4곳에 지나지 않던 공공도서관은 2016년 말 기준 17곳으로 늘었다. 내년 상반기에는 시립도서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대학교와 기술원·학생수는 2곳 2만228명에서 5곳 3만4930명으로 늘었다.

1997년 10월 2일 있었던 2002 월드컵 경기장 기공식 장면. [사진 울산시]

1997년 10월 2일 있었던 2002 월드컵 경기장 기공식 장면. [사진 울산시]

'오염 도시’ 오명에서도 벗어났다. 태화강 수질이  BOD 기준 97년 10.0에 이를 정도로 ‘썩은 물’이었으나 지금은 BOD 1.2로 깨끗해졌다. 물이 깨끗해지면서 태화강 하류에 은어가 돌아오고 재첩이 잡히기도 한다. 대기중 이산화황(SO2)농도는 0.019에서 0.007로 개선됐다.‘생태산업 수도’로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밖에 도로연장·주택보급률·상수도보급률·하수도 보급률 등 도시 인프라도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인당 조세부담액은 97년 43만3311원에서 165만9000원으로 4배 가량 늘었다.공무원수는 4622명에서 5964명으로 1300여명 늘었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질적인 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로  도시의 난개발과 난개발에 따른 문제점 때문이다.

울산시 태황강변에 우뚝 솟은 주상복합 건물. [사진 울산시]

울산시 태황강변에 우뚝 솟은 주상복합 건물. [사진 울산시]

한삼건(59·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울산은 도시계획과 개발에서 장기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울산의 정치인들이 도시계획과 개발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강변을 따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선 태화강변의 난개발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아름다운 강변이 공적 공간에서 사적공간으로 변해 흉물스러워졌다”고 지적했다. 강변에는 공원과 미술관·박물관 같은 공적 건물을 지어 강변을 보전하는 유럽 선진국과는 너무 다르다는 주장이다.

울산 울산항 일대와 시가지 모습. [사진 울산시]

울산 울산항 일대와 시가지 모습. [사진 울산시]

2년 전 은퇴한 김선범(67) 전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도 똑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주거·녹지·교통문제 등을 장기 또는 광역계획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데, 현재 울산은 도심부 주거지역이 주상복합 건물 등으로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 개발이 한창일 때 도시 주변부의 난개발이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도심부의 난개발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공장은 잘 돌아가고 돈 많아서 좋을지 모르지만 너무 자본주의적 도시가 돼버렸고, 난개발로 도시 이노베이션이나 리모델링도 불가능해졌다.돌이킬 수 없게됐다”고 평가했다.

광역시 승격 20년을 맞는 울산의 울산항과 울산공단 야경. [사진 울산시]

광역시 승격 20년을 맞는 울산의 울산항과 울산공단 야경. [사진 울산시]

여전히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악취 등 대기오염 사고가 빈발하고, 태화강에는 비가 적게 올 경우 질소·인 등으로 인해 ‘해캄’이 둥둥 떠다니고, 녹조·갈조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석(48) 울산 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광역시 승격 이후 대기오염 등의 지표(수치)가 좋아지고, 실제 시민도 그렇게 느낀다”면서 “하지만 오염총량제가 시행 안돼 악취는 계속 발생하고, 고층아파트 건립 등 난개발로 도시 바람길을 막아 미세먼지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일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쪽에선 녹지조성을 하면서 공단 인근 등 또다른 한쪽에서 녹지를 계속 파먹는 바람에 해안도시이면서 가장 더운 도시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태화강변에 건립된 태화루. [사진 울산시]

울산 태화강변에 건립된 태화루. [사진 울산시]

예산낭비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태화강변에 수백억원을 들여 누각을 짓고, 20여개 축제행사에 보조금을 쏟아붓는 등 낭비성 예산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김한태 문화도시 울산 포럼 이사장은 “관청을 호사스럽게 치장하고 쓸모가 부족한 운동장을 10개 넘게 만드는 등 광역시 승격으로 늘어난 예산이 잘못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 경제를 대표하는 울산의 경제도 침체 국면이다. 실제로 수출액은  97년 155억 달러에서 2011년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지만 2015년729억달러, 2016년 653억달러로 감소하고 있다. 인구는 2015년 120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이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 등 주력산업의 침체 영향이다.

이에 울산시는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신성장산업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 R&D기관은 12개에서 최근 22개로 늘었다. 독일 3개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가 UNIST에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미국 최대의 3D프린팅 상용화 연구기관인 EWI(에디스 접합연구소) 울산분원이 대표적이다. 울산시는 R&D기관을 2020년까지 5곳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기존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외에 게놈기반 바이오 메디컬, 지능형 미래자동차, 2차 전지, ICT산업 같은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KTX 울산역세권에 2020년까지 건립될 울산전시컨벤션 센터 조감도.[조감도 울산시]

KTX 울산역세권에 2020년까지 건립될 울산전시컨벤션 센터 조감도.[조감도 울산시]

KTX울산역세권(울주군 삼남면 교동리)에는 2020년 완공계획으로 전시컨벤션센터를 오는 11월 착공할 계획이다.KTX울산역에는 지하1층 지상 7층의 환승시설과 쇼핑몰·아울렛·시네마 등이 있는 복합환승센터도 내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최근 들어 지역 경제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신성장산업 육성 등으로 경제의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 울산을 재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KTX울산역에 들어설 복합환승센터 조감도.[조감도 울산시]

KTX울산역에 들어설 복합환승센터 조감도.[조감도 울산시]

울산시는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21개 기념사업을 펼친다. 오는 13일 브랜드 슬로건 정비와 중장기 비전을 선포하고, 9월에는 다보스 포럼과 함께 하는 ‘4차 산업혁명 포럼’도 개최한다. 7~9월 시립예술단 성년 경축 시리즈 공연, 9월 28일 20주년 기념 시민의 날 행사(9월 28일), 10월 27~28일 창작음악극 오디세이 울산 공연같은 문화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울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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