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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평범한 노동을 넘어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39호 20면

Continuum(2017), Mixed media, 120x120cm

Continuum(2017), Mixed media, 120x120cm

Hardbacks(2017), Oil on canvas, 130.5x194cm

Hardbacks(2017), Oil on canvas, 130.5x194cm

이진용(56)은 노동의 힘을 믿고 숭배하는 작가다. 시간표를 치밀하게 짜놓고 하루 3시간만 자면서 일주일에 엿새를 작품 제작에 쏟는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꿈도 못 꿀 일정이다. “먹을 거 다 먹고, 잘 거 다 자고, 언제 작품 해요?”라고 묻는 작가는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이걸 만들었나”라는 영역을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4년부터 해오고 있는 ‘활자 시리즈’와 ‘책 시리즈’ 신작을 보여준다. 그는 중국에서 오래전 구입한 목판 활자를 일일이 금형을 떠서 종이와 테라코타를 섞은 재질로 새로 만들었다. 그의 섬세한 담금질 아래 활자들은 원형으로, 또 사각으로 촘촘히 구현되는 ‘우주’가 된다. 책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책의 종잇장을 하나씩 그어 결을 만들다 보면 수평은 어느새 수직이 되고, 수직은 다시 수평이 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시간을 꾹꾹 눌러 담은 작품을 그는 3년간 223점이나 만들었다. 숫자는 시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이진용: 컨티뉴엄 #6월 30일~7월 30일 학고재 갤러리 #문의 02-720-1524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학고재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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