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재직 시 내부 규정을 어겨 면직된 이후 별문제 없이 보사연에 재취업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사연에선 박 후보자 외에도 이런 전례가 보사연에서 있었는지 파악 중이다. 국내 국책연구기관을 통틀어도 매우 드문 사례로 알려졌다.
보사연 재직 중 '휴직 5년' 넘겨 97년 직권면직 #9개월 뒤 박사 따고 계약직으로 보사연 재취업 #1년 지나 99년 정규직 전환 후 요직 거쳐 #외환위기로 대량 실직 나고 채용도 줄던 상황 #"국책연구소 직권면직 후 다시 채용 드물어" #박 후보자 "절차상 문제 전혀 없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1986년 보사연에 입사했다가 내부 규정을 어겨 97년 직권면직 됐으나 이듬해 '1년 계약직' 신분으로 다시 들어가 99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최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면직 당시는 학위 취득 목적으로 휴직 중이었으며 '휴직 최장 5년'을 넘기고 복직하지 않아 면직 처리됐다.
1986년 연구원으로 보사연에 입사한 박 후보자는 92년 8월 미국 버클리대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학위 취득을 위해 1년간의 연수비도 보사연으로부터 지원받았다. 당시 보사연 내부 규정은 학위 수여 목적의 휴직을 최대 5년까지 보장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이 기간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지 않았고 복직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보사연은 97년 8월 김 후보자를 직권면직 처리했다. 보사연은 박 후보자에게 지급할 퇴직금 979만원 중 이미 연수비로 지원한 822만원을 공제하고 지급했다. 이후 박 후보자는 면직 9개월 뒤인 98년 5월 버클리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제는 박사 학위 취득 이후다. 박 후보자는 귀국해 곧바로 보사연 부연구위원으로 다시 채용됐다. 직권면직된 지 9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복직'한 셈이다. 보사연에 따르면 당시 계약 조건은 1년 계약직의 비정규직 신분이었다.
그러나 계약이 만료된 직후인 99년 4월 박 후보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 후 박 후보자는 보사연 연구조정실장·사회보장연구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2004년 퇴직했다. 이후 현재까지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예산으로 움직이는 국책연구기관에선 내부 규정을 어겨 직권면직 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더욱이 직권면직된 사람이 다시 채용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보사연에 재취업한 1998년은 외환위기로 민간에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지던 때다. 민간은 물론 공공 부문에서도 신규 채용이 대폭 줄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자신이 규정이 지키지 않아 면직됐던 보사연에 보사연에 재취업했다.
최도자 의원실의 이종용 보좌관은 "최 후보자가 보사연에서 재취업 특혜를 받은 의심이 든다. 보사연에서 박 후보자처럼 직권면직됐다가 복귀한 사례를 아직 확인해주지 않았다. 관련 자료를 추가로 보사연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가 박 후보자 청문회 자료용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 서류도 일부 잘못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청문요청안의 보사연 경력증명서에는 박 후보자의 비정규직 근무 시기, 사회보장연구실 부연구위원 재직 당시 직급 등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 국회에서 이점을 지적하자 보사연은 수정 자료를 다시 보내기로 했다. 이 보좌관은 "보사연의 단순 실수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최 후보자 근무 당시 자료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도자 의원은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힘들던 시기에 국책연구기관에서 직권면직된 자가 어떻게 같은 기관에 재취업했는지 의문이다. 박 후보자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당시 재취업과 정규직 전환에서 절차상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