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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수·대 낙서 축구화 신고 … 5둥이 아빠 이동국 “5골만 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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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동국이 축구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자녀인 설아·수아·대박이(시안) 남매가 ‘아빠 힘내라’ 는 뜻에서 낙서를 한 축구화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이동국이 축구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자녀인 설아·수아·대박이(시안) 남매가 ‘아빠 힘내라’ 는 뜻에서 낙서를 한 축구화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프로축구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국(38)은 ‘다둥이 아빠’다. 2005년 이수진(38)씨와 결혼해 5남매를 얻었다. 2007년 쌍둥이 딸 재시·재아(10)를, 2013년엔 딸 쌍둥이 설아·수아(4)를 낳았다. 2014년엔 태명이 ‘대박이’인 막내아들 시안(3)이를 품에 안았다.

K리그 200호 앞둔 38세 공격수 #애들이 아빠 빵야 잘하라고 낙서 #이것 신고 뛰면 힘이 절로 나요 #대형마트 한 달 식비만 100만원 #큰딸 쌍둥이 ‘윌리엄스 자매’ 예감

‘오남매의 아빠’ 이동국은 요즘 특별한 축구화를 신고 뛴다. 그가 출연 중인 TV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48시간 동안 홀로 5남매를 돌보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이른바 ‘설·수·대 낙서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나선다.

지난 5월 설아·수아·대박이(시안)가 “사랑하는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형광펜으로 이동국의 하얀색 축구화에 낙서를 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지난 5월 설아·수아·대박이(시안)가 “사랑하는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형광펜으로 이동국의 하얀색 축구화에 낙서를 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지난 5월 설아·수아·대박이(시안)가 “사랑하는 아빠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형광펜으로 이동국의 하얀색 축구화에 낙서를 했다. 이동국은 당시 아이들에게 “아빠에게 축구화는 몸의 일부처럼 가장 소중한 물건이야”라고 타이르면서도 “아빠가 이 축구화를 신고 골을 넣으면 너희와 함께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지난달 28일 포항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 경기에서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동국은 이날 후반에 ‘설·수·대 낙서 축구화’를 신고 뛰어 화제가 됐다. 6일 전북 완주군의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이동국을 만났다.

“처음엔 아이들이 낙서를 해놓은 축구화를 보고 머리가 하얘졌어요. 제가 어릴적엔 축구화가 무척 귀해서 머리 맡에 두고 잤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아빠가 ‘빵야(축구공을 차는 소리)’ 잘하라고 낙서를 한 거잖아요. 처음엔 무척 당황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뛴다는 마음으로 그 축구화를 신고 나섰어요. 저한테는 최고의 무기인 셈이죠.”

이동국이 축구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자녀인 설아·수아·대박이(시안) 남매가 ‘아빠 힘내라’ 는 뜻에서 낙서를 한 축구화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이동국이 축구화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자녀인 설아·수아·대박이(시안) 남매가 ‘아빠 힘내라’ 는 뜻에서 낙서를 한 축구화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1999년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에서 19시즌간 451경기에 출전해 195골을 터트렸다. 최근 8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K리그 최초의 200골까지는 단 5골만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마흔을 바라보는 이동국은 올 시즌 김신욱과 에두(브라질)에 밀려 주로 교체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이동국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잉글랜드 미들즈브러 시절을 빼고 처음으로 출전시간이 줄었다. 20분, 10분, 5분 출전에 그치고 몸만 풀다가 끝난 적도 있었다. 200골을 못 채우고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루에 수천번이나 했다”고 고백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재아·재시, 이동국, 설아·시안·수아, 부인 이수진씨. [사진 이동국 제공]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재아·재시, 이동국, 설아·시안·수아, 부인 이수진씨. [사진 이동국 제공]

가족은 그를 다시 뛰게 만드는 힘이다. 이동국은 “아내가 ‘지금 이 나이에 선수로 뛰고 있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거다’고 위로해줬다. 아이들이 낙서를 한 축구화를 보면서 힘을 내고 있다”며 “아이들이 낙서를 해놓은 이 축구화를 신고 골을 넣으면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 세리머니를 펼치기로 약속했다. 200호 골도 이 신발을 신고 넣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미스 하와이 출신 이수진씨와 결혼한 이동국은 지난해 초 ‘결혼 10주년 리마인드 웨딩 화보’를 찍었다. 이동국은 “10년 전에는 아내와 나 단둘이 찍었는데 이젠 5남매까지 7명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 이동국 제공]

2005년 미스 하와이 출신 이수진씨와 결혼한 이동국은 지난해 초 ‘결혼 10주년 리마인드 웨딩 화보’를 찍었다. 이동국은 “10년 전에는 아내와 나 단둘이 찍었는데 이젠 5남매까지 7명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 이동국 제공]

‘다둥이 아빠’의 삶은 어떨까. 전북의 연고지인 전주에 혼자 사는 이동국은 쉬는 날에는 아내 이씨와 아이 5명이 지내는 인천 송도로 올라간다. 이동국은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식비만 한달에 100만원 이상 나온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땐 기저귀 값이 많이 들어갔다”면서도 “5남매를 가진 덕분에 동물원 주차도 공짜고, 공용주차장 할인 혜택도 있다. 설아·수아는 쌍둥이 언니 재시·재아의 옷과 분유를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박이도 누나들의 내복을 물려받아 입었다. 어느날 사진을 보니 대박이가 핑크색 옷만 입고 있고, 누나들을 언니라고 부르더라. 그래서 요즘엔 남자 옷을 사서 입힌다”고 했다.

프로축구 전북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왼쪽)과 테니스 선수인 딸 재아. 전북 공격의 선봉장인 이동국처럼 재아도 공격적인 테니스를 펼친다.  [사진제공=테니스 코리아]

프로축구 전북의 스트라이커 이동국(왼쪽)과 테니스 선수인 딸 재아. 전북 공격의 선봉장인 이동국처럼 재아도 공격적인 테니스를 펼친다. [사진제공=테니스 코리아]

이동국의 큰 딸 재아는 테니스 선수다. 지난해 6월과 7월 전국여자테니스대회 10세부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이동국은 “재아는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처럼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데 최근에 수비를 보완하고 있다. 쌍둥이 재시도 테니스를 하고 있는데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나중에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처럼 국제대회에 복식으로 서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박이도 요즘 축구공을 차는데 재미를 느낀 모양이다. 본인이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굳이 말리진 않겠다.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아야 한다” 며 껄껄 웃었다.

이동국이 2014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동국은 A매치 103경기에서 33골을 터트렸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이동국이 2014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동국은 A매치 103경기에서 33골을 터트렸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최근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조 3위에 승점 1점차로 쫓기고 있다. A매치 103경기에서 33골을 터트린 이동국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동국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박지성(36)도 대표팀에선 동료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런데 요즘 후배들은 대표팀에서 자기만 돋보이려 애쓰는 것 같다. 이근호(32·강원)처럼 최선을 다해서 뛰는 선수가 10명만 있으면 월드컵에 충분히 나갈 수 있다. 후배들이 태극마크의 무게를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

●생년월일 : 1979년 4월 29일
●체격 : 키 1m87㎝, 몸무게 83㎏
●가족관계 : 아내 이수진(38), 딸 재시·재아(10), 설아·수아(4), 아들 시안(3)
●포지션 : 공격수
●소속팀 : 포항(1998~2002, 2005~06)
독일 브레멘(2000~01), 상무(2003~04)
잉글랜드 미들즈브러(2006~08)
성남(2008), 전북(2009~)
●K리그 기록 : 451경기 195골
●A대표팀 기록 : 103경기 33골

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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