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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들고 돌아온 효리 “컬러 걷어낸 어두운 내면 담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효리(38·사진)가 돌아왔다. 4년만의 앨범을 발표하며 예능 활동도 재개했다. 음악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핫 아이콘으로, 지난 20년간 한시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적이 없던 그다.

4년 만에 새 앨범, 예능활동도 재개 #‘무한도전’ 출연 12% 넘는 시청률 #‘효리네 민박’에선 잔잔한 울림

#‘효리네 민박’과 ‘뉴스룸’ 사이

컴백 소식에 방송계도 그를 반겼다. MBC ‘무한도전’은 6집 앨범 ‘블랙(BLACK)’에 참여한 안무가 김설진과 함께 제주도로 촬영을 떠났고, JTBC ‘효리네 민박’은 아예 제주도 집에 민박집을 차렸다. 화면에 담긴 모습은 그동안 소비돼 온 ‘섹시퀸’ 이효리의 이미지와는 달랐지만 동물 보호와 채식주의 등 그가 말해온 ‘소셜테이너’ 이효리의 언행과는 일치했다.

‘효리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무한도전’은 지난 1월 이후 5개월 만에 12.5%대 시청률을 달성했고, ‘효리네 민박’은 방송 2회 만에 6%를 넘어섰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는 화제성 조사에서도 1~2위를 휩쓸었다. ‘효리네 민박’ 마건영 PD는 “제작진은 한 번도 힐링이나 욜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목표로 하지 않았는데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편안하고 무료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며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는 손석희 사장과 야무진 대화를 나눴다. 걸그룹 출신 아이돌이 뉴스에 나와 위안부 문제를 논하며 “못할 말은 아니니까” “마음이 가서 참여한다”고 말하는 모습은 분명 전에는 보지 못한 그림이다.

미국 LA 사막에서 ‘블랙’을 부르는 가수 이효리와 ‘효리네 민박’의 안주인 이효리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똑같이 자연친화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섹시퀸’이 아니라 ‘소셜테이너’ 이효리다. [사진 키위·JTBC]

미국 LA 사막에서 ‘블랙’을 부르는 가수 이효리와 ‘효리네 민박’의 안주인 이효리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똑같이 자연친화적인 삶을 이야기한다.‘섹시퀸’이 아니라‘소셜테이너’이효리다. [사진 키위·JTBC]

미국 LA 사막에서 ‘블랙’을 부르는 가수 이효리와 ‘효리네 민박’의 안주인 이효리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똑같이 자연친화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섹시퀸’이 아니라 ‘소셜테이너’ 이효리다. [사진 키위·JTBC]

미국 LA 사막에서 ‘블랙’을 부르는 가수 이효리와 ‘효리네 민박’의 안주인 이효리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똑같이 자연친화적인 삶을 이야기한다.‘섹시퀸’이 아니라‘소셜테이너’이효리다. [사진 키위·JTBC]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위험해

새 앨범에서 이효리는 총 10곡 중 9곡을 작사하고, 8곡에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집 ‘모노크롬(MONO CHROME)’ 때는 ‘미스코리아’ 한 곡에만 이름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그녀의 소속사 키위미디어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형석 프로듀서는 “원래는 더 패셔너블하게 기획할 생각도 있었지만 이미 철학적으로 담고자 했던 자기 생각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제작자로서 서포트해주는 역할만 담당했다”고 말했다.

4일 간담회를 통해 이효리는 타이틀곡을 ‘블랙’으로 정한 것에 대해 “저를 수식하던 컬러를 다 걷어내고 겉에서 보여지는 밝은 면이 아닌 내면의 어두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렀으면 그만큼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또다른 수록곡 ‘변하지 않는 건’으로도 이어졌다. 주름 하나 없이 보정된 잡지 속 자신의 모습을 일주일이 지나도 썩지 않는 식빵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는 “예전엔 앨범 타이틀도 ‘효리시’ ‘에이치 로직’일 정도로 저밖에 몰랐다”며 “활동하지 않는 동안 나 역시 평범한 사람인 걸 깨닫게 되면서 나 말고 다른 것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변한 게 제주의 영향인지 요가·남편·세월의 영향인지 하나를 콕 찝어서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무에도 변화가 보인다. 미국 LA 사막 한복판에서 찍은 ‘블랙’ 속 그녀는 과도한 섹시함 대신 공존의 메시지를 전하며 자기에게 집중한다.

이번 앨범을 함께 만든 김도현 프로듀서는 “유튜브 리액션 동영상을 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노래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반응이 많았다”며 “그만큼 진정성이 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나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지금까지 여성연예인에 대한 소비방식은 그렇지 못했다”며 “이효리의 변화는 그간의 삶과 결합돼 더 큰 울림을 준다”고 평가했다. 반면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음악적 시도는 높게 살만 하지만 그에 대한 가산점은 이미 지난 앨범에서 사용한 카드”라며 “대안적 삶을 선도하는 엔터테이너 이효리와 별개로 여전히 노래와 어우러지지 않는 뮤지션 이효리는 아쉽다”고 평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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