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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시설의 ‘인권불감증’…정신장애인 대상 인권침해가 94%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A씨는 정신병원 입원 당시 남자 보호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A씨가 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때 상담사에게 '보호사로부터 유사 성행위 등을 강요당했다'고 털어놨고 주변 목격자들의 진술도 이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인권위는 해당 보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지자체에는 해당 병원장에 대한 경고 조치와 지도 관리 강화를 권고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16 연간보고서'.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16 연간보고서'. [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최근 발간된 ‘2016 국가인권위원회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간별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모두 8167건이었다. 이중 정신병원·장애인 시설 등 보호시설 내 인권침해로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된 건수는 3033건으로 전체의 37%였다.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가 1649건(20%)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인권위가 설립된 2001년 이후의 누적 집계를 살펴보면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가 2만5616건으로 가장 많았다. 보호시설 내 인권침해는 2만207건으로 2위였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집계를 보면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는 6890건인 반면 보호시설 내 인권침해는 그 2배를 웃도는 1만4813건이다. 인권위는 “보호시설 관련 진정사건은 2010년 이후 매년 급격히 증가하다 지난해에만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호시설 내 인권침해 진정사건에서 정신장애 인권침해가 차지하는 비율이 94%(2855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2위인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보다도 더 많은 수치다.

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는 해당 기관 원장의 묵인 아래 직원들이 다수의 지적장애인에게 작업을 강요하면서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진정이 접수돼 인권위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해당 보호시설의 생산부장과 시설관리기사 등이 근로 장애인들에게 이같은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직원들은 작업 지도·훈육 등을 이유로 반말로 고함을 치고, 손바닥과 주먹으로 때리는 등의 위해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광영 인권위 장애차별조사과장은 "보호시설은 대개 입·퇴원이 자유롭지 않아 폐쇄적인 성격이 있어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진정 접근권을 확대하고,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 교육으로 의식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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