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나는 안죽였다"고 혐의 부인...골프연습장 아우디 여성 납치살해 현장에 단 둘이 있었는데도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로 압송된 심천우(31)와 강정임(36). [사진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로 압송된 심천우(31)와 강정임(36). [사진 연합뉴스]

‘창원 골프연습장 아우디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사건 발생 9일 만에 검거된 심천우(31)씨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살인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4일 심씨의 진술이 거짓말인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 후 심씨와 그의 여자 친구 강정임(36·여)씨에 대해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심천우 초범인데 범행 치밀하고 검거 후 죄책감 없어" #심씨 여죄 조사 및 사이코 패스 관련 검사도 검토 중

이날 창원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심씨 등은 지난달 24일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A씨(47·여)를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A씨를 죽이지는 않았다고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동안 경찰은 강씨와 심씨의 6촌 동생 심모(29·구속)씨가 사건 발생 뒤 A씨의 카드 비밀번호 확인 등을 위해 창원으로 갔다 온 사이에 형 심씨가 A씨를 고성의 한 폐주유소 2층 간이숙소에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를 부인한 것이다. 심씨는 “간이 숙소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A씨가 죽어 있었고, 이후 마대자루 2개에 A씨와 소지품을 각각 담았다”고 진술했다.

임일규 창원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이 4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임일규 창원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이 4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임일규 창원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이 4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임일규 창원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이 4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골프연습장 주부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된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찰은 심씨의 진술을 거짓말로 보고 있다. 동생 심씨가 경찰에서 “강씨를 데리러 창원으로 갔다 오니 A씨는 보이지 않고 마대 자루 2개만 있어 (우리가 없는 사이에)A씨가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는 취지로 진술해서다. A씨가 사망할 당시 옆에 있었던 사람은 형 심씨가 유일하다는 의미다. A씨에 대한 부검결과 사인도 목이 졸려 숨진 것을 의미하는 경부압박질식사였다. 심씨가 손발 등을 묶을 때 사용하는 끈(케이블 타이)과 시신을 옮길 때 사용하는 마대자루 등도 사전에 준비한 것도 경찰이 심씨를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보는 이유다. 실제 A씨는 이 끈으로 손과 발이 묶인 채 마대자루에 담겨 시신으로 발견됐다.

형 심씨와 강정임은 A씨 납치·살해 이전에도 다른 이들을 대상으로 동일 수법의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4월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남성 골퍼를 대상으로 납치 범행을 계획하고 지인 3명에게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후 지난 6월 10일쯤 심씨의 6촌 동생에게 같은 제안을 해 이를 받아들이면서 3명이 A씨 사건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 이들은 실제 달리는 차량을 들이받은 뒤 범행을 시도하려 했으나 해당 차가 너무 빨리 달려 실패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심씨 일당 범행 후 도주 경로. [사진 연합뉴스]

심씨 일당 범행 후 도주 경로. [사진 연합뉴스]

이들의 도주 경로도 나왔다. 형 심씨와 강씨는 지난 27일 오전 1시20분쯤 함안군 가야읍의 한 아파트 인근에 차를 버리고 도주한 뒤 야산에서 2시간 정도 숨어 있었다. 이후 산에서 내려와 산인터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로 이동하던 중 정차해 있던 트럭기사에게 “5만원을 줄 테니 부산까지 좀 태워달라”고 해 부산으로 갔다. 이날 오전 부산 사상구의 한 모텔에 투숙해 잠을 잔 뒤 퇴실해 새 옷을 사 입는 등 한동안 부산 일대를 돌아 다녔다. 이후 오후 7시쯤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 근처로 이동해 모텔에 투숙했다. 이튿날 오전 11시30분에 시외버스로 서울 동서울터미널로 이동해 이날 오후 4시쯤 검거된 중랑구 모텔에 투숙했다. 경찰은 심씨 등이 중랑구 모텔에 들어가기 1시간 전에 공개수배로 전환했다.

심씨 일당이 도주에 사용한 차량. [사진 연합뉴스]

심씨 일당이 도주에 사용한 차량. [사진 연합뉴스]

이들이 범행 후 광주쪽으로 갔다 다시 함안으로 돌아온 것은 자기들끼리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 심씨가 A씨의 신용카드 등을 주며 700만원을 찾아 오라고 했으나 동생 심씨가 경찰에 붙잡힐까 두려워 70만원 밖에 찾아오지 못하면서 다툼이 있었다. 형 심씨가 동생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자 동생이 화를 내며 “집으로 가겠다”고 하면서 마산으로 이동하던 길에 함안에 들린 것이다. 이들은 함안으로 이동하며 차 밖으로 A씨의 소지품을 하나씩 버렸고, 나머지 소지품과 자신들의 옷가지 등도 함안에서 불태웠다. 형 심씨와 강씨는 A씨 카드 등에서 현금 420여만원을 인출했는데 이 중 237만원만 검거 당시 갖고 있었다.

골프연습장 강도살인 혐의 받고 있는 심천우씨. [사진 연합뉴스] 

골프연습장 강도살인 혐의 받고 있는 심천우씨. [사진 연합뉴스]

경찰 관계자는 “형 심씨는 동종 전과가 없는 초범인데도 범죄를 사전에 준비한 것이 치밀하고 검거 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도 반성의 기미나 죄책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심씨가 이번 사건 이전에 다른 여죄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검사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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