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독일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6·25 전쟁 직후 부산에서 피란민 수십만명을 치료한 독일 의료지원단 단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를 만난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7~8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5~6일 베를린을 방문, 당시 직접 의료구호활동을 벌였던 단원과 후손들을 만날 예정이다. 당시 파견된 서독 지원단은 모두 117명으로 아직 생존해 있는 단원은 한 명 뿐이다.
외교가 소식통은 “생존자는 현재 80대이며, 의사나 간호사는 아니고 당시 기술 지원역으로 의료단 운용 지원 등을 맡아 구호 기간 내내 함께 했다”며 “그 분외에도 당시 파견됐던 의사 부부의 자녀들 등을 문 대통령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파견된 서독의료단은 옛 부산여고 자리에 독일 적십자병원을 세워 1958년까지 수십만명의 한국인들에 인술을 베풀었다. <외교부 제공>
서독은 1954년 5월 17일 옛 부산여고 자리(서대신동)에 ‘독일 적십자병원’을 세웠다. 서독 정부가 병원선 파견 결정을 내린 것은 전쟁중이던 53년이지만, 병원선은 전쟁이 끝난 뒤 부산에 도착했다.
이들은 학교 건물을 병원으로 썼는데 부상병 치료는 물론 피란민들 진료도 담당했다. 당시 부산은 가장 많은 피란민들이 몰렸던 곳으로,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각종 전염병이 기승을 부렸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파견된 서독의료단이 운영한 독일 적십자병원에서는 1958년까지 모두 6025명의 새 생명이 탄생했다. <외교부 제공>
독일 적십자병원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치과, 방사선과, 약국 등을 갖추고 무료로 의술을 베풀었다. 서독 의료진들은 각국 의료지원단이 모두 한국을 떠난 뒤에도 가장 오랫동안 남아 58년 12월 31일까지 활동을 계속했다. 약 4년 7개월 동안 외래 환자 22만 7250명, 입원 환자 2만1562명을 치료했다. 이 기간 태어난 새 생명만 6025명이었다. 9306명을 수술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간호조무사 교육도 진행, 전후 한국 의학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주독일 한국대사관은 몇 년 전부터 당시 부산에서 진료활동을 벌인 단원 117명 전원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간호 인력 중 유일하게 생존이 확인된 샤를로테 코흐 수녀를 찾아내 이경수 주독 대사가 직접 찾아가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코흐 수녀는 안타깝게도 그로부터 두 달 뒤 별세했다.
문 대통령이 짧은 독일 방문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 생존 단원을 만나려는 이유는 당시 이들이 펼친 인도적 활동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 철수 때 고향을 떠나 거제로 온 피란민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독일은 전쟁이 진행중일 때 의료지원단을 보낸 5개국에 속하진 않아서 이들의 활동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이제라도 대통령이 직접 합당한 감사를 표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참전 노병들에게 직접 사의를 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