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IRP, 수익률 낮아 손님 끌기 힘들겠군요

중앙일보

입력 2017.07.04 01:00

업데이트 2017.07.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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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시장을 두고 금융권이 들썩인다. 이달 26일부터 근로자뿐 아니라 자영업자·공무원·군인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취업자가 가입대상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추가 가입 대상자가 약 730만 명에 달한다. 세액공제라는 유인책에 이어, 가입 문턱까지 대폭 낮아지면서 IRP 시장이 본격적으로 꽃 피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 1.22% … 기준금리보다 낮아
26일부터 공무원·자영업자도 가입
연 최대 700만원 세액공제는 장점
온라인 관리 시스템 갖춘 회사 선택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운용 필요

주요 은행·증권사는 IRP 가입자 유치를 위한 사전예약, 상품권 지급 이벤트 등을 벌이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3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국민은행 7월 조회 사에서 “26일부터 가입대상이 크게 확대되는 개인형 IRP 퇴직연금은 연금수령 은행이 대부분 주거래 은행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미래의 먹거리”라고 말했다.

IRP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세액공제다. 연 최대 700만원(연금저축과 합산 금액)까지 16.5%( 총급여 5500만원 이하) 또는 13.2%(5500만원 초과)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이미 연간 400만원의 연금저축을 납입하고 있는 자영업자라면 300만원을 추가로 IRP에 납입해 연말정산 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에 들지 않았다면 IRP에 700만원을 납부해 세금을 일부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세액공제라는 간판 뒤에 가려진 저조한 수익률이다. 본지가 IRP를 판매하는 42개 금융회사가 발표한 올 3월 말 기준 수익률을 종합해 집계한 결과, 직전 1년(2016년 4월~2017년 3월) 기간 가중평균 수익률은 1.22%에 그쳤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물론 한국은행 기준금리(1.2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수익률이 0%대인 금융회사도 8곳이나 됐다.

기간을 좀 더 길게 잡으면 평균 수익률은 조금 올라간다. 3년(2014~2016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1.87%, 5년(2012~2016년)은 2.64%이다. 하지만 2012년 당시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연 3.92%(만기 5년 이상 기준)였음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저조한 수익률은 일정 부분 가입자 책임이다. IRP는 가입자가 어떻게 운용할지를 직접 정한다. 적립금의 70%를 초과해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정만 지키면 가입한 금융회사가 판매하는 상품 중 자유롭게 골라 투자할 수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 가입자는 세액공제만 노리다 일단 가입해서 펀드를 설정해둔 뒤엔 까맣게 잊어버리곤 한다. 55세 이후에나 찾아 쓸 자금이다보니 더 그렇다.

하지만 가입자가 IRP를 방치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결국 금융회사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만큼 고객 관리에 소홀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직 IRP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보니 사후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금융회사도 많다.

원종욱 신한은행 연금사업부 차장은 “판매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상품을 제시하느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느냐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라며 “바쁜 고객들이 창구에 찾아오지 않아도 인터넷·모바일로 쉽게 IRP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금융회사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IRP는 1인 1계좌만 가질 수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자칫 이미 가입한 고객은 ‘잡아 놓은 물고기’처럼 여기기 십상이다. 고객으로서는 처음에 가입할 때부터 금융회사를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IRP도 여느 재테크와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운용에 신경 쓸 여유가 많지 않다면 장기·적립식인 IRP 특성상 긴 안목에서 성장하는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장욱 미래에셋대우 연금개인컨설팅팀장은 “한국은 워낙 저금리이고 시장도 작기 때문에 길게 보고 신흥국 시장을 포함해 글로벌 자산배분을 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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