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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무현의 철도개혁 13년 … 문재인 정부서 뒤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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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철도 운영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철도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나눠 맡도록 하는 철도구조개혁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게 좋겠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측 컨설턴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다.

2004년 철도건설·운영 분리했지만 #노조 “기술 저하” 재통합 계속 주장 #전문가 “과거 적자 등 문제 많았는데 #재통합하자는 건 조직 이기주의”

한국통신이 KT로, 담배인삼공사가 KT&G로 각각 민영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철도부문 민영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가 2001년 철도운영기관의 민영화를 골자로 하는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법·한국철도시설공단법·한국철도주식회사법 등을 만들려고 했지만 철도노조 등의 강한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후 민영화 대신 철도공사 전환으로 방향을 틀었고 철도건설(하부)과 철도운영(상부)의 분리안(상하 분리)을 수용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2004년 철도 건설을 담당하는 철도시설공단이, 2005년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이 각각 출범했다. 하지만 철도노조와 시민단체 등은 분리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재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 최재혁 팀장은 “철도청에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했던 목적은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는데 실제 지난 10여 년간 추진된 상하 분리 정책의 결과는 비효율 지속과 기술 경쟁력 저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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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등 213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철도공공성시민모임’도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양 기관으로 분리됨으로써 해외사업, 연구개발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기능과 인력이 중복되고 연간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광민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한국철도산업의 해외 진출이 부진했던 것은 운영과 시설을 분리했기 때문”이라며 “통합을 통해 세계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상하 분리 이후 국내 철도 총연장이 크게 증가했고 코레일의 영업손실도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4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서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도 “전 세계 추세는 시설과 운영을 더욱 엄격하게 분리하는 것”이라며 “철도 선진국들은 분리 운영과 경쟁체제를 통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은 1994년 국철(BR)을 운영과 시설로 나누는 상하 분리를 단행했고 현재 분리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2015년 ‘제2차 구조개혁’을 통해 유지보수, 관제, 시설 부문을 모두 담당하는 기관을 신설했다. 또 기존의 운영기관과 새로 생긴 기관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었다. 통제기관은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와 같이 운영 및 시설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감독기관은 형식상의 지주회사로 운영과 시설 부문의 분리는 더 강화됐다는 게 통합 반대 측 주장이다.

독일의 경우 94년 운영과 시설을 분리했고 현재 운영 부문은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독일철도주식회사 산하의 4개 회사와 395개 민간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99년 2%에 불과했던 민간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27.5%까지 상승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박사는 “과거 철도청 체제는 방만한 운영과 적자 누적으로 문제가 많았다”며 “그런데도 또다시 통합 논의가 나오는 것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이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이용자 편익을 소홀히 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급한 통합 추진보다는 면밀한 효과 분석과 심층적인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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