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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시즌 첫 '홀드'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끝판대장'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오승환 [사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인스타그램]

오승환 [사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인스타그램]

오승환은 2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8회 초 등판해 3분의2이닝 동안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단 두 타자만 상대한 뒤 마운드를 타일러 라이언스에게 넘겼다.

8회 말 세인트루이스가 1점을 추가했다. 2-0으로 앞선 9회 초 트레버 로젠탈이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등판했다. 하지만 로젠탈은 안타 2개와 볼넷 2개로 1실점했다. 경기를 끝내지도 못하고, 2사 만루 위기를 맷 보우먼에게 떠넘겼다. 보우먼이 결국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2-1로 마무리했다. 이날 보우먼은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 '6월 평균자책점 5.74' 위기의 오승환
올 시즌 오승환은 1승 4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중이다. 오승환은 6월들어 갑자기 부진에 빠지며 매 경기 힘겹게 버티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 그는 1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73(7자책점)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304, 피홈런은 3개나 된다.

오승환은 지난달 28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선 5-4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1실점하고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에게 믿음을 보이던 마이크 매시니(47)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더 이상 그의 부진을 지켜볼 수만 없었다. 매시니 감독은 애리조나와의 경기가 끝난 뒤 "상황에 따라 마무리 투수를 달리 기용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음날(29일 애리조나전) 매시니 감독은 4-2로 앞선 9회 오승환 대신 로젠탈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사흘 뒤 근소한 리드 상황에서 오승환을 셋업맨으로 돌리고, 로젠탈에게 다시 세이브 기회를 줬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승리조→셋업맨→마무리까지 고속 승진하며 세인트루이스를 뒷문을 책임졌고, 올 시즌에도 일찌감치 마무리 보직을 확정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올 시즌 초반부터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첫 3경기에서 5실점했지만, 또 이후 6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5월 한 달동안 7세이브를 추가했지만, 지난달 12일 피츠버그전에서 1이닝 2실점한 이후 매 경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2.57까지 내려갔던 평균자책점은 3.68까지 치솟았다.

2005년 프로야구 삼성에서 데뷔한 이후 일본을 거쳐 미국에 진출한 오승환은 매년 마무리 보직을 맡으면서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일시적인 부진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금새 극복해내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았다. 오승환이 올해처럼 흔들리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승환의 2016년과 2017년 비교, 1일 기준. [팬그래프닷컴]

오승환의 2016년과 2017년 비교, 1일 기준. [팬그래프닷컴]

◇ 무뎌진 슬라이더...돌직구 위력도 반감
오승환의 주무기 '돌직구'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93.4마일)와 비슷한 시속 93.3마일(약 150㎞)이다. 하지만 돌직구에 이은 제 2구종 '슬라이더'가 지난해같지 않다. 우선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횡(horizontal)으로 휘는 움직임이 크게 줄었다(1.18→0.33인치)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164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0.296까지 치솟았다. 슬라이더의 위력이 반감된 건 O-스윙율(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지는 공에 배트가 나간 비율)의 변화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O-스윙율은 36.6%였지만 올해는 31.9%에 그치고 있다. 타자 바깥쪽으로 휘어들어가는 슬라이더에 타자들이 지난해처럼 속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공이 배트에 맞는 비율인 콘택율 역시 65.7%에서 75%로 10%p 가까이 상승했다.

슬라이더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오승한은 왼손타자와의 싸움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시즌 오승환의 왼손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48으로 오른손타자 상대 0.192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오승환은 왼손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176에 홈런 1개만을 내줬다. 직구에 의존하다보니 장타 허용이 크게 늘었다. 올 시즌 오승환의 땅볼/뜬공 비율은 0.57로, 지난해(0.99)보다 뜬공 비율이 더 늘어났다. 뜬공이 홈런으로 연결된 비율 역시 6.7%→10.7%로 증가했다. 지난해 5개에 그쳤던 피홈런은 벌써 6개나 된다.

오승환과 매시니 감독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매시니 감독은 "슬라이더 구속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로케이션에 문제가 있다. 공에 힘을 더 실어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보직 변경은 일시적?...로젠탈이 변수
CBS스포츠는 이날 오승환의 8회 등판 소식을 전하면서 "오승환이 오늘 워싱턴 전에서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더 이상 세인트루이스의 필승 마무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승환의 구위 회복 여부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세인트루이스는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다. 2경기는 5점차 이상 승리를 거둬 필승조가 가동될 필요가 없었다. 지난달 29일 애리조나전과 2일 워싱턴전에선 로젠달이 오승환을 대신해 9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로젠탈은 2경기 모두 1실점씩을 기록했다. 2일 경기에선 아예 경기를 마무리하지도 못했다.

CBS 스포츠는 "새롭게 마무리 투수가 된 로젠탈 역시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보우먼이 로젠탈 대신 세이브를 챙겼다"며 "오승환에게도 다시 기회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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