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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 대통령, 대선 때 코레일+철도공단 노동계에 통합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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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이던 지난 5월 1일 한국노총과 맺은 협약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서명이 담겨있다. 장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이던 지난5월 1일한국노총과 맺은 협약서.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서명이 담겨있다. 장진영 기자

협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정책협약 12대 과제 중 첫 번째 항목에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장진영 기자

협약서에 명시되어 있는정책협약 12대 과제 중 첫 번째 항목에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장진영 기자

수서고속철도(SR)와 코레일의 통합 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한국노총과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책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론화 과정 없이 정책협약 논란

철도 건설은 공단이, 운영은 코레일이 맡는 현 철도산업 체계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만든 것으로 만일 협약대로 이행된다면 13년 만에 건설·운영을 모두 독점하던 옛 철도청 체제로 사실상 회귀하게 된다.

2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대선승리 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서'는 지난 5월 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명의로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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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서에는 '한국노총은 문재인 후보를 대선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임기간 동안 정책협약 12대 과제를 이행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문 후보와 한국노총은 대통령 취임 즉시 정례적인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재임기간 동안에 운영한다'고도 적혀있다.

협약서에서 철도 통합 관련 사항은 '회원조합 정책요구 12대 과제' 중 첫 번째 항목에 들어있다. '코레일(철도공사)과 철도시설공단을 통합하여 양 기관의 유사 중복에 따른 재정낭비 해소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돈이 많이 드는 철도 건설은 정부가 책임지고, 열차 운영은 공사 또는 민간회사 여럿이 담당해 고객서비스 향상과 철도산업을 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때 추진한 철도구조개혁을 사실상 거꾸로 되돌리겠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은 철도 구조개혁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다.

대전역 뒤 편에 들어 서있는 쌍둥이 빌딩. 2004년 철도구조개혁으로 출범한 한국철도시설공단(오른쪽 건물)과 코레일(왼쪽 건물)이 각각 입주해 있다.  [중앙포토]

대전역 뒤 편에들어 서있는쌍둥이 빌딩. 2004년 철도구조개혁으로 출범한 한국철도시설공단(오른쪽 건물)과 코레일(왼쪽 건물)이 각각 입주해 있다. [중앙포토]

구조개혁 당시부터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에도 계속 두 기관의 통합을 주장해온 철도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강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철도노조 김선욱 미디어소통실장은 "대통령이 직접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통합을 약속한 만큼 조만간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철도노조와도 '경쟁체제란 이름아래 진행된 철도 민영화 정책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5월 1일)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SR과 코레일의 통합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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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협약 내용 등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두 기관의 통합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우선 코레일과 SR통합을 검토하고 그 뒤 코레일과 시설공단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정책 현안을 공론화 과정 없이 유력 대선후보가 노조 측에 선뜻 약속한 것을 두고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과학기술대 강승필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철도산업구조라는 큰 정책의 변화를 공론화 과정 없이 유력 대선후보가 덜커덕 노조에 약속한 건 납득하기 어려운 행위”라며 “이제라도 철도산업 발전과 철도 이용객 편의를 위해 진정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도 “정부가 철도기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13년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진행된 철도구조개혁 성과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셈"이라며 "정책 추진 전에 반드시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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