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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이 식당]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제주은갈치, 믿고 먹는 식당 3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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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들판 그리고 사계절이 있는 한국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맞은 식재료가 넘쳐난다. 봄엔 주꾸미·미나리, 여름엔 갈치복숭아, 가을엔 꽃게·새우, 겨울엔 꼬막·귤처럼 저마다 제맛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따로 있다. '제철 이 식당'은 매달 제철 맞은 식재료 한 가지를 골라 산지와 전문가 추천을 받은 맛집을 소개한다. 이번엔 제주 은갈치다.

제주 갈치는 특유의 은빛때문에 은갈치로 불린다. 7월부터 많이 잡히기 시작한다. 사진은 서울 한남동 제주식당의 제주도 은갈치통구이(가운데)와 뼈없는 제주은갈치조림(아래). 김춘식 기자

제주 갈치는 특유의 은빛때문에 은갈치로 불린다. 7월부터 많이 잡히기 시작한다. 사진은 서울 한남동 제주식당의 제주도 은갈치통구이(가운데)와 뼈없는 제주은갈치조림(아래).김춘식 기자

싱싱한 회로 먹으면 담백하고 구우면 고소하다. 칼칼한 양념장을 넣고 조리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갈치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갈치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제주도에서 잡히는 갈치를 단연 으뜸으로 치는데 반짝이는 은빛 때문에 ‘은갈치’라고 불린다. 수입산 갈치와 비교하면 살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더 플라자 조리기획담당 김창훈 셰프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생선일수록 활동성이 낮아 맛이 없는데 제주 은갈치는 심해 60m 정도로 깊지 않아 맛이 좋다”고 말했다. 당연히 몸값도 다르다. 제주도가 고향인 ‘제주바릇’ 이태준(63) 사장은 “요즘 많이 나오는 세네갈 등 수입산 갈치는 제주산보다 가격은 3~4배 저렴하고 사이즈는 커고 좋아 보인다”며 “하지만 살이 부드러워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 제주산과 달리 퍽퍽하고 맛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선 1년 내 갈치가 잡히지만 제철은 여름이다. 오승길 서귀포수협 대리는 “날씨가 따뜻할수록 갈치 수확량이 느는데 특히 7월부터 작은 배들이 제주 연안에서 갈치를 잡아 갈치 수확량이 많이 늘어난다 ”고 말했다. 만약 제주도 현지에서 갈치를 사고 싶다면 서귀포수협에서 열리는 경매장을 권한다. 오전 6시부터 경매가 시작되는데 경매가 끝나는 오전 9시까지 경매한 제주 은갈치를 구매할 수 있다. 제주도에 못갔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제주도 현지 못지 않은 제주 음식 전문점들이 있다. 서귀포수협에서 제주 은갈치를 공급하는 서울·경기 지역 식당 중 3곳을 추천했다.

통갈치구이 ‘제주식당’

길이 1m가 넘는 제주산은갈치를 그릴에 구워낸 제주식당의 은갈치통구이. 김춘식 기자  

길이 1m가 넘는 제주산은갈치를 그릴에 구워낸 제주식당의 은갈치통구이. 김춘식 기자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 정문 건너편 ‘제주식당’은 2000년대 초반 한남동에서 이자카야 '쇼부' 등을 운영했던 박윤상(52) 대표가 하는 제주음식 전문점이다. 초등학교 때까지 제주도에 살았던 아내 민영숙(52) 대표를 위해 종종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던 부부는 2011년 아예 제주 음식점을 차렸다. 갈치구이·갈치조림·고등어조림·돔배고기 등 다양한 제주 음식 중에서도 대표 메뉴는 제주도 은갈치통구이다. 1m짜리 갈치를 통째로 그릴에 굽는데 제주도에서 보던 통갈치를 서울에서 맛보려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박 사장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주식당에 온 만큼 제주산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이틀에 한 번씩 제주 서귀포에서 갈치 100마리씩 받는다”고 말했다. 갈치조림은 채소 육수에 고춧가루·된장·간장·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끓인다. 특히 식당에서 갈치 가시를 제거한 후 끓여낸 뼈없는 제주은갈치조림이 인기다.

식당에서 직접 뼈와 가시를 발라낸 제주은갈치를 매콤하고 칼칼한 양념을 넣어 조려낸 뼈없는 제주은갈치조림. 김춘식 기자

식당에서 직접 뼈와 가시를 발라낸 제주은갈치를 매콤하고 칼칼한 양념을 넣어 조려낸뼈없는제주은갈치조림.김춘식 기자

2층에 자리한 식당은 본관·별관·테라스로 나뉜다. 이중 나무가 많아 작은 정원같은 테라스는 단골들 사이에선 명당으로 꼽힌다. 성인 손바닥만큼 큼지막한 갈치 한 토막과 장조림, 나물, 잡채 등 밑반찬이 나오는 제주산갈치구이백반은 3만5000원. 뼈 없는 제주은갈치조림은 5만5000원(2인분 기준), 통갈치구이는 크기에 따라 10만·15만원이다. 통갈치에 산낙지와 전복 등을 넣고 조려낸 통갈치조림은 15만·20만원이다.

갈치회 ‘제주물항1950’  

서울 방배동 내방역 5번 출구 앞에 있는 ‘제주물항1950’은 입구에 나란히 서 있는 2개의 돌하르방이 먼저 반겨준다. 전국에 제주물항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많은데 이곳은 이름 뒤에 한라산 높이인 1950을 붙여 차별화했다.

제주도에서 오전 항공편으로 보낸 신선한 제주 은갈치로 만든 서울 방배동 '제주물항1950'의 제주 은갈치회. [사진 제주물항1950]

제주도에서 오전 항공편으로 보낸 신선한 제주 은갈치로 만든 서울 방배동 '제주물항1950'의 제주 은갈치회. [사진 제주물항1950]

스키장·놀이동산에서 매점을 하던 노달환(54) 사장은 2009년 제주도에서 건어물 사업을 하는 사촌형의 도움으로 제주음식점을 열었다. 갈치회·고등어회·자리돔회 등과 갈치·고등어조림, 오분작뚝백이 등 제주 향토음식을 판다. 대표 메뉴는 싱싱한 갈치회다. 당일 오전 비행기편으로 올라온 갈치를 손질해 저녁 손님상에 낸단다. 다만 날씨 등 제주 현지 사정으로 갈치나 해산물이 올라오지 못할 때가 가끔 있어 맛보려면 식당 가기 전날 미리 문의해야 한다. 갈치조림도 인기다. 고춧가루·식초·과일 등을 넣고 만들어 1주일간 숙성시킨 비법 양념장을 넣어 감칠맛이 난다.

오전 항공편으로 올라온 싱싱한 제주 은갈치와 고등어. [사진 제주물항1950]

오전 항공편으로 올라온 싱싱한 제주 은갈치와 고등어. [사진 제주물항1950]

모든 식재료는 제주산만 사용한다. 이때문에 거의 매일 제주도에서 비행기편으로 식재료를 받는다. 노 사장은 “손님 중 90% 이상이 단골이라 수입산을 사용하면 손님이 먼저 알아채 바로 문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치회 가격은 양에 따라 다른데 7만·10만원 2종류다. 갈치조림 역시 양에 따라 6만·7만원이다.

갈치조림 맛집 ‘제주바릇’  

고향이 제주도인 이태준 사장이 2011년 고양시에 연 제주음식 전문점이다. 바릇은 제주도말로 바다를 뜻한다. 제주 바다는 이 사장의 일터였다. 제주시 애월읍 인근 바닷가에서 제주 음식을 팔던 이 사장은 육지에 사는 4대 독자인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아들이 있는 고양시에 올라왔다. 이 사장은 “제주도에 살 때 우리가 먹던대로 음식을 해서 팔았는데 관광객들이 좋아했다”며 “제주도에서도 통했는데 서울에서 안통하겠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며 웃었다.
실제 제주바릇에서 파는 음식은 제주의 조리법 그대로 조리한다. 예를 들어 갈치조림은 고추장 대신 간장·고춧가루·물엿맛 넣어 국물 없이 조려낸다. 이 사장은 “고추장을 넣으면 갈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며 “제주은갈치 특유의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면 양념을 적게 하고 바로 끓여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모든 요리는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를 시작한다. 일주일에 2번씩 제주 서귀포수협에서 갈치를 받는다. 갈치조림 가격은 3만원. 갈치구이는 성인 손바닥 길이만한 갈치가 3토막 나오며 가격은 4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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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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