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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폭염 걱정 제로...'에어컨 섬유' 풍기인견 입어볼까

중앙일보

입력

7월은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이다. 특히 올여름은 평년보다 여름철 기온이 높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푹푹 찌는 여름을 어떻게 나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인 사람들이 많다.

본격적인 여름 주목 받는 '인견' #전국 생산량 85% 차지하는 풍기 #1930년대부터 80년 가까운 역사 #영주시, 명성 회복 위래 잰걸음

폭염을 쫓는 방법은 다양하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어놓기도 하고 바다나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기도 한다. 시원한 냉면이나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아예 기온이 선선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에어컨 원단' 또는 '아이스 실크(ice silk)'라고 불리는 인견(人絹)으로 만든 옷을 입는 것도 더위를 피하는 좋은 방법이다. 인견은 펄프(나무)에서 뽑아낸 실로 만든 천연 섬유다. 가볍고 몸에 붙지 않아 통풍이 잘 된다. 땀 흡수력도 탁월하며 정전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식물성 자연 섬유여서 알레르기성·아토피성 피부 질환을 앓고 있는 이에게 잘 맞다.

지난달 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풍기인견 패션쇼 중 한 장면. [사진 영주시]

지난달 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풍기인견 패션쇼 중 한 장면. [사진 영주시]

이런 장점이 있는데도 수 년 전까지는 인견을 양복 안감이나 속옷 용도 정도로만 생산했다. 가격이 다소 높은 데다 모시·삼베처럼 색깔이 밋밋했던 탓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색상을 입히고 원단의 신축성까지 더해 활용도가 높아진 인견이 생산되고 있다. 안감·속옷뿐만 아니라 침구류·스카프·골프복 뿐 아니라 각종 소품으로도 활용된다.

20개월 된 아들을 둔 송현주(33·여·대구 달서구)씨는 한여름을 앞두고 인견으로 만든 이불 한 채를 구입했다. 아기 낮잠 이불로 인견을 썼더니 한낮에도 아기가 깨어나지 않고 잘 자더라는 주변 엄마들의 육아 경험담을 듣고서다. 송씨는 "아들이 피부가 예민해 인견 이불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풍기인견홍보전시관에 전시된 제품. 영주=김정석기자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풍기인견홍보전시관에 전시된 제품. 영주=김정석기자

이렇게 여름철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인견은 소백산 아래에 위치한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대부분 생산된다. 전국 생산량의 85% 수준이다. 이 지역이 그만큼 인견을 생산하기 좋은 곳이어서다. 2012년 특허청이 '풍기인견'을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리적표시'는 상품의 품질이 생산지의 기후·풍토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경우 생산지를 표시하는 제도다.

풍기인견의 역사는 80년에 육박한다. 1934년 평안남도 덕천 지방에서 명주공장을 운영하던 직물업자들이 38년 월남해 지금 풍기읍 지역에 자리를 잡은 것이 시작이다. 이들은 당시 130여㎡ 크기의 공장을 짓고 손과 발로 실을 뽑는 설비(수족기·족답기) 40대로 인견을 생산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풍기인견홍보전시관에 전시된 제품. 영주=김정석기자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 위치한 풍기인견홍보전시관에 전시된 제품. 영주=김정석기자

6·25 전쟁 이후에는 이북에 있던 직물업자들이 대거 풍기로 이주하고 집집마다 설비를 갖춰 마을 전체가 인견 생산지역이 됐다. 3대에 걸쳐 인견 생산을 하고 있는 업체들이 풍기에서는 적지 않다. 전쟁이 끝나고 섬유공장의 생산 부진으로 풍기인견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때 풍기인견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점차 산업화가 진행되고 값싸고 품질 좋은 인조섬유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인견을 찾는 손길은 줄어들었다.

영주시와 풍기인견 생산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풍기인견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사업에 나섰다. 2007년부터 매년 '풍기인견 서울 나들이'라는 이름으로 여의도에서 대규모 홍보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는 청계광장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2008년엔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풍기인견 홍보전시관'을 개관했다. 풍기인견의 역사와 다양한 원단·제품들을 전시한 곳이다.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오뜨꾸뛰르 패션쇼에서 선보인 풍기인견. [사진 영주시]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오뜨꾸뛰르 패션쇼에서 선보인 풍기인견. [사진 영주시]

송종명 풍기인견발전협의회장은 "한국의 기후는 열대에서 아열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더위를 나기 위해 풍기인견을 사용하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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