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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문 정부 탈원전 부메랑? 신고리 5,6호기 근로자들 “임금 대책 마련해달라”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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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들이 가동을 멈춘 채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0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들이 가동을 멈춘 채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결정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이 현장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부메랑이 됐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 근로자 150여명은 30일 오전 9시 20분부터 40분가량 새울원전 본부 앞에 모여 앉아 건설 중단에 따른 임금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건설 중단 여부 결정 3개월간 건설업체들 유지비 수백억원 추정 #대기업, 도급업체들 "공사를 접을수도 없어, 대책 마련해달라"

이날 근로자들은 '초과 근무 보장', '일자리 승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임금 보전 대책이 없으면 계속 일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을 마친 근로자들은 일손을 놓았고, 일부는 현장을 떠났다.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250여명의 현장 근로자도 작업을 중단했다.

한 현장 근로자는 “최소 1년 이상 일할 것으로 생각하고 원전 건설현장 앞으로 월셋집도 마련했는데 갑자기 일거리가 없어져 막막하다”며 “당장 월세를 빼야 할지, 아니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지 고민이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시공사 측은 정부가 건설 일시 중단 결정을 내리자 근로자들에게 '이번 주말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한수원, 시공사도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한 게 아니라 3개월간의 공론화 이후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건설 중단 결정 시 매몰 비용을 고려해 공사를 더 진행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리기에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남창옹기종기시장에서 &#39;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39;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공론화 작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 28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남창옹기종기시장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에 참여했던 두산중공업, 삼성물산, 한화건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의 결정이 떨어질때까지 마냥 기다리자는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3개월 동안 유지비로 수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컨소시엄 업체 관계자는 “각종 철근과 천판 등 자재를 보관할 장소를 확보하고 공사 재개를 대비해 원전 건설 팀도 유지해야 한다”며 “일을 못해도 임금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 업체에서 도급받아 건설에 참여했던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도급에 재도급까지 합하면 760여개의 중소기업이 연관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자로 건설에 투입된 한 중소기업은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60~70% 구입해 현장에 들여놨고, 일용직 근로자 200명을 고용한 상태다. 공사 시작 전부터 10억원을 투입했고, 일용직 근로자들의 하루 임금은 16만원 선으로 높은 편이다.

한 중소기업 현장 소장은 “계약서에 건설 중단 시 보장에 관한 내용이 없다”며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아이들과 정지 버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사진 청와대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어린아이들과 정지 버튼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사진 청와대기자단]

울주=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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