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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서울 도심서 열린 대규모 파업 시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비정규직 주도의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비정규직 주도의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비정규직 철폐 등을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 색색깔의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분홍색 조끼는 학교 급식조리사·영양사·사서 등으로 일하고 있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 노란색 조끼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로 구성된 '알바노조' 소속, 보라색 조끼는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 회원을 상징했다. 공중에서는 갖가지 노조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꼈다. 각 노조 조합원들은 무대에 번갈아 올라가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를 구호로 외쳤다. 이에 광장을 메운 사람들은 "지금 당장!"을 외쳤다.

민주노총이 예고한 '사회적 총파업 대회' 당일인 이날 파업 참가 조합원 및 시민·사회단체와 대학 등에서 온 4만여 명이 광화문광장에 앉았다. "다들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사회적 총파업'을 기록해주세요.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수 있도록,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광장에 앉아 있는 조합원들을 향해 외쳤다. 민주노총 측은 "총파업에 전국 약 35개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 6만300여 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18만여 명 중 약 30%가 파업에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쟁취! 6.30 사회적 총파업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참가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종로3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쟁취! 6.30 사회적 총파업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참가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종로3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집회 장소 인근에 75개 중대 6000여 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최근의 경찰 입장에 따라 '차벽'은 만들지 않았다. 오후 4시20분쯤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세종로 사거리와 종로3가, 청계3가 방향으로 행진했다. 이에 따른 교통 통제로 시민과 차량들이 제자리에 묶였다. 종로 1가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김형식(61)씨는 "왕십리에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버스가 안와 땡볕에 15분째 서 있다"며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집회는 종로3가에서 오후 5시쯤 끝이 났다. 마무리 발언으로 최영준 '최저임금 만원·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만원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를 자처하지만 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 1년만 더 기다리라며 개혁에 발목잡지 말라고 한다. 진정 양보할 것은 재벌과 가진자들이다"고 외쳤다.

민주노총은 이 파업에 '사회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국민 모두의 삶을 지키는 파업',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파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최저임금 1만원은 국민 모두의 임금이며,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요구는 1000만 비정규직의 요구다. 노조할 권리는 노동조합이 없는 1800만 노동자 모두의 요구다"고 주장했다.

'사회적'이라는 표현에 부응하듯 시민·사회단체들도 동참했다. 장애인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부양의무제 기준 폐지를 요구했고, '백남기투쟁본부'는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사전 집회를 연 뒤 대회에 합류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법외노조 철회를 주장하며 '연가 투쟁'을 벌였다.

민주노총 비정규직 주도의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비정규직 주도의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직무대행은 무대 위에서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수구적폐 세력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은 불 보듯 명확하다. 더 빠른 속도로, 더 과감하게, 더 올바른 방향으로 노동적폐 청산과 대개혁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집회를 민주노총과 함께 주최한 만원행동은 "이번 파업의 맨 앞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 있다. 이들은 일터에서 벌어지는 비민주적인 관행과 노동의 가치를 함부로 폄훼하는 사회의 인식에 맞서, 그리고 왜곡된 고용구조와 저임금에 맞서 세상을 살리는 파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정치적 파업'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진행된 '사회적 총파업, 무엇을 위한 파업인가' 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은 자신의 행태를 성찰하지 않고 '사회적'이란 용어를 써서 현 상황의 모든 책임을 사회 구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내세우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최저임금을 갑자기 현재보다 54.6% 인상하게 된다면 영세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홍상지·김민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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