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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의 고행 끝…문 대통령과 함께 돌아오는 문정왕후 어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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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왕후 어보(御寶)가 65년여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30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문정왕후 어보와 현종 어보의 환수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 중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30일(한국시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문정왕후 어보 등 어보 2점이 문 대통령 귀국 때 전용기와 함께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보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이다. 외교문서나 행정에 사용했던 임금의 도장인 국새(國璽)와는 구분된다. 문정왕후(1501∼1565)는 조선시대 중종의 계비이자 명종의 어머니다. 문정왕후 어보는 6ㆍ25 전쟁 중에 미군이 서울 종묘에서 훔쳐 본국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정왕후 어보는 가로·세로 각 10.1㎝, 높이 7.2㎝로, 거북 손잡이가 달린 금보(金寶)다.

문정왕후 어보(왼쪽)와 현종 어보 [중앙포토]

문정왕후 어보(왼쪽)와 현종 어보 [중앙포토]

문정왕후 어보의 존재가 알려진 건 한국 고미술 수집가인 미국인 로버트 무어가 소장하던 어보를 2000년 LA카운티 박물관이 사들여 전시하면서였다. 이후 어보가 밀반출 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고, 한국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를 중심으로 2009년부터 환수 운동이 벌어졌다. 한국 약탈 문화재 목록이 담긴 미국 국무부 문서 등을 근거로 6ㆍ25 전쟁 때 미국 병사가 어보를 훔쳐서 가져간 것인 만큼 원래 주인인 한국에 돌려주는 게 맞다는 논리였다.

문정왕후 어보의 환수 시도는 그동안 계속됐지만 번번이 무산됐었다. 2013년 7월 LA카운티 박물관은 어보를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은 도난물이라는 이유로 2013년 9월 압수했다. 앞서 한국 문화재청이 도난품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 2014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날 때 정상회담 선물로 거론됐지만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2015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방미 때 다시 환수하는 걸 시도했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 문정왕후 어보는 미국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17년 만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문정왕후 어보는 명종 2년(1547년) 때 문정왕후에게 ‘성렬대왕대비’(聖烈大王大妃)라는 존호(尊號ㆍ덕을 기리는 칭호)를 올리면서 제작됐다.

문정왕후 어보와 함께 귀국하는 현종 어보는 재질이 옥(玉)이다. 효종 2년(1651년)에 현종의 왕세자 책봉을 기념해 만들어져 '왕세자지인'(王世子之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로버트 무어는 문정왕후 어보와 달리 현종 어보를 박물관에 넘기지 않고 계속 소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3년 9월 국토안보수사국(HSI)이 문정왕후 어보와 함께 압수해 갖고 있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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