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주민위해 기부하는 ‘서서평 커피’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2017.06.3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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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각종 문화재나 미술작품을 바탕으로 관광명소가 된 곳에는 희비가 교차하곤 한다. 방문객이 늘면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는 장점도 있지만 주민들은 여러가지 불편을 겪는다. 밤낮 없이 이어지는 행인들의 소음과 사생활 침해, 쓰레기 문제 등이다.

역사 문화마을 명소 광주 양림동
매달 마지막 수요일 행사때 사용
독일 선교사 이름 붙인 교환티켓
“단순기부 넘어 공존과 소통 의미”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4월 마을의 상징과도 같던 해바라기 계단과 잉어 계단을 지워버렸다. 연일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을 참기 어려워 계단의 그림에 회색 페인트를 덧칠한 것이다.

‘1930 양림쌀롱’ 참가자가 커피숍 기부함에 주민을 위한 쿠폰을 넣고 있다. [사진 쥬스컴퍼니]

‘1930 양림쌀롱’ 참가자가 커피숍 기부함에 주민을 위한 쿠폰을 넣고 있다. [사진 쥬스컴퍼니]

광주 지역의 관광명소로 급부상한 남구 양림동에서는 최근 색다른 실험이 시작됐다. 주민들과 관광객이 공존을 하면서도 사생활을 침해받는 불편함을 보상해주기 위한 ‘서서평 커피’다. 서서평 커피는 양림동 주민들을 위해 커피 교환권을 기부하는 사업이다.

양림동은 광주에서 기독교 선교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관련 문화재와 전통 가옥 등 볼거리가 많다. 이중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1930 양림쌀롱’은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행사다. 각종 문화공간과 카페에서 1930년대 광주를 주제로 한 공연·전시·문학·마켓·패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서서평 커피’는 이날 기부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양림동 ‘다형다방’이나 ‘양림문화센터’를 찾아 5000원을 내면 입장권 개념인 개인용 텀블러와 음료 교환권인 ‘쌀롱페이’ 3장을 받는다. 관광객들은 쌀롱페이로 양림동 내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남는 것은 주민들을 위해 기부하면 된다.

서서평 커피의 제휴 카페 3곳(카페 515, 이야기배달부 동개비, 프랄린하우스)에는 기부함이 설치돼 있다. 양림동 주민들과 청소년들은 이곳에 든 쌀롱페이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다. 지난 4월과 5월 1930 양림쌀롱 행사 때 카페마다 1회 5~10장씩의 쌀롱페이가 기부됐다. 이번 달 행사는 지난 28일 열렸다. ‘서서평 커피’라는 명칭은 양림동에서 평생 나눔과 헌신의 정신을 실천한 독일 출신 선교사 서서평(1880~1934)에서 따왔다. 1930 양림쌀롱 주관사인 ㈜쥬스컴퍼니 이한호 대표는 “서서평 커피는 100여 년 전 이탈리아에서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누군가를 위해 미리 돈을 내고 커피를 맡겨두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양림동 관광이 활성화된 효과를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누림으로써 관광객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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