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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없는 인용, 여당도 따지자 김상곤 7시간40분 만에 “송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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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9일 시작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차수 변경을 통해 자정을 넘어 3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교육부의 자료 제출이 늦어지자 29일 밤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문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정부가 국회를 능멸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면서 한때 회의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교육장관 후보자 청문회 #“석사 논문 표절이면 박사도 가짜” #야당 공세엔 “당시 기준으론 용납” #국보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주장 #과거 행적 문제삼아 사상 검증도 #종일 고성·반발, 자정 넘어까지 진행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논문 표절·중복 의혹을 제기했다. [박종근 기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9일 국회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논문 표절·중복 의혹을 제기했다.[박종근 기자]

청문회는 이날 오전 부터 고성이 오가는 등 순탄치 않았다. 논문 표절 의혹 등에 대한 야당의 집중적인 사퇴 요구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이 자리 앞 노트북컴퓨터에 ‘논문도둑 가짜인생’ 등의 문구를 붙이자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명예훼손이자 인격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이장우 한국당 의원이 “표절의 ‘절(竊)’자는 ‘몰래 도둑질한다’는 뜻이다. 남의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이 바로 도둑질”이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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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여 분의 실랑이 끝에야 김 후보자의 모두발언이 시작됐다. 야당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지금까지 쓴) 49편의 논문 중에서 15편, 약 30.6%가 중복 게재 또는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에선 “석사 논문에 130곳, 박사 논문에 80여 곳이 표절이라 ‘논문 복사기’ ‘표절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이장우), “석사 학위 논문이 표절이면 박사도 가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임용된) 교수도 가짜고 모든 게 다 가짜다.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이종배)는 주장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당시의 기준과 관행으로 보면 전혀 잘못된 부분이 없다” “학자의 양심을 걸고 표절이 아니다”고 맞섰다.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야당 위원들에게는 “부적절한 주장”이라 반박했고, 표절을 사과하라는 요구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버텼다.

김 후보자는 “중복 게재가 아니며 규정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박종근 기자]

김 후보자는 “중복 게재가 아니며 규정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박종근 기자]

하지만 청문회 내내 김 후보자를 엄호하던 민주당에서도 “인용 출처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개의한 지 7시간40분 만에 김 후보자는 “최근의 연구윤리 지침에 따르면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는 지적은 수용한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이나 양심상 가책은 없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전국교수노조위원장이던 2006년 김병준 전 부총리의 논문 표절을 비난하며 사퇴를 요구했던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김병준 전 부총리의 논문이 (표절했다는) 제자의 논문보다 앞서 작성됐다고 한다. 오해였던 것 같다”고 했다. 야당이 “김병준 전 부총리는 사퇴했다”고 말한 데 대해선 김 후보자는 “경우가 다르다. 사퇴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이념 성향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가 과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거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해 온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의장, 사이버노동대학 총장을 지낸 이력이 문제가 됐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는 과거) ‘사회주의를 상상하자’는 말도 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분이 어떻게 사회부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나”라고 했고, 이장우 의원은 “후보자는 사회주의자”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김 후보자는 스스로를 ‘자본주의 경제학을 중시하는 경영학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선 “사상 검증과 이념 공세를 하고 있다”(전재수), “이념 편향적이기 때문에 사퇴하라는 말은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일 뿐”(박경미)이라고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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