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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진한 맛, 다양한 음식, 후한 인심 … 모래내시장 39년 밥집 ‘식이네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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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묵은지 몇 잎 바닥에 깔고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큼직큼직하게 잘라 넣고 국물 자작하게 끓인 ‘식이네집’ 돼지고기두루치기. 근육부터 껍질까지 고기의 모든 층위가 살아있는 고기와 묵은지가 격돌해 맛이 진하고 강하다.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잘 익은 묵은지 몇 잎 바닥에 깔고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큼직큼직하게 잘라 넣고 국물 자작하게 끓인 ‘식이네집’ 돼지고기두루치기. 근육부터 껍질까지 고기의 모든 층위가 살아있는 고기와 묵은지가 격돌해 맛이 진하고 강하다.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메뉴 30가지…7000~8000원 식사에도 반찬 10가지

이런 음식을 싫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부감 있거든 부디 가지 마시라. 음식은 진해서 생각하면 입이 흥건해지도록 맛이 강하다. 8000원짜리 식사에도 갈치구이가 오르고 김치 3~4가지를 포함해 반찬이 10가지 넘게 나온다. 세련되거나 깔끔한 분위기는 아니다. 옛날 스타일이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가 해준 음식이 그리운 사람들이 좋아할 맛이고 차림이다. 실제 음식을 만들고 차리고 나르는 사람 3명이 모두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다. 합하면 만 202세다. 주인 윤향례(67) 여사는 무뚝뚝한 듯하지만, 낯이 익으면 속정 깊고 인정이 넘친다. 처음 간 어떤 사람이 갈치젓갈이 맛있다며 좀 팔 수 없느냐고 묻자 “안 된다”고 타박을 했지만 일주일 내리 가자 “아이고~동상” 했다는 일화가 문예지에 소개된 적이 있다.

메뉴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다양하다. 안 다루는 음식이 없다 할 만큼 ‘이것저것 대찬치’다. 30가지가 넘는다. ▷황태탕·추어탕·아귀탕·갈치조림·묵은지고등어조림·콩비지·제육볶음(각 8000원) ▷집청국장·집된장찌개·김치찌개·콩국수·냉면(각 7000원) ▷홍어 삼합·회·찜·무침(각 4만/5만/6만원) ▷홍어전(3만/4만/5만원) ▷홍어애탕(1만5000/2만/3만/4만원) ▷삼겹살(200g 1만2000원) ▷(대구)볼테기·아귀·황태 찜·탕, 돼지고기 두루치기(각 3만/4만원) ▷백합탕·동태탕(각 2만/3만원) ▷안주용 갈치조림·묵은지고등어조림(각 2만/2만5000/3만원) ▷조기매운탕(2만5000/3만/4만원) ▷옻오리탕(5만/6만원) ▷오리 로스(1마리 4만5000원)

모래내시장 먹자골목 입구. 서울 시내 쪽에서 홍제천 사천교를 건너 오른쪽 첫 번째 골목이다.

모래내시장 먹자골목 입구. 서울 시내 쪽에서 홍제천 사천교를 건너 오른쪽 첫 번째 골목이다.

역경 속에서도 39년 만에 동네 밥집의 터줏대감 반열에 오른 ‘식이네집(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102-6/전화 02-309-5685)이다. 강남역사거리에서 갈빗집을 크게 하다가 실패해 1978년 모래내시장으로 떠밀려왔다. 좌판을 빌려 솥단지 걸고 우거짓국 끓여 밥을 팔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아들 ‘식이’는 학교가 파하면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배달을 했다. 팔뚝에 배달 내용을 적어 가며 뛰어다녔다. 윤 여사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지고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1990년 현재 식당 맞은편에 정식으로 작은 식당을 냈다. 2011년에 현재의 좌석 60석 큰 식당으로 이사했다. 수색로 기점인 홍제천 사천교 건너 오른쪽 첫 골목 ‘모래내시장 먹자골목’ 안에 있다.

‘전라도식이네집’은 ‘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라도 사람의 집이라는 뜻이다. 주인 아주머니 큰아들의 아명이 ‘식’이었다. 전면 유리창에는 다루는 음식 이름으로 빼곡하다. 어지럽기도 하지만 주인의 의욕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홍어와 오리 그림을 넣은 걸로 봐서 의욕의 방향이 짐작된다.

‘전라도식이네집’은 ‘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라도 사람의 집이라는 뜻이다. 주인 아주머니 큰아들의 아명이 ‘식’이었다. 전면 유리창에는 다루는 음식 이름으로 빼곡하다. 어지럽기도 하지만 주인의 의욕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홍어와 오리 그림을 넣은 걸로 봐서 의욕의 방향이 짐작된다.

‘식이네집’을 지키는 전남 출신 아주머니 세 명. 안쪽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담양에서 태어나 완도에서 자란 주인 윤향례 여사다. 세 사람 나이를 합하면 만 202세다.

‘식이네집’을 지키는 전남 출신 아주머니 세 명. 안쪽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담양에서 태어나 완도에서 자란 주인 윤향례 여사다. 세 사람 나이를 합하면 만 202세다.

음식점 간판에는 ‘전라도식이네집’이라고 씌어있다. ‘전라도식 음식을 하는 집’이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실은 ‘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라도 사람의 집이라는 말이다. 공식 상호는 작은 간판에 적은 대로 ‘식이네집’이다. 주인 겸 조리실장, 요즘 말로 하자면 오너셰프 윤 여사는 담양에서 태어나 완도에서 자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3년 하고 결혼했는데 시댁이 전북 부안이다. 큰아들 아명이 ‘식’이다. 윤 여사가 마련한 반찬으로 상을 차리는 아주머니(77)는 굴비의 고장 영광이 고향이다. 상을 나르고 치우는 일을 맡은 아주머니(58)는 전복 양식으로 부자 섬이 된 완도군 노화도 출신이다. 평균 나이 67.3세, 전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주머니 세 분이 꾸려가는 음식점이니 음식 맛과 스타일은 짐작하는 대로다.

김치와 장류를 직접 담가서 쓴다는 내용을 쓴 안내문의 굵은 고딕체 글씨도 주인의 마음을 보여준다.

김치와 장류를 직접 담가서 쓴다는 내용을 쓴 안내문의 굵은 고딕체 글씨도 주인의 마음을 보여준다.

식당으로 드나드는 여닫이 문에는 검은색과 붉은색 굵은 고딕 글씨로 A4용지에 가득하게 “본 업소는 김치, 간장, 고추장, 된장을 모두 직접 만들어 먹는 곳입니다.”라고 써 붙여놨다. 들어서면 왼쪽으로 입식 32석, 오른쪽엔 좌식 28석의 식탁이 놓여있고, 안쪽으로 개방형 주방까지 내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구조다.

점심 3인 식사(7000~8000원)의 밑반찬은 12가지다(한 접시에 2가지 담은 것이 2개). 갈치구이와 4가지 김치 등 모두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반찬들이다.

점심 3인 식사(7000~8000원)의 밑반찬은 12가지다(한 접시에 2가지 담은 것이 2개). 갈치구이와 4가지 김치 등 모두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만든 반찬들이다.

다른 음식점에서 보기 어려운 ‘식이네집’ 반찬 두 가지. 깻잎장아찌와 갈치속젓에 박은 고추지다. 깻잎은 11월에 서리 맞은 걸로 담근다. 그래야 진짜 깻잎 맛이 난다. 이걸 아는 사람도, 이 맛을 아는 사람도 이제는 드물다. 고추지는 주인 아주머니가 담근 갈치속젓에 박혀 곰삭았다.

다른 음식점에서 보기 어려운 ‘식이네집’ 반찬 두 가지. 깻잎장아찌와 갈치속젓에 박은 고추지다. 깻잎은 11월에 서리 맞은 걸로 담근다. 그래야 진짜 깻잎 맛이 난다. 이걸 아는 사람도, 이 맛을 아는 사람도 이제는 드물다. 고추지는 주인 아주머니가 담근 갈치속젓에 박혀 곰삭았다.

담근 지 1년이 넘은 갓김치와 대가리 큰 쪽파김치.

담근 지 1년이 넘은 갓김치와 대가리 큰 쪽파김치.

값이 비싸 웬만한 음식점 상에는 오르지 않는 갈치구이가 밑반찬으로 나온다. 목포에서 먹갈치를 짝으로 사서 다듬어 두고, 굵은 것은 갈치조림에, 좀 작은 것은 구이로 이용한다.

값이 비싸 웬만한 음식점 상에는 오르지 않는 갈치구이가 밑반찬으로 나온다. 목포에서 먹갈치를 짝으로 사서 다듬어 두고, 굵은 것은 갈치조림에, 좀 작은 것은 구이로 이용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필명)씨와 그의 피앙세인 외식업기획자 김하늘(본명)씨가 이 집을 추천하고 안내했다. 20대부터 자취를 한 김작가는 20년 가까이 식생활의 많은 부분을 이곳에 의탁한 단골이다. 윤 여사를 어머니라 부르며 양아들을 자처한다. 처음 간 일요일(지난 18일) 낮에 셋이서 홍어회·돼지고기묵은지두루치기·집청국장을 시켜놓고 막걸리를 여러 병 마셨다. 두루치기 남은 국물에 밥도 볶아 먹었다. 깔리는 밑반찬이 토속적이다. 7000~8000원 기본식사 1인분을 먹어도 반찬은 똑같다. ①지난 가을 김장으로 담근 배추김치 ②지난해 서리 맞은 뒤 뜯어 담근 깻잎장아찌 ③갈치속젓에 박은 고추지 ④지난해 5월에 담근 대가리 큰 쪽파김치 ⑤지난해 봄에 담근 갓김치 ⑥배추속대와 총각무로 담근 물김치 ⑦오이지무침 ⑧조선간장과 고춧가루로 맛을 낸 가지찜무침 ⑨살짝 말린 꽈리고추 멸치볶음 ⑩쪽파강회 ⑪왕꼬막살무침 ⑫잔 갈치구이. 하루하루 만들어내는 반찬이 없다. 하나같이 깊이 익었고 깊은 맛이다.

3만원짜리 홍어회. 양과 맛이 섭섭하지 않다. 칠레산 수입 홍어인데 많이 삭히지는 않았다. 잘 익은 어리굴젓도 따라 나왔다.

3만원짜리 홍어회. 양과 맛이 섭섭하지 않다. 칠레산 수입 홍어인데 많이 삭히지는 않았다. 잘 익은 어리굴젓도 따라 나왔다.

20대부터 혼자 살면서 20년 가까이 ‘식이네집’에서 식생활을 해결해 양아들 대접을 받는 음악평론가 김작가씨가 청하자 내온 토하젓은 아주 곰삭은 맛이었다.

20대부터 혼자 살면서 20년 가까이 ‘식이네집’에서 식생활을 해결해 양아들 대접을 받는 음악평론가 김작가씨가 청하자 내온 토하젓은 아주 곰삭은 맛이었다.

홍어회에는 잘 익은 어리굴젓이 따라 나왔다. 양아들이 청하자 곰삭은 토하젓도 내왔다. 다른 반찬들이 묵은 맛인 데 비해 홍어회의 삭힘은 약했다. 칠레산이고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3만원)을 감안하면 양도, 살의 조직감도, 날개살의 분홍빛 색감도 섭섭하지 않다. 삼합이 아닌 홍어회였으므로 맛의 어우러짐은 없다. 홍어 애호가나 고수가 아니면 삼합·무침·찜을 선택하는 쪽이 낫겠다.

돼지고기두루치기 밑바닥을 들추면 김치 줄기가 여러 가닥 올라온다.

돼지고기두루치기 밑바닥을 들추면 김치 줄기가 여러 가닥 올라온다.

돼지고기두루치기의 건지를 어느 정도 먹자 남은 국물에 두부를 저며 넣어줬다. 저 국물이 두부에 배면 어떤 맛일까. 상상에 맡긴다.

돼지고기두루치기의 건지를 어느 정도 먹자 남은 국물에 두부를 저며 넣어줬다. 저 국물이 두부에 배면 어떤 맛일까. 상상에 맡긴다.

돼지고기 두루치기는 푸짐했다. 이 집 특유의 묵은지를 바닥에 깔고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어른 손바닥 절반 크기로 두툼하게 잘라 넉넉히 넣었다. 양파 숭덩숭덩 잘라 넣고 육수 자작하게 붓고 매운 양념을 해 한소끔 끓인 뒤 다진 대파 술술 뿌려서 내왔다. 비계와 껍질까지 층위가 모두 살아 있는 고기는 보기엔 미각을 깨웠으나 한 입에 먹기에 너무 컸다. 가위로 잘라야 했다. 식탁에서도 한소끔 끓여 묵은 김치 가닥에 고기를 싸서 먹으니 밥보다는 술을 부르는 맛이다. 고기를 어느 정도 건져 먹자 주인 아주머니가 두부를 반 모쯤 넓게 저며 국물에 넣어줬다. 냄비는 다시 그득해졌다.

전남 고흥과 충북 충주에서 구해오는 국산 콩으로 띄운 청국장은 50년 전 시골에 살던 내 어린 날의 마각을 깨웠다. “청국장이 이래야지”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전남 고흥과 충북 충주에서 구해오는 국산 콩으로 띄운 청국장은 50년 전 시골에 살던 내 어린 날의 마각을 깨웠다. “청국장이 이래야지”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두 김씨가 집청국장도 맛있다 하여 한 뚝배기 주문했다. 집에서 직접 띄운 청국장임을 강조하려고 차림표에 이름을 그렇게 적었다. 국물에 많이 섞인 콩 알갱이까지 한 술 떠서 먹어보고선 흡족하여 두 김씨에게 말했다. “50년 전 고향에서 우리 어머니가 햇콩 나올 때 띄워 끓여준 청국장 맛과 비슷하네요.” 돌이켜 생각하면 이제는 다시 먹을 수 없는, 가슴 저리고 눈물겨운 맛이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을 보면 볏짚 한 다발이 세워져 있다. 청국장을 재래식으로, 삶은 콩에 볏짚 박아 띄울 때 쓰려고 애지중지 보관한 것이다.

덤 안주로 부쳐 준 부추전은 오징어 살이 드문드문 박히고 애호박과 당근채도 들어갔다. 반죽은 찾아야 보일 정도로 부추를 듬뿍 넣어 향이 좋다.

덤 안주로 부쳐 준 부추전은 오징어 살이 드문드문 박히고 애호박과 당근채도 들어갔다. 반죽은 찾아야 보일 정도로 부추를 듬뿍 넣어 향이 좋다.

손님은 오는 시간이 지났고 술이 길어지자 원래 주는 것인지, 양아들 챙기는 건지 모르겠으나 부추전을 크지 않게 부쳐 내왔다. 애호박과 당근 채가 섞이고 오징어 살도 몇 점 보였지만 반죽이 거의 보이지 않도록 부추를 많이 넣고 바삭하게 부쳤다.

돼지고기두루치기 남은 건지와 국물에 볶은 밥. 훌륭한 ‘밥안주’다.

돼지고기두루치기 남은 건지와 국물에 볶은 밥. 훌륭한 ‘밥안주’다.

이미 배는 불렀는데 두루치기볶음밥이 나왔다. 별도 주문이다. 두루치기에 들어간 돼지고기는 비계와 껍질이 다 붙어있어서 지방층이 두툼했다. 끓으면서 기름이 녹아 나와 국물 표면을 덮었다. 바닥에 깔았던 묵은지를 잘게 썰어 함께 볶아 느끼함이 눅었다. 몸무게 걱정만 없다면 맛이야 보장하는 조합이다.

프로레슬링 중계를 즐겨 보는 주인 윤향례 여사는 “암만 쇼라지만 션하잖여. 그래서 자주 보지”라고 했다.

프로레슬링 중계를 즐겨 보는 주인 윤향례 여사는 “암만 쇼라지만 션하잖여. 그래서 자주 보지”라고 했다.

두 번째는 금요일(23일) 점심시간에 홀로 갔다. 낮 12시 15분 음식점에 들어서니 손님이 하나도 없다. TV는 FX채널로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 경기를 중계하고 있었다. 윤 여사에게 “저런 거 좋아하시나 봐요” 하고 말을 걸자 “이, 그류. 운동(스포츠)을 좋아하거든” 한다. 그러면서 “아무리 쇼라고 해도 겁나. 무서워. 그래도 속이 션하잖여” 했다. “손님이 하나도 없네요” 하니 “바로 한 파수(派收; 여러 번 있는 일에서의 어느 한 번) 쓸고 갔어” 하며 손님 걱정은 안 한다는 표정이다. 갈치조림과 콩국수를 시켰다.

갈치조림에는 중간 크기 갈치 두 토막에 조선간장 간이 잘 배고 푹 무른 무와 젓가락으로 쪼갤 때마다 분이 뽀얗게 일어나는 감자가 한 토막씩 들어있다. 갈치가 국산(목포 먹갈치)이어서 살이 부드럽고 윤기 있다.

갈치조림에는 중간 크기 갈치 두 토막에 조선간장 간이 잘 배고 푹 무른 무와 젓가락으로 쪼갤 때마다 분이 뽀얗게 일어나는 감자가 한 토막씩 들어있다. 갈치가 국산(목포 먹갈치)이어서 살이 부드럽고 윤기 있다.

갈치조림 뚝배기에는 중간 크기 갈치 두 토막에 조선간장 간이 잘 배고 푹 무른 무와 젓가락으로 쪼갤 때마다 분이 뽀얗게 일어나는 감자가 한 토막씩 들어있다. 자작한 국물에는 보기에도 양념 채소가 많이 들어갔다. 남대문시장 갈치조림보다 갈치 살이 훨씬 부드럽고 윤기 있다. 목포 먹갈치를 짝으로 주문해 다듬어 갈무리해두고 쓴다고 한다. 냉장고를 열어 보여줬다. 작은 도막은 구워서 기본 찬으로 내고 부산물로는 젓갈을 담근다. 밑반찬은 지난번과 비슷했지만 오이지 대신 감자채볶음이 나왔고 갓김치가 빠진 자리는 총각김치가 채웠다.

국산 흰콩을 갈아서 만든 콩국수. 콩국물은 맑고 고소하지만 입자는 거칠었다. 옛날 맷돌에 갈아서 해 먹던 콩국수가 생각났다.

국산 흰콩을 갈아서 만든 콩국수. 콩국물은 맑고 고소하지만 입자는 거칠었다. 옛날 맷돌에 갈아서 해 먹던 콩국수가 생각났다.

열린 주방에서 콩국수 만드는 걸 보니 콩을 미리 갈아 냉동해뒀다. 서걱서걱 얼은 콩국을 덜어내 소면을 삶는 동안 녹였다. 콩국수에는 오이 채를 한 움큼 얹고 참깨 가루를 듬뿍 뿌렸다. 콩국 맛은 화장기 전혀 없이 맑고 고소했다. 입자는 거칠고 농도는 묽었다. 옛날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시골에서 맷돌에 갈아 해 먹던 콩국수가 생각났다. 콩국만 다 먹고 국수는 반을 남겼다. 혼자 두 가지 음식을 주문해 다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좌식 식탁이 끝나는 곳에 세워둔 냉장고 옆에는 네댓 되는 됨직한 흰콩이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다. 전남 고흥과 충북 충주에서 나는 콩을 구해서 쓴다고 한다.

옆자리 사람이 먹은 추어탕. 먹어보지는 못했다. ‘식이네집’ 단골 이도윤 시인 겸 PD는 처음에 이 추어탕을 먹고 맛있어서 일주일을 내리 왔다고 한다.

옆자리 사람이 먹은 추어탕. 먹어보지는 못했다. ‘식이네집’ 단골 이도윤 시인 겸 PD는 처음에 이 추어탕을 먹고 맛있어서 일주일을 내리 왔다고 한다.

옆자리 사람이 먹은 묵은지고등어조림. 먹음직스럽지만 먹어보지 못했다.

옆자리 사람이 먹은 묵은지고등어조림. 먹음직스럽지만 먹어보지 못했다.

옆자리 손님이 주문한 ‘볼테기탕’. 대구머리탕을 부르는 ‘식이네집’ 이름이다. 백합조개, 보리새우, 대하를 넣고 매운탕이 아닌 맑은탕으로 끓였다.

옆자리 손님이 주문한 ‘볼테기탕’. 대구머리탕을 부르는 ‘식이네집’ 이름이다. 백합조개, 보리새우, 대하를 넣고 매운탕이 아닌 맑은탕으로 끓였다.

손님이 없던 식당에 사람들이 한두 명씩 꼬리를 물고 들어왔다. 분당 야탑에서 마음 먹고 찾아왔다는 손님이 홀로 들어왔다. 그는 뭔가 끊임없이 얘기를 했다. 주문한 갈치조림을 먹더니 “TV에서 오상진 아나운서가 먹는 거 보고 온다 온다 했는데 시간이 잘 안 맞아 못 오다가 서울에 일보러 오는 길에 들렀다”고 묻지 않은 말을 했다. 내가 주인과 얘기하며 계속 메모를 하자 그는 “나도 제주도에서 물건 받아서 갈치조림 하는 음식점을 해봤는데 이 집 갈치조림이 정말 맛있다. 맛있다고 얘기했다고 써 달라”고 덧붙였다.

오상진 아나운서 얘기는 지난해 10월 22일 방송된 JTBC ‘청춘식당 잘먹겠습니다’ 프로그램의 아나운서 특집을 말한다. 오 아나운서는 여기서 식이네집의 갈치조림과 집청국장에 밥을 네 공기나 먹어 ‘4공 오상진’이라는 별호를 얻게 됐다. 그는 MBC 출신인데 그 방송국 사람들이 식이네집을 자주 찾았다. 방송국이 여의도에 있던 시절부터 점심시간에 몰려올 정도로 단골이 많았다. 2009년 겨울 MBC 스포츠국에 근무하던 이도윤(60) PD가 물꼬를 텄다. 전남 화순 출신인 그는 이 집에서 추어탕을 먹고 반했다고 한다. 특히 밑반찬 중 갈치젓에 박아 곰삭은 고추지에 꽂혔다. 맛에 끌려 일주일을 내리 갔고 “아이고~동상”하며 반기는 단골이 됐다고 한다. 이 사연을 담은 글이 『에세이스트』 2010년 5·6월호에 「맛있는 연극」이라는 제목의 초대수필로 실렸다. 그 지면을 복사하고 비닐코팅을 해서 음식점 벽에 붙여뒀다.

시인이자 방송 PD인 이도윤씨가 ‘식이네집’과의 인연을 소재로 써서 『에세이스트』라는 문예지에 실은 초대수필 「맛있는 연극」의 지면을 복사해 벽에 붙여놨다.

시인이자 방송 PD인 이도윤씨가 ‘식이네집’과의 인연을 소재로 써서 『에세이스트』라는 문예지에 실은 초대수필 「맛있는 연극」의 지면을 복사해 벽에 붙여놨다.

얼마 후 이 PD가 귀한 손님을 모시고 왔다. 이성부(1942~2012) 시인이다. 한국일보와 일간스포츠가 절정기이던 1990년 전후 두 신문의 데스크(부장)를 지낸 일생 언론인이고, 나에게는 대학 학과 선배이자 학보사·언론계 선배로 학생 때부터 왕래가 있던 분이다. 이성부 시인은 타계할 때까지 3년 남짓 이 집엘 자주 다녔고 늦둥이 아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아들이 지금도 가끔 찾아온다. 그는 술·담배를 엄청나게 했다. 중앙일보의 JOINS 인물정보에는 흡연량이 하루 2갑, 주량은 적당량이라고 기록돼 있다. 신상정보 기본사항은 거의 본인이 작성하므로 그보다 더 피웠을지도 모른다. 주량은 알아서 상상하시라는 투다. 고향이 전라도 광주인 시인에게 큰오빠 같은(여덟 살 차이) 친근감이 들어 윤 여사가 “술 좀 줄이고 담배는 끊었으면 쓰겄소” 하고 지청구를 하면 “이래도 가는 거고 저래도 가는 거고, 한 세상 사는 거 재미있게 살다 가려네”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식당 벽에는 독특한 서체로 쓴 액자 하나가 걸려 있다. 시인이기도 이 PD가 고향과 언론계·시인 선배인 이성부 시인과의 영원한 작별을 안타까워하면서 함께 누린 인연·추억·맛을 버무려 묵은지처럼 익힌 시를 짓고 써서 걸어둔 것이다.

이도윤 시인은 선배인 이성부 시인을 ‘식이네집’으로 이끌어 단골이 되게 했다. 이성부 시인이 세상을 떠난 후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쓴 듯하다. 시인이 육필로 적어 액자에 담아 음식점에 걸어뒀다.

이도윤 시인은 선배인 이성부 시인을 ‘식이네집’으로 이끌어 단골이 되게 했다. 이성부 시인이 세상을 떠난 후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쓴 듯하다. 시인이 육필로 적어 액자에 담아 음식점에 걸어뒀다.

이성부 詩人과   -이도윤
오늘은 노오란 위액 같은 / 배추 속이다 / 여기에 버무린다 / 갈치속젓에 박아놓은 고추가 / 막걸리를 마신다 / 붉게 잘 삭아부렀다고 / 오래 있었다고 / 그래도 행복했다고 / 서둘러 떠나간 사람 / 모래내시장 입구 식이네 집 / 황토무우 꼬리를 달고 나온 사투리 / 나는 제목을 잊은 옛 노래 위에 앉아 / 가신 뒷모습을 / 빈 막걸리 잔에 불러 앉힌다

‘식이네집’은 모든 장류를 직접 담가 쓴다. 북가좌동 자택 3층 집 옥상에 장독대가 있다. 항아리들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지만 입주를 못했다. 많이 버렸지만 10개가 넘는다.

‘식이네집’은 모든 장류를 직접 담가 쓴다. 북가좌동 자택 3층 집 옥상에 장독대가 있다. 항아리들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지만 입주를 못했다. 많이 버렸지만 10개가 넘는다.

이 집 음식의 유형을 굳이 가린다면 가정식이다. 윤 여사는 “모든 음식을 어머니가 하던 대로 한다. 다른 음식점에서 배운 적은 없다”고 했다. 장류(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와 김치들을 죄다 직접 담가서 쓴다. 장독 때문에 아파트에서 살지 못한다. 지금도 북가좌동 옥상이 있는 3층 집에 산다. 옛날 항아리가 10여개 있는데, 많이 버리고도 그만큼 남았다. 갈치젓·새우젓도 직접 담가 반찬과 양념으로 쓰고 손님들에게 팔기도 한다. 나물과 조림의 간은 직접 담근 조선간장으로 한다.

식당 일을 마치고 늦은 밤 집에 들어가 밤새 쑨 메주로 담근 된장. 콩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얼려뒀다가 장 가르고 된장 치댈 때 섞는다. 그러면 된장 맛이 더 구수해진다고 한다.

식당 일을 마치고 늦은 밤 집에 들어가 밤새 쑨 메주로 담근 된장. 콩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얼려뒀다가 장 가르고 된장 치댈 때 섞는다. 그러면 된장 맛이 더 구수해진다고 한다.

옥상 항아리에서 익어가는 조선간장. ‘식이네집’은 나물을 무치거나 생선조림에 들어가는 무는 이 간장으로 간을 한다.

옥상 항아리에서 익어가는 조선간장. ‘식이네집’은 나물을 무치거나 생선조림에 들어가는 무는 이 간장으로 간을 한다.

자연 건조한 고추를 구해 고추장을 담가 붉은색이 아주 선명하다.

자연 건조한 고추를 구해 고추장을 담가 붉은색이 아주 선명하다.

그러자니 고되기가 말할 수 없다. 오전 7시~7시 30분이면 음식점에 나와 모든 반찬을 손수 준비하고 11시 30분부터 손님을 받는다. 오후 10시~10시 30분 돼야 퇴근한다. 하루 15~16시간을 식당에 매달려 있다. 장은 언제 담그고 김치는 언제 하느냐 물으니 “잠을 안 자고라도 해야지” 하면서 메주 얘기를 했다. 퇴근하면 밤마다 한 말씩 콩을 삶는다. 아침에 대바구니에 받쳐 물 거르고 쌀 부대에 넣고 발로 밟아서 메주를 만든다. 콩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냉동했다가 간장 가르며 된장 치댈 때 섞는다. 그러면 된장 맛이 구수해진다. 간장 독에는 황태·멸치를 망에 넣어서 바닥에 깔고 메주를 넣은 다음 소금물을 붓는다. 음식점에서 공장 간장을 사서 쓰는 일은 없다. 소금은 시댁 고향인 전북 부안의 송림 아래 염전에서 5월에 생산해 간수를 4~5년 뺀 것만 받아서 쓴다. 음식점에 와서도 계속 물을 뺀다. 그러면 소금이 바실바실해진다. 가벼우면서 모서리 각이 또렷해져 반짝반짝 빛난다. 이런 소금으로 간장을 담가야 쓴맛이 없고, 배추를 절이면 김치의 저장성이 좋아진다. 일반 소금이 20㎏에 1만3000원쯤 할 때 물을 뺀 부안 5월 소금은 1만8000원쯤 나간다. 시댁이 부안읍내 서외리였다. 그 인연으로 소금·젓갈·액젓은 35년 동안 그곳 단골 상회 물건을 쓴다.

해마다 5월이면 100~150단씩 담그는 쪽파김치. 대가리가 큰 쪽파를 골라서 담근다. 냉장고에서 익히다가 내년 5월 새로 담글 때 개봉해 손님 상에 낸다. 여려 겹 비닐봉지 주둥이를 풀어 속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해마다 5월이면 100~150단씩 담그는 쪽파김치. 대가리가 큰 쪽파를 골라서 담근다. 냉장고에서 익히다가 내년 5월 새로 담글 때 개봉해 손님 상에 낸다. 여려 겹 비닐봉지 주둥이를 풀어 속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쪽파김치는 막걸리 안주로 좋다며 올해 담근 것을 맛보라고 술과 함께 권했다.

쪽파김치는 막걸리 안주로 좋다며 올해 담근 것을 맛보라고 술과 함께 권했다.

김치도 직접 담가 6개월~1년을 익혀서 상에 낸다. 윤 여사가 자랑하는 파김치는 대가리가 큰 쪽파를 골라 5월에 담갔다가 다음해 다시 담글 때 개봉한다. 1년을 익히는 셈이다. 5월이 지나면 잎이 뻣뻣해져서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올해는 100단을 담갔는데 값이 갑자기 너무 올라서 다른 해보다 적게 담갔다. 대가리 큰 파는 염교(일본어 ‘락교’라는 말로 더 알려진)라고 하는데 씹히는 물성과 잎의 생김으로 보아 비늘줄기에 양분을 많이 저장해 대가리가 잘 자란 쪽파로 보인다. 윤 여사는 막걸리 안주로 좋다며 한 병을 내왔다. 홍어 삼합에 둘둘 감아서 먹어도 맛있다고 귀띔도 했다. 그러면서 냉장고에서 커다란 비닐봉지 뭉치를 꺼내더니 단단히 묶은 몇 겹의 주둥이를 풀면서 파김치를 보여주고 자랑했다. 김장도 한 해 배추 500포기씩 담가 다음 김장 때까지 쓴다.

창고의 김치냉장고에서 쓰일 날을 기다리며 익어가는 김치. 김장 철마다 500포기씩 담가서 6개월~1년을 익혀가며 차례로 꺼내 쓴다.

창고의 김치냉장고에서 쓰일 날을 기다리며 익어가는 김치. 김장 철마다 500포기씩 담가서 6개월~1년을 익혀가며 차례로 꺼내 쓴다.

지난해 11월 전라도에서 채취한 서리 맞은 깻잎으로 담근 깻잎장아찌. 깻잎이 간장에 잘 잠기도록 눌러둔 돌을 들어내고 비닐을 열어 속을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전라도에서 채취한 서리 맞은 깻잎으로 담근 깻잎장아찌. 깻잎이 간장에 잘 잠기도록 눌러둔 돌을 들어내고 비닐을 열어 속을 보여줬다.

이 음식점을 나에게 추천한 주인의 양아들 김작가가 즐겨 먹는다는 깻잎장아찌는 11월쯤 서리 맞은 것을 구해 담갔다. 장아찌 담그는 깻잎은 서리를 맞아야 제 맛이 나는데 지금은 그런 깻잎을 구경하기 어렵다. 그 바람에 그 맛도 잊혀져 간다. 전라도 시골에 70만원 미리 보내서 따 달라고 해서 맛내기 간장 부어 담갔다. 이 또한 깻잎을 새로 담글 때부터 개봉해서 손님 상에 올린다.

주인 윤향례 여사는 모든 음식 재료를 즉시 조리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쓴다. 조리대가 비좁은 좌판과 포장마차에서 오래 장사를 해서 미리 준비하던 게 몸에 배서 그렇게 하는 듯 보였다. 냉장고 안에 멸치, 다진 매운 고추, 청국장, 갈치, 백합조개 등이 보인다.

주인 윤향례 여사는 모든 음식 재료를 즉시 조리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쓴다. 조리대가 비좁은 좌판과 포장마차에서 오래 장사를 해서 미리 준비하던 게 몸에 배서 그렇게 하는 듯 보였다. 냉장고 안에 멸치, 다진 매운 고추, 청국장, 갈치, 백합조개 등이 보인다.

모든 장류와 김치, 젓갈까지 직접 담가서 음식을 하다 보니 준비할 게 많다. 주방 옆 창고에는 여러 대의 김치냉장고와 젓갈·된장·간장 통들이 가득하다.

모든 장류와 김치, 젓갈까지 직접 담가서 음식을 하다 보니 준비할 게 많다. 주방 옆 창고에는 여러 대의 김치냉장고와 젓갈·된장·간장 통들이 가득하다.

시장 먹자골목에 있는 음식점이지만 육류와 채소 몇 가지 빼고는 시장에서 사다 쓰는 게 별로 없다. 대부분을 산지에서 조달한다. 음식 재료는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다듬고 다져서 봉지마다 담아 냉장고에 넣어뒀다. 조리대와 저장시설이 열악하던 노점이나 포장마차 시절 방식이 몸에 익은 듯하다. 모든 음식이 자신의 손을 거쳐야 안심하는 결벽 때문에 혼자서 다 하려다 보니 숙달된 방식일 수도 있겠다.

윤 여사는 “우리 집에서 진짜 유명하고 좋은 음식은 옻오리탕”이라고 말을 보탰다. 옻나무·황기·당귀·음나무·헛개·황태머리 등 8~10가지 한약재를 압력솥에 넣고 6시간을 달인 다음 건져내고 국물에 오리·밤·대추·인삼·마늘을 넣고, 삼베주머니에 찰밥(찹쌀·은행·녹두)도 앉혀 1시간 30분을 더 고아 만든다. 최소 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준비할 수 없다고 한다.

언제까지 할 건지 묻자 “하는 데까지 하겠다”고 했다. 물려받겠다는 자녀는 없는지 물으니 단호했다. “너무 힘들어. 지긋지긋해. 나 하나로 끝내야지 절대 안 줘. 직장 다니는데, 그렇게 먹고 사는 게 편해.” 손사래 치는 손을 보니 성한 데가 없다. 손가락 두어 개는 끝 마디가 직각으로 꺾인 채 굳어 펴지지 않았다.

설·추석에만 이틀씩 쉬고 연중무휴. 문 여는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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