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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한여름에 지하 400m 올라오는 10-15도 바람 쐬는 보령 냉풍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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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더 시원해지는 별천지. 1년 내내 동굴에서 비슷한 온도의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신기한 곳이 있다. 충남 보령시 냉풍욕장 얘기다.

무연탄 캐던 광산 문닫은 뒤 찬바람 이용해 버섯 재배하다 아이디어 #200m 길이 냉풍욕장 들어서면 뼈속까지 찬기운 느껴질 정도로 추워 #올해는 더위 빨리 찾아온다는 예보에 작년보다 이른 지난 20일 개장

충남 보령시 청라면 성주산 자락에 자리 잡은 냉풍욕장은 연중 10~15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폭염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최고 영상 15도를 넘지 않는다. 기자가 찾은 지난 26일 오후 2시 냉풍욕장 내부 온도는 11.8도였다. 지하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때문에 바람개비가 거세게 흔들릴 정도였다.

지하 300~400m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의 영향으로 한여름에도 영상 15도 이하를 유지하는 보령 성주산 냉풍욕장 내부 모습. 신진호 기자 

지하 300~400m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의 영향으로한여름에도 영상 15도 이하를 유지하는 보령 성주산 냉풍욕장 내부 모습. 신진호 기자

내부와 외부 온도가 비슷한 봄·가을에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여름이면 냉풍욕장 안과 밖의 온도는 10~20도나 차이난다. 밖이 더울수록 안에서는 추위를 더 느낀다. 기온 차로 인해 공기밀도가 높고 찬 공기가 밀도가 낮고 따뜻한 쪽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공기가 서로 순환하면서 바람이 발생하고 밖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바람은 더 세게 분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은 이선호(65·경기도 안성시)씨는 “먼저 다녀간 지인들이 ‘굴에 들어갈 때 점퍼를 입어야 한다’고 해서 믿지 않았는데 사실이었다”며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온종일 나온다니 신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오후 보령 냉풍욕장 모습. 바람이 분출되는 입구에 설치된 온도계가 영상 11.8도를 보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6일 오후 보령 냉풍욕장 모습. 바람이 분출되는 입구에 설치된 온도계가 영상 11.8도를 보이고있다. 신진호 기자

냉풍욕장은 보령지역 광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차령산맥 줄기인 성주산은 한때 무연탄 생산으로 보령의 경제를 이끌 만큼 효자 노릇을 했다. 전국 무연탄의 13%가량이 성주산에서 채굴됐다. 하지만 석탄산업이 사양화하면서 1989년 덕성광업소를 시작으로 1992년 영보탄광이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보령시와 직원들은 광산이 폐광되고 난 뒤 이용방법을 고민하다 연중 불어오는 찬바람을 이용해 양송이 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다 한여름 주민들을 위해 입구를 잠깐 개방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아 지난해부터 7~8월 두 달간 정기적으로 문을 열게 됐다. 예전에는 비닐하우스 모양으로 터널을 만들어 바람을 쐬게 하는 방식이었다.

보령 냉풍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10~15도의 시원한 바람에 담요를 감고 냉풍욕장을 걷고 있다. [사진 보령시]

보령 냉풍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10~15도의시원한 바람에 담요를 감고 냉풍욕장을 걷고 있다. [사진 보령시]

냉풍욕장의 바람은 지하 300~400m 폐광에서 올라온다. 굴 길이는 5㎞가량으로 폭은 2.7m, 높이 2.3였다. 요즘은 초속 6m의 바람이 굴 속에서 하루종일 뿜어져 나온다.

에어컨이 만든 인공바람에 익숙했던 피서객들은 지하에서 불어오는 자연바람의 신선함을 맛본 뒤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피서객들 사이에선 ‘대천해수욕장과 함께 꼭 들러야 할 코스’로 꼽힌다. 지난해는 15만명이 냉풍욕장을 찾을 정도로 인기였다.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냉풍욕장 길이는 200m가량이다. 입구로 들어가서 바람이 불어오는 왼편으로 걸어가다보면 무더위는 금세 사라지고 뼈속까지 스며드는 찬기운이 느껴진다.

보령 냉풍욕장은 무연탄을 채굴하던 성주산 광산이 묻을 닫은 뒤 찬바람을 이용해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신진호 기자

보령 냉풍욕장은 무연탄을 채굴하던 성주산 광산이 묻을 닫은 뒤 찬바람을 이용해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신진호기자

보령시는 올해 냉풍욕장을 예년보다 열흘 이른 지난 20일 개장했다. 더위가 빨리 찾아온다는 예보 때문이다. 지난해 폐광기금 32억원을 들여 폐갱도(32m) 보강과 터널 리모델링을 하고 냉수 체험시설도 마련했다.

냉풍욕장에는 양송이버섯을 재배하는 시설이 들어서 있다. 폐광에서 나오는 찬바람을 이용해 재배하는 방식이다.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보령 냉풍욕장은 보령시에서 36번 국도를 이용, 청양 방면으로 가다 청보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2㎞가량 올라가면 도착한다. 주차공간 100면(5000㎡) 정도다. 냉풍욕장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입장료는 무료다.

보령 냉풍욕장에서는 지하 300~400m에서 불어오는 10~15도의 찬바람을 이용해 양송이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좌우 동그란 모양의 기구가 바람을 버섯재배사로 보내는 장치다. 신진호 기자

보령 냉풍욕장에서는 지하 300~400m에서 불어오는 10~15도의 찬바람을 이용해 양송이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좌우 동그란 모양의 기구가바람을 버섯재배사로 보내는 장치다.신진호 기자

보령농업기술센터 이민옥 팀장은 “낮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에도 냉풍욕장은 15도 이하를 유지할 정도로 시원한다”며 “광산이 묻을 닫은 지 25년이 지났기 때문에 바람의 질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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