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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낙오자도 없는 학교" 전세계 교실은 실험중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한 교육혁명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실험중이다. 이 학교들의 공통점은 IT 기술 기반의 '개인화 교육'과 교과목을 융합한 '프로젝트 수업'이다. 칠판 앞에 서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학습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도 전통적인 학교와는 다르다.

개인화 맞춤 교육...IT 기술이 실현시킨 풍경 #교사의 역할, 시공간 구성도 완전히 달라

뉴욕타임스는 구글 크롬북 등 디지털 기기가 휩쓴 미국 교실을 두고 "변화가 너무 빠른 탓에 거대 IT 기업들의 교육 현장에 대한 투자와 개입을 감시할 틈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 위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 대표적인 교육 혁신 모델을 소개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실험학교.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실험학교. [사진=알트스쿨]

미국 공교육 스타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실험학교.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실험학교. [사진=알트스쿨]

지난 4월, 데빈 보디카  미국 캘리포니아 비스타통학교육구 교육감이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미국 교육계는 술렁였다. 보디카는 미국 미래교육재단 '혁신적인 교육감 상'(2014년)과 캘리포니아 '올해의 교육감 상'(2015년)을 받은 스타 교육감이다. 그는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철저한 개인화 맞춤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그 결과 평점 평균이 올라갔을 뿐 아니라 결석이나 교내 징계 등의 건수도 급락했다고 한다.

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로린 파월 잡스(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의 부인)가 주도한 고교 혁신 캠페인‘XQ : 수퍼 스쿨 프로젝트’에서1000만 달러(약 113억원)의 상금도 받았다. 파월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100년 전에 필요했던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에서 해방된다면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이렇게 미래형 공교육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던 보디카가 작은 교육 스타트업에 합류한 건 교육 혁명의 중심은 결국 실리콘밸리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100년 전 교육 모델을 바꿔야 한다며 미국 고교 개혁에 나선 로린 파월 잡스. [중앙포토]

100년 전 교육 모델을 바꿔야 한다며 미국 고교 개혁에 나선 로린 파월 잡스. [중앙포토]

보디카는 미국 교육 전문지 에듀케이션 위크 인터뷰에서 "나는 (공교육에서) 학습자 경험에 깊은 변화가 일어나게 하려면 5년이 걸린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면서 "(알트스쿨의 영입 제안은) 학습 경험을 일거에 혁신시킬 수 있는, 인생에 한번쯤 올 만한 기회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알트스쿨의 CIO(Chief Impact Officer)로서 교사와 학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 개발과 플랫폼 확장을 이끌게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의 실험학교.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의 실험학교. [사진=알트스쿨]

알트스쿨, 미래 교육 모델로 2000억 원 투자 받아

맥스 벤틸라 알트스쿨 CEO. [사진=알트스쿨 제공]

맥스 벤틸라 알트스쿨 CEO. [사진=알트스쿨 제공]

구글 임원 출신인맥스 벤틸라 알트스쿨 CEO는 경제 전문 채널 CNBC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도 지원하기 위해" 공교육 스타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공교육으로 세를 불려나가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알트스쿨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에서 유치부~8학년(중학교)까지 아우르는 8개의 사립 실험학교(lab school)를 운영하고, 4개의 파트너학교에 기술을 지원해주고 있다. 누적 1억7700만 달러(약 2000억원)를 투자받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투자했다.

알트스쿨은 특별한 교육과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교사가 화두를 던져 학생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이끌어내고,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답을 찾아 나간다. 학생들은 배우고 익힌 것을 글쓰기, 미술 활동, 퍼포먼스 등으로 만들어 가족·친구들 앞에서 공개한다. 평가는 일률적인 시험 대신 교사와 학생의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1년 내내 이뤄진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에서 활용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강의 목록이 담긴 '플레이리스트', 개별 진도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레션', 학부모용 어플 등이 있다.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에서 활용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강의 목록이 담긴 '플레이리스트'다.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사진=알트스쿨]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 스타트업 알트스쿨. [사진=알트스쿨]

교장과 담임교사, 프로젝트 수업을 이끄는 교과 교사가 있는 점에선 여느 학교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본사의 기술·디자인·행정·교육 인력 100여 명이 뒷일을 맡아준다는 점이 다르다. 이들은 '포트레이트'와 '플레이리스트'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학생과 교사가 맞춤형 커리큘럼을 짜고 학습 상황을 체크하도록 돕는다. 학부모와는 스마트폰 앱으로 소통한다.

10억 명을 노리는 맞춤 교육, 서미트 스쿨

서미트 스쿨은 교육비가 무료인 공립학교의 교육을 개조해 대학 진학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서미트 스쿨 제공]

서미트 스쿨은 교육비가 무료인 공립학교의 교육을 개조해 대학 진학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서미트 스쿨 제공]

대안형 공립 고등학교 '서미트 스쿨'도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아 동영상 강의와 연습과제 등이 포함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완성했다. 하루 일과는 국·영·수 등의 교과목이 아닌 프로젝트·자습(개인화 학습)·멘토링·동아리·방과후 시간으로 구분된다. 단, 수학은 모든 학생들이 매일 30분씩 비영리교육서비스인 칸 아카데미를 활용해 각자 수준에 맞게 진도를 나간다. 학기당 2주씩은 학습에서 벗어나 예술·기술·경영·미디어 등 각자 선택한 분야의 특별활동에 몰입할 수 있다.

서미트 스쿨의 목표는 대학 진학이다. 가령 학생이 '나는 워싱턴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목표를 설정하면 멘토 교사의 도움을 받아 그에 필요한 교육 과정을 밟아갈 수 있다. 멜리사 롤프스 서미트 스쿨 홍보국장은 "몇몇 뛰어난 학생만이 아니라 재학생 전원이 AP(Advanced Placement, 대학 과목 선이수) 코스를 밟고, 졸업생의 99%가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면서 "학비가 무료이며 누구에게나 열린 공립학교라 더욱 의미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서미트 스쿨 학생의 하루 일과. [사진=서미트 스쿨 홈페이지 캡처]

서미트 스쿨 학생의 하루 일과. [사진=서미트 스쿨 홈페이지 캡처]

현재 11개의 서미트 스쿨이 있고, 2015년부터는 무료 교육 플랫폼으로 개방해 미국 27개주 130개교가 이를 사용중이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11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설에서 전세계 10억명의 학생에게 개인화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챈. 이들 부부는 챈 저커버그 재단을 만들어 서미트 스쿨의 교육 개혁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저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챈. 이들 부부는 챈 저커버그 재단을 만들어 서미트 스쿨의 교육 개혁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이러한 저커버그의 도전을 지지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시애틀의 서미트 시에라 공립학교를 방문한 뒤,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 노트'에서 "학생들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앉아서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배움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면서 "내가 학교에 다닐 때 저런 시스템이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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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이후를 대비하는 커리큘럼" 

스티브 잡스스쿨 아프리카의 학교 풍경. [사진=스티브 잡스스쿨 제공]

스티브 잡스스쿨 아프리카의 학교 풍경. [사진=스티브 잡스스쿨 제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2013년 건립된 스티브 잡스스쿨도 초등 미래 학교의 모델로 유명하다. 학급은 최대 3살 차가 나는 혼합연령으로 구성한다. 같은 반 친구들은 아침, 점심, 종례 때만 만난다. 모든 학생에게는 코치가 배정돼 배움이 필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전문 교사를 연결해준다. 교사는 학생의 흥미와 적성, 부모의 요구과 학교의 교육 목표를 반영해 6주마다 개인별 교육 계획안을 제공한다.

스티브 잡스스쿨 아프리카의 학교 풍경. [사진=스티브 잡스스쿨 제공]

스티브 잡스스쿨 아프리카의 학교 풍경. [사진=스티브 잡스스쿨 제공]

학생들은 하루중 가장 오랜 시간을 개인 작업(오전 10시-오후 2시 30분)에 쓴다. 개인 학습이나 프로젝트가 끝나면 반으로 돌아와 30분간 노래나 토론, 게임 등의 그룹 활동을 한다. 오후 3시면 일과가 끝나지만 언제건 아이패드로 '가상 학교'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다. 물론 종이나 공책, 책과 같은 전통적인 교구도 사용한다.

모리스 혼드 스티브 잡스스쿨 CEO는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에드테크 컨퍼런스에서 "구글·위키피디아·페이스북·유튜브와 스마트폰의 세상에서 2025년 이후의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로 묶어 가르치는 일반 학교에선 누구는 앞서나가고 누군가는 뒤처지지만, 우리 학교에선 각자의 속도에 맞게 배우기 때문에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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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스쿨 아프리카의 학교 풍경. [사진=스티브 잡스스쿨 제공]

스티브 잡스스쿨 아프리카의 학교 풍경. [사진=스티브 잡스스쿨 제공]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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