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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등 서울 주요 산 등산로 토양 훼손 심각

중앙일보

입력

등산객의 발 길에 등산로가 훼손되면서 서울 수락산 등산로 주변의 나무뿌리가 드러났다. [사진 녹색연합]

등산객의 발 길에 등산로가 훼손되면서 서울 수락산 등산로 주변의 나무뿌리가 드러났다. [사진 녹색연합]

수락산·불암산·인왕산·관악산·청계산 등 서울 시내 5개 주요 산 등산로의 훼손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 등산로 44㎞ 296지점 조사 #축구장 20개 넘는 15만㎡ 훼손돼 #수락산 4만6092㎡으로 가장 심해 #기후변화로 폭우 늘어 산사태 우려 #"서울시에 전담 관리 조직 설치해야"

수많은 등산객의 발에 밟히고 깊게 패 축구장 2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 풀 한 포기 없는 황폐한 땅으로 바뀐 것이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서울 수락산에서 등산로 훼손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녹색연합]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서울 수락산에서 등산로 훼손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녹색연합]

녹색연합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수락산 등 서울 시내 5개 산의 등산로 44㎞를 대상으로 훼손 실태를 조사했고, 그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등산로를 따라 200m 간격으로 총 296개 지점을 선정, 등산로의 폭과 파헤쳐진 깊이를 조사해서 훼손 면적을 산출했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이들 296개 지점 중에서 등산로 폭이 1m 이하, 침식 깊이가 5㎝ 이하, 지표 식물이 부분적으로 남아있는 등 '건전한' 구간으로 평가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조사지점 296개 지점 가운데 33%는 토양 침식으로 인해 나무뿌리가 노출돼 있었고, 17%에서는 암반이 노출돼 있었다.
조사지점 전체 평균 침식 깊이는 19.3㎝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5개 산 전체에서 풀 한 포기 없이 맨땅이 드러낸 면적은 14만9248㎡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축구장(7140㎡) 20.7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수락산의 황폐화 면적 가장 넓어 4만6092㎡이나 됐다.
또 관악산은 4만2000㎡, 청계산은 2만9025㎡, 불암산 2만1988㎡, 인왕산 1만143㎡ 등이었다.

이 가운데 침식 깊이가 70㎝ 이상인 지점만 62곳에 이르렀는데, 수락산이 30곳, 불암산 11곳, 관악산 10곳, 청계산 9곳, 인왕산 2곳 등이었다.
특히 수락산의 동막골유원지~도솔봉~정상에 이르는 구간에서는 등산로 폭이 평균 2.65m였고, 평균 침식 깊이가 88.3㎝에 이르렀다.

서울 관악산의 등산로 훼손 실태. [사진 녹색연합]

서울 관악산의 등산로 훼손 실태. [사진 녹색연합]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임태영 활동가는 "등산객들이 다니면서 밟고 지나가는 '답압' 때문에 토양이 패이면서 나무뿌리가 드러나고, 일단 흙이 패이면 빗물이 흘러들면서 침식이 일어난다"며 "등산로가 훼손되면서 다니기 불편해지면 등산객들이 돌아서 가면서 등산로가 넓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측은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등산로가 조금 훼손됐을 때 곧바로 복원해야 산사태 등을 예방할 수 있다"며 "구청에 맡겨서는 복원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서울시에 전담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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