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르포]보수단체 "빨갱이 한명씩 죽이고 나가자"... 성주 사드기지 옆에서 보수 vs 진보 전쟁터처럼 맞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 사드 기지 인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 및 진보 시민단체와 사드배치에 찬성하는 보수단체가 지척을 사이에 두고 극한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오후 4시45분쯤까지 집회를 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집회 직후 소성리 마을회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은 충돌을 막기 위해 애초 100명에 한해서 행진을 허용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종교단체 회원 200여 명이 길을 막고 종교행사를 하면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가로막혔다.

성주 사드기지 지척서 찬반 집회 #양측 합쳐 400여명 코앞에서 대치 #물리적 충돌 없었지만 욕설·고함 #"시골마을 한순간에 전쟁터 됐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일부 회원이 "한 명씩 죽이고 가자", "빨갱이" 등 욕설을 했다. 사드 배치 반대 측 주민·단체 회원들 일부도 이에 맞서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찬반 양측이 5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경찰을 사이에 둔 채 극한 대치를 벌였다.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서 행진 대열에 참여하지 못했던 나머지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두 합류해 상황이 악화됐다.

양측의 대치는 수 시간 동안 이어졌다. 경찰은 보수단체가 계획한 대로 행진을 진행시키지도, 양측의 대치 상황을 풀지도 못한 채 상황을 지켜봤다. 소성리 마을회관에 머물며 사드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소성리종합상황실 관계자는 "경찰의 무책임한 판단으로 우려한 상황이 현실이 됐다"며 "평화롭던 시골 마을이 전쟁터로 변한 이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후부터 성주 사드 기지와 2㎞가량 떨어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보수단체가 집회를 열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2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찬성하는 단체 회원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찬성하는 단체 회원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집회에선 보수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즉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성주 주민 여러분의 희생으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의 안보가 지켜진다면 여러분이 양보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한 방이면 여러분의 자녀와 우리가 모두 지구에서 사라진다"며 "개인적 이익이나 이곳에 침투한 종북 좌파 세력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지구가 없어질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찬성하는 단체 회원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찬성하는 단체 회원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앞서 소성리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보수단체 집회를 취소해 줄 것을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은 절차에 따라 정해진 집회 일정을 취소시키기 어렵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소성리종합상황실 측은 성명을 통해 "지난 22일 보수단체 회원들이 자행했던 폭력이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우리는 극우단체의 폭력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