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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파괴는 반인류 범죄…IS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 세계 곳곳서 자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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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1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대표 문화유산인 알 누리(al-Nuri) 모스크를 폭파했습니다. 12세기 후반 건립된, 높이 45m의 기울어진 첨탑을 가진 명물입니다.

탈레반·IS에 의해 수천 년 유산 한 순간에 사라져 #ICC,문화유산 파괴자 기소…실질적 예방책은 없어

이곳은 IS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2014년 IS의 지도자인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가 자신들의 신정국가 ‘칼리파 제국’을 선포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IS는 모술 탈환 작전에 나선 이라크군의 압박이 거세지자 모스크를 폭파해 버렸습니다. 이라크군에 내주느니 없애버린 것입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도 견뎌낸 800년 넘은 문화유산은 잿더미만 남은 폐허가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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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태 혹은 분쟁 지역에서 역사·문화적 유산과 유물을 파괴하는 행위를 ‘컬처럴 제노사이드(Cultural Genocide)’라고 합니다. 문화대학살입니다. 여기엔 건축물 등 유형 유산 뿐 아니라 전통과 관습 등 무형의 유산도 포함됩니다.

21세기 들어 극단주의가 확산되면서 이같은 문화 파괴는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문화유산을 고의로 파괴하는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실질적 방도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동안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의해 파괴된 소중한 문화유적은 적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석불

200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얀 석불의 전후 모습. [중앙포토]

200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얀 석불의 전후 모습. [중앙포토]

바미얀 석불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북서쪽으로 230㎞ 떨어진 바미얀 계곡에 세워진 초대형 불상이다. 507~544년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13세기 인도 무굴제국, 18세기 페르시아 제국 군대가 파괴를 시도하는 등 수없이 많은 수난을 겪었지만 약 1500년을 버텨왔다. 2001년 탈레반 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는 “이단의 우상을 없앤다”며 다이너마이트와 로켓포로 석불을 파괴했다.

이라크 님루드·하트라·코르사바드 유적

님루드는 기원전 900년 티그리스강 근처에 세워진 고대국가 아시리아의 두 번째 수도다. IS는 2014년 대형 군용차량을 동원해 이곳을 초토화시켰다. 하트라는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원형 요새 도시이자 최초 아랍 왕국의 수도였다. 116~198년 로마의 침공을 받았지만 견고한 성벽 덕에 파괴되지 않았다. IS는 님루드에 이어 하트라 유적을 해머와 소총 등으로 파괴했고 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르사바드도 기원전 717년 세워진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다. 석각부조로 유명한 이곳 역시 2015년 IS가 폭파했다.

2015년 IS가 파괴한 이라크의 님루드 유적. 사진은 파괴되기 전 아수르나시팔2세의 성문. [중앙포토] 

2015년 IS가 파괴한 이라크의 님루드 유적. 사진은 파괴되기 전 아수르나시팔2세의 성문. [중앙포토]

IS가 님루드에 이어 파괴한 하트라 유적.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요새 도시다. [중앙포토]

IS가 님루드에 이어 파괴한 하트라 유적.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요새 도시다. [중앙포토]

시리아 팔미라 유적

2010년 촬영된 시리아 팔미라 유적. 시리아 내전 이전엔 매년 15만 명이 찾는 명소였다. [위키피디아]

2010년 촬영된 시리아 팔미라 유적. 시리아 내전 이전엔 매년 15만 명이 찾는 명소였다. [위키피디아]

2015년 IS가 파괴한 이라크의 님루드 유적. 사진은 파괴되기 전 아수르나시팔2세의 성문. [중앙포토] 

2015년 IS가 파괴한 이라크의 님루드 유적. 사진은 파괴되기 전 아수르나시팔2세의 성문. [중앙포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210㎞ 떨어진 유적지다. 팔미라의 뜻은 ‘야자수의 도시’. 사막 한복판에 있지만 물이 풍부해 기원 전부터 번성하기 시작했다. 주로 페르시아·중국·인도·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 무역의 기착지 역할을 했다. 그 덕에 고대 로마와 그리스, 페르시아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양식을 선보이는 문화재가 가득하다. ‘사막의 진주’라 불릴 만큼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다. 198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2015년 팔미라를 장악한 IS는 2세기 무렵 건설된 로마의 원형극장을 파괴하고, 우상숭배를 없앤다며 2000년 전 만들어진 알라트 사자상을 폭파하는 등 유적을 초토화시켰다. .

말리 팀북투 유적

'사막의 베네치아'라 불렸던 말리의 통북투. [위키피디아]

'사막의 베네치아'라 불렸던 말리의 통북투. [위키피디아]

니제르강 유역에 있는 팀북투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아프리카에 이슬람을 전파하는 교두보였으며 ‘사막의 베네치아’ ‘아프리카의 엘도라도’로 불렸다. 2012년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극단주의 무장단체 ‘안사르니데(믿음의 수호자)’는 2012년 이슬람 성자의 능묘를 집중 파괴했다. 무덤이 지면보다 높아서는 안된다는 이슬람 율법을 극단적으로 해석해 저지른 범죄였다. ‘안사르디네’의 조직원인 아마드 알파키 알마흐디는 2015년 문화유산 파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됐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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