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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트럼프, 문 대통령과 사업할 만하네 생각하면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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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2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3세션 모습.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국면’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테이블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현 동국대 교수,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 [김경록기자]

26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2017’ 3세션 모습.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국면’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테이블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현 동국대 교수, 빅터 차 CSIS 선임고문, 박명림 연세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 대사. [김경록기자]

첫 세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의 접근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회를 맡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우리가 처음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려고 한다면 전혀 진전이 없을 수 있다. 핵 동결을 비핵화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 핵탄두를 소유한 북한이 더 도발적 행태를 보인다면 한국은 심각한 위협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한·미가 이런 상황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 #“북 핵동결이 비핵화 출발점 돼야” #“트럼프, 전통적인 미국 정책 이어가” #“문 대통령, 과거 진보정부와 차이”

▶존 햄리 CSIS 소장 및 CEO=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대외정책에 대한 발언을 많이 했지만 실제 행동은 전통적인 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동맹국과의 우호관계 유지에 있어 변함이 없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전 세계에 한·미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자는 공감대가 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남북 평화를 달성하려고 한다. 문 대통령이 과거 진보정부의 무조건적인 대북 관여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경제와 정치의 분리 ▶한·미 동맹 우선시 ▶북한 붕괴론 및 흡수통일 포기를 ‘스마트한 대북 포용 전략’의 핵심 원칙으로 삼을 것이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비핵화의 전통적 정의를 지금 바로 달성하기는 힘들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핵 동결 뒤 핵 폐기라는 2단계 해법, 비핵화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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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문 대통령은 대북 봉쇄책이나 유화책 하나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제3의 길을 추구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핵 동결-핵 폐기라는 문 대통령의 2단계 대북 접근법은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포괄적 접근법보다 현실적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북한에 속은 적이 있기 때문에 당사국들은 검증 가능한 동결에만 합의할 것이다. 우선 영변 지역으로 제한해 검증하고, 협상이 진행되면 그 외의 많은 지역에 숨겨놓은 핵물질과 핵무기를 검증하는 식으로 성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제이크 설리번(전 미 부통령 선임외교보좌관) 예일대 방문교수=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시아 정책은 곧 북한 정책이다. 미·중 관계에서도 북한 문제에 중국이 협조해 준다면 무역이나 남중국해 문제 등 다른 현안에서는 좀 더 조용히 있어 주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미국을 갖고 논다’고 생각하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시험하면서 이런 방법이 원하는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될 것이다. 동맹의 힘과 효과는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원포인트 레슨’도 했다.

▶햄리=이번 회담은 구체적인 디테일을 다루는 단계라기보다 신뢰를 구축하는 단계의 회담이다. 나올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양 정상 간의 신뢰관계 구축이다. 미국에서 이런 점에 기대를 걸고 있고,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리번=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한 뒤에 ‘문 대통령과 사업을 같이할 만하겠다’고 생각하면 성공이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아, 이제 이 관계를 어떻게 다룰지 알겠다’고 느끼면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토대로도 그것이 최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은 개인적인 이슈다. 초기에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난 뒤 갑자기 일본을 좋아하게 되지 않았나. 이는 아베 총리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지도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해당 국가에 대한 입장이 바뀐다. 두 정상 간의 역학관계가 정치 현안만큼이나 양국 관계에 중요할 것이다.

▶윤영관=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때 10년 동안 70만 개의 일자리를 약속했다. 이걸 보면서 ‘우리도 비슷한 것을 해야 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이는 동맹을 이어가는 건강한 방식은 아니다. 이런 경향이 유지된다면 동맹의 질 자체가 약화하고, 회복력도 약해지고, 동맹이 외부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김성한=‘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서 동일한 문제 인식의 틀을 공유한다’ ‘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 한배를 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전 세계에 전달해야 하는 첫 번째 메시지다. 또 한·미 동맹이 여전히 역동적이고, 강력하며, 미래지향적 동맹이라는 점을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해야 한다.

특별취재팀=차세현·정효식·이철재·유지혜·윤설영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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