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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퍼 “평양·워싱턴에 이익대표부 설치, 쿠바식 접근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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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CSIS 포럼 2017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핵 해법으로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쿠바식 접근법’은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평양과 워싱턴에 ‘이익 대표부(Interest Section)’ 개설이 핵심이다. ‘이익 대표부’란 정식 수교를 맺지 않은 국가의 외교 대표부로 준공관의 성격을 지닌다. 미국은 쿠바에 자국민의 여행을 금지하는 등의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도 양국에 ‘이익 대표부’는 유지함으로써 대화 채널을 열어두었다.

북핵 해법 기조연설 #“대화 채널 열어 내부 파열 만들어야 #미국에 영원한 적국은 없어” #북 선제공격론엔 “서울 위험해질 것”

클래퍼 전 국장은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견이 아니며 한·미 정상 간의 조율과 지역 내 다른 국가들의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익 대표부’ 설치를 통해 정기적으로 ‘상주하는(in-residence)’ 대화 채널을 개설함과 동시에 북한에는 외부 세상 정보와 연결되는 통로를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방법이 북한에 ‘부드러운 내부 파열’을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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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대표부 설치의 대가로 북한은 지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국은 지난 1994년 북한과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미 간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행동에 이르지는 못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2014년 매슈 토드 밀러와 케네스 배 등 억류된 미국인 두 명에 대한 석방 교섭을 위해 방북했을 때 북한 정찰국장, 국가안전보위부장과 나눈 대화를 언급했다.

그는 “북한 고위층은 한·미 군사력에 대한 피해망상증이 있으며,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사례를 통해 핵 능력이 생존을 위한 수단임을 확신하게 됐다”며 “자신들이 핵무기를 갖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들에게 신경을 써주지도 않을 것이며, 정권의 붕괴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는 북한에 있어 체면이자, 존재이며, 레버리지(수단)”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북한에는 리비아식이 아니라 쿠바식 접근법도 있으며,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처럼 “미국에 영원한 적(敵)은 없다”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선제공격에 대해서도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선제공격을 한다면 북한은 즉각 반응할 것이며, 말 그대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서울과 수도권 지역 2500만 명의 시민은 물론, 미 시민권자와 한·미 이중국적자 수천 명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에 대해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유일한 나라이고, 지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 찬성했지만 예외 규정을 이유로 북한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완충지대로서 북한이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미국이 지지하는 남한 주도의 통일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차세현·정효식·이철재·유지혜·윤설영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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