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능 절대평가 땐 전 과목 1등급 1만7000명 넘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6년간(2011~2016학년도) 수능 성적을 절대평가로 환산하면 전체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는 수험생 수는 최대 1만7000명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등 5개 대학이 올해 뽑는 신입생을 모두 합한 것(1만6587명)보다 많은 숫자다. 현행 상대평가에선 응시인원의 4% 이내에 들어야 1등급이 나온다. 절대평가가 되면 100점 만점에 90점만 받으면 1등급이 된다.

6년간 수능 점수로 시뮬레이션 #대통령 공약, 현 중3부터 시행 검토 #수능 쉬웠던 2012학년도 적용하니 #서울 상위 5개대 모집 정원 넘어서 #내신·면접 등 사교육 되레 늘 우려 #“창의적 인재 위해 절대평가” 반론도

중앙일보가 수능을 출제·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최근 6년간(2011~2016학년도) 수능 점수를 기준으로 절대평가 전환 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을 시뮬레이션했다. 이 작업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어·영어·수학·사회탐구(2개 과목)·과학탐구(2개 과목) 등 5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90점 이상)을 받는 학생은 최소 5354명(2011학년도 기준)에서 많게는 1만7375명(2012학년도 기준)이었다. 2012학년도에선 수능이 쉽게 출제돼 1등급 인원이 많았고, 2011학년도 수능은 어려워 1등급 인원이 적게 나왔다. 기존 상대평가를 기준으로 전 영역 1등급을 받은 인원이 가장 적었던 것은 2015학년도 1140명이었으나 이를 절대평가로 환산하면 1등급 인원은 13배 수준인 1만4830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지난 21일 성적이 공개된 6월 수능 모의평가(모평)에서 이미 나타났다. 6월 모의평가에선 영어에서 90점 이상을 받아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이 4만 명을 넘었다. 수험생 100명당 8명(8.1%) 비율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6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4만 명은 서울 소재 대학의 전체 모집인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렇게 되면 상위권뿐 아니라 중하위권에서도 영어에선 변별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1등급 인원이 늘어나 수능 변별력이 사라진다.

수능 절대평가는 지난해 한국사에 이어 올해 영어 영역에서 도입된다. 올해 중3이 대학에 가는 2021학년도부터 수능 전 영역에서 절대평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공약에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이르면 8~9월 절대평가 전환 여부 및 도입 시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일정 기준 이상만 성취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절대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뀌는 데 환영하는 의견도 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에선 모든 고교 생활이 수능에 맞춰져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라도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연근(잠실여고 교사)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도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EBS 교재를 푸는 데서 벗어나 학교생활에 좀 더 충실하고 자신의 진로 계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단점 충분히 검토 뒤 단계적 도입을”

하지만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면 대학은 선발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대학들로선 정시를 줄이고 수시를 대폭 늘리거나, 정시에서도 내신·면접·학생부 등을 다양하게 평가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급격한 변화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줘 사교육을 유발한다. 2021학년도 전체 영역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기보다는 영어 절대평가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한 후 단계적으로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민희·정현진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