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보이’ 박태환(28·인천시청·사진)이 6년 만에 출전하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포디엄(시상대)에 설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이 크다.
로마 국제수영대회 2관왕 #리우 전 종목 탈락 뒤 독하게 훈련 #세계 경쟁자와 대등한 구도 형성 #“6년 만의 세계선수권, 해볼만 해”
박태환은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막을 내린 세테콜리 국제수영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23일 자유형 400m(3분44초54)와 24일 자유형 200m(1분46초89)에서 우승했다. 자유형 800m는 8분04초31로 4위, 자유형 100m는 49초14로 8위를 했다.
특히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3분45초88)와 맥 호튼(호주·3분47초58)을 제쳤는데, 이들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 이 종목 메달리스트(호튼 금, 데티 동)다.
당시 예선 탈락했던 박태환이 1년 만에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 대등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다음 달 1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막하는 세계선수권(50m 롱코스) 입상을 예상하는 근거다. 박태환의 이번 400m 기록은 2015년 카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3위 기록에 해당한다.
기록뿐만 아니라 여건도 고무적이다. 박태환의 올 시즌 자유형 400m 최고기록은 지난달 기록한 3분44초38로, 시즌 4위에 해당한다. 1위는 쑨양(중국·3분42초16), 2위는 데티(3분43초36), 3위는 호튼(3분44초18)이다. 지난해 박태환의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3분44초26으로, 세계 7위였다. 올해와 기록상 큰 차이가 없는데도 랭킹은 세 계단이나 차이가 나는데, 이는 올림픽 입상자들 기록이 많이 떨어져서다.
대부분의 선수가 올림픽에 맞춰 몸 상태와 기록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그 이듬해에는 쉬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에서 전 종목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오히려 혹독하게 훈련했다. 그 결과 올림픽 때보다 컨디션이 더 좋다. 박태환은 “예전 전성기 때와 달리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어 체력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2주에 한 번 지구력 훈련을 추가해서 체력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지구력 훈련 덕분에 막판 스퍼트도 눈에 띈다. 이번 대회 400m 구간별 기록을 보면, 첫 50m 구간이 26초23으로 가장 빨랐고, 250~300m 구간이 28초82, 300~350m 구간이 27초85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350~400m구간을 26초81에 주파했다. 첫 50m 구간에 근접한 기록이다.
박태환에게 이번 세계선수권은 각별하다. 6년 만의 출전이기 때문인데, 2013년에는 훈련 부족 탓에, 15년에는 도핑 징계 탓에 불참했다. 박태환은 세계선수권에 세 차례(2007·09·11년) 출전해 금메달 2개(자유형 400m)와 동메달 1개(자유형 200m)를 목에 걸었다. 마지막 실전 모의고사를 마친 박태환은 대회 개막 때까지 로마와 대회지인 부다페스트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