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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기술·경험 노하우, 개도국에 전수하는 민간 외교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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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정보통신 등 5개 분야 #10년 이상 종사한 은퇴자 #7월 초부터 한 달간 모집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이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할 자문관을 7월 초부터 한 달 동안 모집한다. 매년 상·하반기에 약 50~60명씩 선정하는 NIPA 자문단은 국내의 퇴직 전문 인력을 개발도상국에 파견하는 사업으로 2010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았다. 선발된 자문관은 6개월~1년 동안 현지에 머물며 한국의 기술력을 전파하고 해당 국가와 우호 관계를 다진다.

자문관의 자격은 정보통신, 무역투자, 에너지 자원, 지역 발전, 산업기술 등 5개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했던 50세 이상 전문가다. 개도국에 대한 봉사정신이 있고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해 강의와 회의 등 업무가 가능하면 된다. 파견 대상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수원국인 베트남·캄보디아·우간다·과테말라 등 40여 개국이다. 2010년 시행 첫해 18개국 38명을 시작으로 2012년 22개국 76명, 2014년 28개국 105명 등 지금까지 약 580여 명의 자문관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해 왔다. NIPA 자문단은 올해 총 120명을 파견할 예정이며 한번 선정되면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별도의 임금 대신 항공·주거·보험 등 모든 활동 경비를 지급한다.

서울시 도시관리과장, 주택국장을 거친 도시계획 전문가 배경동(64·사진 왼쪽) 자문관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퇴직한 후 2015년 파라과이로 파견나가 사회주택 공급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주택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중남미 국가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파라과이는 가난한 나라지만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나눈다면 발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갔지만 나 역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자문관들은 자문 활동을 하면서 문화·역사도 배운다. 사진은 조 자문관과 볼리비아 원주민.

자문관들은 자문 활동을 하면서 문화·역사도 배운다. 사진은 조 자문관과 볼리비아 원주민.

석유화학 및 정유 분야 전문가로 2013년과 2015년 각각 아제르바이잔과 볼리비아에 파견을 다녀온 조인성(63·사진 오른쪽) 자문관은 산유국인 두 나라에서 1년씩 생활하며 기름·가스를 활용한 산업 정책에 대한 자문을 했다. 그는 “2011년 말 퇴직 후 해외 사업을 계획하던 중 NIPA 프로젝트를 알게 돼 지원했다”며 “개도국을 돕는 동시에 한국 기업이 현지 사업에 참여하는 기회도 넓힐 수 있어 봉사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개도국 관계자들은 이론 중심의 성공 사례보다는 한국이 여러 차례 겪은 실패 사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유럽과 미국 같은 기술 선진국이 이미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34년 현장 전문가인 내 눈에는 개도국에 진짜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술을 팔기 위한 사업이 많아 보였다”며 “실제로 볼리비아에서는 나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미 진행을 시작한 30조원 정도의 국가 프로젝트를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조 자문관은 “NIPA 프로젝트는 현장 경험이 있는 여러 분야의 기술 전문가들이 국제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며 “나 역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문단으로 1년 더 활동하기 위해 오는 8월 에콰도르로 출국할 예정이다. 자문관 지원은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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