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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방대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공개 신약 개발, 교육·창업 적극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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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ICT 기반 진료비 심사 시스템 #바레인 수출, 70여 개국에 전수 #심사 투명성·객관성 향상 위해 #의료계와의 소통에 더 힘쓸 것

국민이 적정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및 의료자원 정보를 관리하고 의료기관을 심사·평가하는 곳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다. 심평원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한 건강보험 40년의 의료보장체계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심평원 창립일(7월 1일)을 앞두고 올 초 취임한 김승택(63·사진) 원장을 만나 건강보험의 의미를 짚어보고, 심평원의 성과와 계획을 들었다.

심평원의 역할을 소개해 달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 제정에 따라 이듬해인 2000년 7월 출범했다. 심평원은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제대로 쓰였는지 심사하고 병원에서 받은 진료가 적정한지를 평가하는 기관이다. 진료비가 적정한지는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 내용을 보고 확인한다. 이를 보고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알려주고 공단은 이를 근거로 청구 비용을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일반적으로 진료 영수증에는 급여와 비급여 항목이 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에서 평균 60% 이상을 국가가 부담한다. 2015년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다.”
의료기관 평가는 어떻게 하나.
“진료비 심사뿐 아니라 진찰·수술·약제 사용 등 병·의원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의·약학적,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평가한다.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와 치료를 잘했는지 본다는 얘기다. 진찰·수술·약제 사용으로 환자의 병이 나아지고 있는지 의료행위별로 살핀다. 예를 들어 고혈압 환자의 투약 현황뿐 아니라 환자가 지속적으로 관리받는지 등을 관찰한다. 이렇게 평가한 결과를 주기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한다. 국민들은 병원의 의료 수준 등 평가 정보를 확인해 의료기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건강보험으로 적용해야 할 약제와 치료제를 심사하고 정부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건강보험 40주년을 맞았다. 어떤 의미가 있나.
“건강보험은 1977년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불과 12년 만에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게 된 보편적인 건강보험 서비스다. 건강보험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민 건강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양호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값싸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건강보험의 역사는 심평원의 역사이기도 하다. 심평원은 79년 전국의료보험협의회에서 시작해 국민건강 증진과 국민의료 수준 향상을 위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진료비 심사청구 결정 건수는 15억 건, 심사 금액은 73조원에 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했다.
“지난 3월 바레인과 국가건강보험시스템 개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심평원의 안정적이고 첨단화된 건강보험심사평가(HIRA)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한 첫 사례로 의미가 크다. 바레인이 155억원을 투자해 진행하는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성과이자 한국의 건강보험시스템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3년간 의약품 유통, 건강보험 정보 관리, 의료정보 활용 시스템 등을 바레인에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수출을 계기로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 중동 국가까지 이 시스템을 확산시킬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HIRA 시스템은 무엇인가.
“HIRA 시스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진료비 심사의 일관성·객관성과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시스템이다. 보건의료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국민의료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는 병원에서 처방하고 약국에서 조제할 때 의약품 안전사용 정보를 실시간 제공해 준다. 가령 임산부나 소아, 노인이 복용하지 말아야 하는 약, 중복처방 의약품 등과 같은 정보를 제공해 약물 오남용을 방지한다. 이 시스템과 정책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세계 70여 개국, 1000여 명의 보건 전문가가 심평원을 방문했고 지난 3년간 국제연수 과정을 통해 27개국 80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의료계도 ICT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의료서비스 체계도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의 조력을 받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더 높은 수준의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심평원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심평원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활성화를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양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8879억 건에 달한다. 심평원은 이 정보를 OPEN R&D센터를 통해 공개한다. 제약업계는 각종 신약을 개발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교육계에서는 연구 자료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은.
“우리나라는 올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다.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된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건강보장 기간도 지속돼야 하고 효율적인 재정 관리도 중요하다. 의료비가 더 많이 들기 전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들어가는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동네 병원에서부터 만성질환자를 잘 관리해 준다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의료기관이 환자를 잘 진료하고 관리하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평원 업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연계한 전자의무기록(EMR) 기반의 진료비 청구·심사 효율화,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한 가치기반 심사·평가 시스템의 수준을 계속 높여 나가야 한다.”
어떻게 심평원을 이끌어 나갈 생각인가.
“어느 때보다 소통이 중요한 한 해다.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다짐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심사의 투명성·객관성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달리 심평원의 심사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다. 불투명하고 주관적이라는 외부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모든 일은 의료계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진료비 심사 조정 사유나 각종 평가의 세부 내역을 더 많이 공개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의료인과 벌어진 간격을 좁혀 나가겠다. 의료인들과 심평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승택 원장=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19 8 8년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에 임용됐다. 충북대 의과대학장(1999~2001), 충북대 병원장(2003∼2006), 충북대 총장(2010∼2014)을 역임했다.

글=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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