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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명중오차 10m, 현무 - 2C 비밀은 ‘카나드’와 GP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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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시험 발사한 국산 신형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2C에는 공개되지 않은 비밀 코드가 숨겨져 있었다. 이 미사일은 그동안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을 훌쩍 뛰어넘은 성능을 보여줬다. 자주국방에 한발 더 접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했던 서해안 안흥의 ADD 종합시험장 관제센터에서는 미사일의 발사에서 미사일 탄두가 해상 표적을 맞히는 장면을 실내 대형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공개된 일부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참관한 지대지 미사일 #북 미사일 타격 ‘킬체인’ 핵심 수단 #전쟁지도부·핵시설 정밀타격 가능

이날 현무-2C 발사의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발사가 해상의 선박에서 이뤄졌다. 그동안 현무 미사일을 육상에서 발사해 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미사일을 해상에서 발사한 이유는 충분한 사거리와 안전을 위해서였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현무-2C는 사거리가 800㎞여서 안흥에서는 고각으로 발사해도 이어도 부근까지 날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DD는 안흥에서 북서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해상의 선박 위에서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450㎞를 날아 이어도 북쪽 60㎞ 해상에 떨어졌다. 이스라엘도 지난 3월 해상에서 사거리가 400㎞인 탄도미사일 LORA를 선박에서 시험발사한 적이 있다.

이번 현무-2C는 2단 로켓을 장착해 단분리 실험도 함께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영상을 보면 미사일이 발사될 때는 1단 로켓과 탄두가 결합된 형태였지만 해상 표적에는 탄두만 떨어졌다. 따라서 이 미사일은 발사 후 1단 로켓이 추진력을 제공한 뒤 분리됐고, 2단 로켓으로 탄두를 한 번 더 가속시켰다. 미사일 본체에서 분리된 1단 로켓이 육지에 떨어지면 민간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아예 서해상으로 나와 선박 갑판에서 발사한 것이다. 군 당국은 민간 안전을 위해 시험발사 전에 미사일이 비행하는 해상의 민간 선박을 소개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미사일의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도 영상으로 확인했다. 동영상을 보면 현무-2C 미사일은 450㎞를 비행한 뒤 해상에 설치된 주황색 사각형 표적 부표를 약간 비껴 떨어졌다. 표적 부표의 크기가 3∼4m인 점을 감안하면 미사일의 명중오차는 10m 이내였다. 이는 ADD가 정한 명중오차 기준보다 훨씬 정확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정도 명중오차면 실전에선 북한의 지휘소는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고 지하벙커에도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의 스커드B 미사일은 300㎞ 비행하는 데 오차가 450m∼1㎞여서 표적을 맞힐 수가 없다. 현무-2C의 정확도가 높은 이유는 우선 군용 위성항법장치(GPS)을 장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도 신형인 스커드-ER에 상용 위성항법장치를 장착해 오차가 190m로 향상시켰다. 그러나 현무-2C보다는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현무-2C의 정확도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탄두에 부착된 카나드라는 보조날개 덕분이다. 이 카나드는 탄두를 표적에 정확하게 유도해 준다. 북한이 지난 5월에 발사한 신형 스커드-ER에도 현무-2C와 유사한 카나드가 부착돼 있다.

현무-2C의 사거리 확장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미사일은 제주도에서 북한 지역 끝까지 타격이 가능하지만 1, 2단 로켓을 보강하면 사거리를 확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적용하지 않았다. 현무-2C의 탄두 모양(사진)이 뾰족하다는 점이 말해 준다. 미사일이 우주로 나갔다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려면 탄두 끝이 둥근 모양이어야 공기마찰열을 줄일 수 있다. 동영상을 보면 현무-2C의 이동발사대는 새로운 모델이었다. 현무-2C가 2B보다 길어진 만큼 이동발사대 차량도 커져 바퀴 축이 5개고 바퀴가 10개(5축 10륜)였다. 기존의 현무-2B의 이동발사대 차량은 4축 8륜형이다.

이번에 발사된 현무-2C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타격수단이 될 전망이다. 북한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두기 때문에 백두산 인근 등 북한 후방 지역의 미사일 기지나 이동발사대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또한 북한의 전쟁지도부와 주요 군사시설, 핵시설 등을 골라서 정교하게 파괴할 수 있다. 앞으로 2번의 추가 시험발사를 거쳐 내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킬체인 수단으로 현무-2C를 포함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 1000기 이상 확보할 전망이다. 여기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타우러스와 슬램-ER 500기를 더하면 강력한 킬체인 능력을 갖추게 된다. 타우러스는 F-15K 등 전투기에서 발사돼 500㎞를 비행한 뒤 표적을 3m 이내의 오차로 맞힌다. 여기에 26일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에 배치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재즘(JASSM)을 더하면 북한에 대한 전략적 타격력이 더 강력해진다. 주한미군 F-16에 1차적으로 10발 장착될 재즘은 최대 370㎞ 거리에서 발사돼 3m의 명중오차로 표적을 타격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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