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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한의 태권도 강점은 뭐냐"고 물었더니 박영칠 ITF 단장의 대답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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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0개 동작이라는 거는 온몸의 여러 구체적인 부분을 다 가동시켜야만이 될 수 있다는 의미 아닙니까. 건강 단련에 좋다는 얘기죠."
26일 오후 2시40분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도청 공연장. 짧은 스포츠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박영칠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장의 말이다.

"동작만 3200개, 건강 단련 좋아" #26일 전북도청서 WTF와 합동 공연 #6·15전북본부 등 '백의민족' 상징 흰옷 입고 관람 #한반도기도 준비…무주선 환영 현수막도 걸어

박영칠(검은 정장) 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살피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박영칠(검은 정장)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살피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그는 '북한 태권도의 장점이 뭐냐'는 물음에 "딱 그렇게 결정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라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국제태권도연맹 태권도는, (남한이 주도해온 세계태권도연맹과) 비교해서 얘기해야 되갔는데 비교하기는 그렇고. 매우 동작 수가 다양하고…. 지금 우리 동작 수가 3200개가 되니까 많아요"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영칠(검은 정장) 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살피고 있다. 북한 선수들이 격파에 쓰일 기왓장을 점검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박영칠(검은 정장)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살피고 있다.북한 선수들이 격파에 쓰일 기왓장을 점검하고 있다.전주=김준희 기자

공연장에는 박 단장이 이끄는 북한 국적의 ITF 시범단과 남측의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 관계자 등 60여 명이 이날 5시 예정된 시범 공연에 앞서 각자 동작과 동선 등을 맞추고 있었다.

박 단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북한 태권도는) 구성 요소도 매우 구체적이고 이론적으로도 매우 째여 있다"고 말했다. '째여 있다'는 체계적이라는 뜻이다.

박영칠(검은 정장) 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살피고 있다. 북한 선수들이 격파에 쓰일 기왓장을 점검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박영칠(검은 정장)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살피고 있다.북한 선수들이 격파에 쓰일 기왓장을 점검하고 있다.전주=김준희 기자

박 단장은 "구성 요소에서도 기본 연습, 틀(품새), 맞서기(겨루기), 호신, 단련까지 구성이 매우 째져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ITF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남측 태권도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원래 강점이라고 하면 어떤 비교에서 나와야 되갔는데 어느 걸 비교하기는 그렇고 난 내 것만 아니까"라며 웃어 보였다. 기자가 박 단장에게 다시 "어제(25일)는 6·25 때문에 관광 일정을 취소했냐"고 묻자 그를 전담하는 국정원 요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불편해 하시니까"라며 인터뷰를 막았다.

박영칠(검은 정장) 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둘러보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박영칠(검은 정장)ITF 태권도 시범단장이 26일 WTF와 합동 공연이 예정된 전북도청 공연장 무대를 둘러보고 있다.전주=김준희 기자

전주 라마다호텔에 묵고 있는 ITF 시범단은 당초 25일 전북 부안의 새만금홍보관을 방문한 뒤 현지에서 점심을 먹고 군산 고군산군도와 근대역사박물관을 둘러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갑자기 일정을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WTF 관계자는 "전날이 6·25전쟁 67주년이어서 북측 시범단이 관광을 하기에는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검은 양복 차림의 박 단장의 왼쪽 가슴에는 북한 인공기 배지가 달려 있었다. 그는 직접 무대에 올라가 격파 동작 등을 리허설 중인 ITF 선수단에게 뭔가를 지시하거나 남측 WTF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앞서 ITF 시범단 30여 명을 태운 버스는 오후 2시20분쯤 전북도청 공연장에 도착했다. 나일한 단장 등 남측 WTF 시범단 30여 명이 공연장에 먼저 도착한 지 1시간 뒤였다.

6.15전북본부 등이 지난 23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 방문을 환영하며 전북 무주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사진 6.15전북본부]

6.15전북본부 등이 지난 23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 방문을환영하며 전북 무주 도로변에내건 현수막. [사진 6.15전북본부]

이날은 ITF 시범단이 방한한 이후 처음으로 남북 태권도 시범단의 합동 공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는 남북이 각자 시범 공연만 하고 합동 무대는 불발됐다.

김기삼 WTF 간사는 "합동 공연이라는 게 합을 맞춰서 하는 건데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에 각자 시범을 하고 필요하면 (남북이) 서로 기술만 얘기하고 협조해서 마지막에 5분 이내로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합동 공연을 기반으로서 얘기하면 ITF에서 손동작을 지정해서 저희(남측)에게 알려주고 본인들이 구령을 넣고 같이 하고 저희는 몇 가지 발동작을 지정해서 서로 기합을 넣고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민노총이 지난 23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 방문을 환영하며 전북 무주 도로변에 내건 현수막. [사진 6.15전북본부]

민노총이지난 23일 북한 태권도 시범단 방문을환영하며 전북 무주 도로변에내건 현수막. [사진 6.15전북본부]

WTF와 ITF는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다. WTF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ITF 시범단이 시범 공연을 펼친 건 사상 처음이었다.

이는 두 단체가 2014년 8월 유스올림픽이 열린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의정서를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 태권도 시범 공연이 국내에서 열린 건 2007년 4월 춘천·서울 공연 이후 10년 만이다.

전북도민들도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방문을 반겼다. 전북겨레하나 등 도내 101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전북본부는 이날 흰색 상의를 입고 '한반도 단일기'를 흔들며 북측 시범단 공연을 관람할 계획이다.

흰 옷은 한민족의 별칭인 백의민족(白衣民族)과 '우리는 하나'를 상징한다는 게 6·15전북본부 측의 설명이다. 한반도기는 흰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지도를 그려 넣은 깃발로 1991년 일본 지바(千葉)현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이 처음 사용했다.

방용승 6·15전북본부 대표는 "북측 시범단에 특별히 환영의 뜻을 드러내기가 어려워 어린이·청소년 포함해 300여 명이 흰색 옷을 같이 입고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관람하기로 했다"며 "'더 이상 남북이 갈등·대립하지 말고 서로 화해하고 평화 통일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앞서 6·15전북본부를 비롯해 가톨릭농민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YWCA협의회 등 남측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3일 무주 나들목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태권도원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에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의 새 시대로 힘차게 전진합시다' '통일의 염원을 담아 북녘 동포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한편 지난 23일 김포공항에 8박9일 일정으로 입국한 ITF 시범단은 오는 28일 서울 국기원, 30일 무주 대회 폐회식 무대에 오른 뒤 다음 달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다. ITF 시범단은 장웅 IOC 위원 등 임원 8명과 태권도 시범단 28명으로 구성됐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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