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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풀의 씨앗 블랙커민시드, 인체 염증 예방하는 ‘천연 항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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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수퍼푸드 이슬람 경전 하디스에 ‘죽음을 제외한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고 쓰여진 이 있다. 바로 흑종초의 씨앗인 ‘블랙커민시드(Black cumin seed)’다. 히포크라테스와 클레오파트라가 건강과 미용을 위해 즐겨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집트의 특효약’ ‘지중해의 검은 보석’이라고 불린다. 고대 이집트와 중동 지방에서는 2000년 넘게 약초로 쓰이며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항염증을 비롯해 항산화·항암 등 다양한 효능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블랙커민시드가 새로운 수퍼푸드로 떠오르고 있다.

블랙커민시드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1년생 풀의 씨앗이다. 고대 이집트와 중동 지방에서는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명약’으로 사용됐다. 민간요법으로 감염·감기·치통·편두통 등 각종 질환 치료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WHO, 호흡기질환 치료 효과 인정 

블랙커민시드는 단순히 민간요법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5년 블랙커민시드에 대해 ‘상부 호흡기질환 치료제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독성 식물 데이터베이스(poisonous plant database)’에는 ‘브롬산칼륨(KBrO3)으로 유도된 발암 초기에 개선 효과가 있다’고 등재됐다. 블랙커민시드의 성분이 항산화·항염 작용을 해 강력한 화학적 예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블랙커민시드에 대한 연구논문은 전 세계 940여 건에 이른다. 다른 씨앗류인 치아시드(140여 건), 햄프시드(250여 건)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다.

블랙커민시드가 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티모퀴논’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티모퀴논은 블랙커민시드에서 추출한 오일에 함유된 성분으로, 항암·항염·항당뇨·항고지혈증·항균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항염 효과’다. 염증은 아토피·크론병·치주염·피부염·관절염·췌장염·위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은 물론 당뇨병·고혈압·심혈관계질환·암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혈액 속 염증물질 수치가 정상인보다 세 배 정도 높다”며 염증이 우울증을 초래한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염증에 기인하는 기전을 줄이는 것이 모든 병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염증은 한마디로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방어 반응이다.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독성 물질을 비롯해 나쁜 식습관이나 스트레스도 우리 몸에 염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유해물질이 우리 몸에 침입하면 면역세포의 방어활동으로 염증 반응이 나타난다. 우리 몸의 상태가 좋거나 침입 물질이 적을 때는 정상으로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염증성 단백질이 생성돼 축적된 후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 염증성 장 질환,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질병으로 이어진다. 만성적인 염증은 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블랙커민시드의 티모퀴논 성분은 ‘천연 항염제’ 역할을 한다. 티모퀴논은 다양한 염증성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 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을 제거한다. 염증 매개체인 IL1·IL6와 염증을 일으키는 체내 COX-2(사이클로옥시게나제-2) 효소를 억제해 염증을 예방한다. 항염을 비롯해 항암·항당뇨·항관절염 등 천연 치료제로 티모퀴논의 다양한 효능이 언급되는 이유다.

티모퀴논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대표적인 염증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서 증상 개선의 효과를 보였다. 2011년 ‘식물요법연구(Phytotherapy Research)’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30~54세 류머티즘 환자 40명에게 한 달간 매일 블랙커민시드오일 500㎎짜리 캡슐을 두 알씩 투여했더니 류머티즘 지표인 ACR20, EULAR이 각각 42.5%, 30% 감소했다.

티모퀴논의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도 있다. 2008년 미국암연구학회에서는 티모퀴논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암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키멀암센터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췌장암 세포주에 티모퀴논을 주입한 결과, 암세포의 약 80%가 사멸했다. 췌장암 동물실험에서는 종양의 크기가 67% 감소했다. 해당 연구진은 “염증은 다양한 고형암의 발병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는데, 췌장암 역시 만성 췌장염과 관련돼 있다”며 “티모퀴논은 염증을 완화시켜 췌장암 발병을 예방한다”고 밝혔다.

먹기 간편한 캡슐형 제품 선봬

블랙커민시드에는 티모퀴논 성분 외에도 단백질·비타민B1·칼슘·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오메가3 및 올레산·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도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지방을 줄이고 체내 인슐린 수치를 조절한다.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늦추고 2형 당뇨병 관리에 장기적인 도움을 준다.

인도 약전(Unani pharmacopoeia of India)에 따르면 블랙커민시드는 하루 1g을 섭취하는 것이 적절하다. 티모퀴논 성분은 휘발성으로 공기 중에 쉽게 산화돼 일반적인 오일 형태보다 캡슐 형태로 가공해 먹는 것이 안정적이다. 최근에는 캡슐로 블랙커민시드오일을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또 가급적 터키산으로 만든 제품이 좋다. 미국·인도·이집트산에 비해 리놀렌산 함량이 높아서다. 특히 오일 추출 과정에서 열을 가하면 지방산이 파괴되기 때문에 냉압착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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