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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원장, 구글ㆍ페이스북 빅데이터 독점 조사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구글ㆍ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의 빅데이터 수집ㆍ활용 과정에서 독점 논란이 없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빅데이터 산업 독점 논란 조사" 전화 인터뷰 #구글ㆍ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 조사 불가피 #인공지능(AI) 등 산업 전반을 좌우할 빅데이터 #네트워크 효과로 선발주자의 승자독식 가능성 #일본ㆍ독일ㆍ미국도 빅데이터 독점 주요 이슈 #"자국 기업 보호 목적" 시비 피하는 것도 중요

김 위원장은 25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미래 산업, 특히 빅데이터 연관 산업은 ‘네트워크 효과’로 선발 주자가 독점적 지배력을 확보하기 쉽다”며 “IT 대기업들의 빅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이를 활용한 산업에서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빅데이터 관련 조사에 팔을 걷어붙인 건 글로벌 IT 산업의 지형 변화와 무관치 않다. 최근 2, 3년 사이 구글ㆍ아마존ㆍ애플 등 미국 IT 공룡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다. AI 산업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향후 스마트폰ㆍ가전 등 하드웨어는 물론 자율주행 차량과 사물인터넷(IoT) 시장 전반을 좌지우지하게 될 거란 게 IT 업계의 전망이다.

문제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한번 빅데이터 관련 시장을 놓치면 후발 주자에겐 좀처럼 이를 만회할 기회가 오지 않을 거란 점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서비스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 질이 좋아지고, 그래서 이용자가 다시 늘어나는 연결 고리다. 빅데이터 관련 산업도 더 많은 빅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더 나은 서비스를 내놓고, 이 때문에 이용자가 증가해 다시 데이터 수집량이 늘어나는 전형적 ‘네트워크 효과’ 산업이다.

구글처럼 빅데이터 관련 투자를 장기간 해 온 글로벌 기업이 세계 패권은 물론 국내 시장까지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 역시 이런 우려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특정 기업명을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못박으면서도 “혁신을 주도한 기업이 시장 초기 단계에서 초과 이윤을 누릴 순 있겠지만, 그 이윤이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면 시장의 동태성을 진단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 세금으로 구축한 이동통신망을 아무 비용도 내지 않고 이용해 정보를 싹쓸이하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에서 빅데이터 수집량으로 독보적인 구글은 공정위의 집중 조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구글은 이미 ‘앱 선탑재’ 논란과 ‘삼성에 대한 운영체제(OS) 개발 방해’ 혐의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전자는 안드로이드 OS에 자사의 기본 앱을 깔아놓아 다른 앱의 진출을 막았는지를, 후자는 삼성전자와 ‘모바일 앱 유통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새 OS를 개발할 수 없다”는 항목으로 삼성의 OS 개발을 막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법조계는 공정위의 빅데이터 관련 조사가 시의적절한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AI 등 빅데이터 기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깊이있는 연구를 통해 경쟁 당국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독점을 우려해 글로벌 기업의 진출을 지나치게 저해했다간 우리만 IT 시장서 고립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시장을 마냥 내버려뒀다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뿌리를 내릴 기회도 잡지 못할 수 있다”며 “창의적 경쟁을 촉진시키면서도 국내외 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묘수를 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公正取引委員会 )는 최근 빅데이터 공정경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쟁당국이 최근 페이스북을 개인정보 침해 혐의로 제재하고 나섰고 미국의 경쟁당국이 관련 컨퍼런스를 대대적으로 여는 등 빅데이터는 주요국 경쟁당국의 핵심 이슈”라고 전했다.

이런 공정위의 대응이 자칫 “한국 IT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는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도 공정위의 숙제다. 김 위원장은 “미래 산업에서 공정한 경쟁 기반을 구축하려는 목적이지, 특정 기업을 끌어내리거나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조사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제 통상 분쟁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를 고려하되 국내 법과 체계 안에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정위가 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을 조사할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췄느냐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미래 산업을 선도할만한 역량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의 산업 변화는 점진적인 것이 아니라 퀀텀 점프 수준의 급격한 변화”라며 “고시와 같은 기존 관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배경을 가진 기술 인력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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