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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지 말고 공방 가서 손으로 배워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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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16면

▶마르셀 반더스  1988년 네덜란드의 아른헴 아트 스쿨을 우등 졸업한 후 95년 암스테르담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열었고 2001년 ‘모오이(Moooi)’를 세웠다. 2006년 엘르 데코레이션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는 그를 올해의 디자이너로 뽑았다. 2007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첫 개인전을 선보인 이후 2009~2010년 필라델피아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는 “사랑이 가득한 환경을 조성하고, 열정을 갖고 살며, 가장 흥미진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마르셀 반더스 1988년 네덜란드의 아른헴 아트 스쿨을 우등 졸업한 후 95년 암스테르담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열었고 2001년 ‘모오이(Moooi)’를 세웠다. 2006년 엘르 데코레이션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는 그를 올해의 디자이너로 뽑았다. 2007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첫 개인전을 선보인 이후 2009~2010년 필라델피아 뮤지엄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는 “사랑이 가득한 환경을 조성하고, 열정을 갖고 살며, 가장 흥미진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카펠리니가 제작한 매듭 의자.

카펠리니가 제작한 매듭 의자.

네덜란드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54)에게 국제적 명성을 가져다준 것은 매듭 의자(Knotted Chair)다. 수작업으로 편조된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 섬유 로프를 손으로 매듭짓고 이것을 에폭시 수지에 담근 뒤 프레임에 걸어 자연 건조시켜 형태를 만든다. 매듭으로 연결된 시트 패턴은 아무리 무거운 사람이라도 지탱해내는 공간 프레임 구조를 형성한다. 매듭 의자는 1996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네덜란드 디자인 그룹 ‘드로흐(Droog)’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첨단 하이테크 소재와 제작기술의 접목, 가벼워 보이지만 내구성이 강하다는 장점 덕분에 그는 대번에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됐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서 만난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

5년 후인 2001년 공동 창립자이자 아트 디렉터로서 ‘모오이(Moooi)’를 설립한 그는 50명이 넘는 디자이너와 함께 루이 비통 그룹·알레씨·푸마·스와롭스키·KLM·구글·바카라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2000가지가 넘는 제품 디자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건축가 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미국 마이애미의 몬드리안 사우스 비치 호텔, 바레인의 빌라 모다 플래그십 스토어, 독일 본의 카메하 그랜드 호텔, 그리고 오는 9월 오픈하는 도하의 몬드리안 호텔을 기획했다.

최근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그를 만났다. 루이 비통이 새 ‘오브제 노마드(Objets Nomades)’ 컬렉션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그는 2015년부터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디자이너로 합류했다. 160년 넘게 이어온 브랜드 철학인 ‘여행의 예술(Art of Travel)’을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재해석하는 컬렉션이다. 최고급 소재로 극도의 장인정신(savoir-faire)을 부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19세기 말 네오 로코코 양식의 팔랏조 보코니에서 만난 그는 크고 훤칠한 외모, 서글서글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매에 최고급 카푸치노가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도하 몬드리안 호텔의 아트리움

도하 몬드리안 호텔의 아트리움

루이 비통의 라운지 체어(접힌 형태)

루이 비통의 라운지 체어(접힌 형태)

루이 비통의 라이프스타일 로킹 체어

루이 비통의 라이프스타일 로킹 체어

루이 비통의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루이 비통의 라이프스타일 스크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어떤 행사인가.
“매년 열리는 디자이너들의 경축행사다. 우리는 이 행사를 위해 연간 계획을 짜고, 여기 모여 이벤트에 참여하고, 인터뷰를 하고,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 계속되는 파티에서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시기는 하지만. 하하. 이 기간 동안 작년에 해온 일들을 마무리하고 다음 한 해를 기획한다. 디자이너들의 달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인 셈이다.” 
올해는 몇 개 업체와 협업을 했나.
“5개 정도다. 실제로는 더 많은 회사들과 함께 했지만 모든 작업이 이 기간에 소개되지는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많은 프로토타입 작업을 한다. 1년에 10개 정도면 많이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브랜드와 지역의 작은 브랜드와의 협업 간에는 차이가 있나.
“내가 디자인하는 모든 제품은 내 아이들이다. 나는 이들의 엄마고 회사는 아버지다. 창의적인 유전자를 가진 엄마로서 나는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아버지, 즉 좋은 제품을 제작할 회사를 찾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디자인과 제품의 가치를 알고 주의를 기울이며 심혈을 다해 제작하고 판매하는 회사와 손을 잡는 것은 아이를 잘 키우려는 아버지를 만나는 것과 같다. 그런 면에서 루이 비통은 환상적인 아버지다. 가방과 의상 등 많은 것을 만들고 있어서 대중들은 패션 컴퍼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에는 영속성이 있는 회사다. 유행이 지났다고 해서 루이 비통의 제품을 버리는 사람은 없지 않나.”
당신에게 루이 비통은 어떤 의미인가.
“루이 비통은 브랜드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다. 형태와 기능, 소재, 장인정신,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정신과 연결 짓는 방법을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 세월 동안 하우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여행’이라는 주제에 접근, 트렌드를 만들고 리드해왔다. 훌륭한 유산과도 같은 공예에 대한 사랑을 높은 퀄러티로 보여주는 이상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공예를 중요시하는 회사와 손잡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럼 여행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여행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여행은 끊임없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영감을 주며 놀라움을 선사한다. 배낭처럼 포갤 수 있는 긴 의자는 유동적인 현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한다. 여정을 통해 끊임 없이 자기 자신을 잃고 또 되찾는 과정의 균형을 표현한다. 여행 중 변하는 것은 풍경보다 우리 자신이다. 이것이 바로 여행의 정수다.”

"젊은 디자이너, 학교의 울타리 벗어나지 못해 안타까워"

마르셀 반더스의 디자인에는 인류애가 담겨있다. 기계화로 잃었던 인간의 손길을 디자인으로 되돌려 놓자는 주장이다. 장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스며든,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또 해학적이다. 수공예 기술과 장식에 대한 탁월한 감각으로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종종 자극적이고 도발적이어서 대중의 의견을 대립시키지만, 자신만의 대담한 독창성과 인간 정신을 고양시키는 탐구력은 놀랍기만 하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말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의견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스스로의 작품을 ‘예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실습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공간”이라 부르는 젊은이들의 스튜디오가 성장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기 때문”이며 “연구하지 않고 학교 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모오이의 찰스턴 의자

모오이의 찰스턴 의자

피암의 롤리팝 거울

피암의 롤리팝 거울

바로비에 앤드 토소의 스탠드 램프

바로비에 앤드 토소의 스탠드 램프

디자인을 할 때 형태와 기능 중 무엇을 먼저 고려하나.
“인류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리서치를 통해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비전을 창출하며 디자인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덕분에 기능보다 형식을 먼저 생각한다. 예를 들어 루이 비통의 작품을 디자인할 때는 사람의 형체를 출발점으로 두고 몸을 기댔을 때의 움직임과 위치에 집중했다. 또 공간에 잘 어울리면서도 사용자에게 의미있게 연결될 수 있는 작품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공예와 대량생산품은 어떤 차이가 있나.
“요즘은 많은 가구를 컴퓨터화된 기계로 만드는데, 이런 경우에도 첫 모델은 손으로 제작하고 그 다음에는 대량생산을 위해 기계화시키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공예와 대량생산은 서로 배울 수 있다.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예는 많은 부분이 컴퓨터로 대체됐고 컴퓨터 디자인은 생산 체계의 한 부분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수공예품을 좋아하는데, 완벽하지 않은 형태나 마무리에도 인간미가 배어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종종 기계로 만든 제품과 수공예품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컴퓨터 랜더링은 잘 하지만 제품 제작에 대한 지식이 없다. 진심으로 충고한다.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공방이나 작업실을 방문해 재료에 관한 지식과 제작 경험을 얻으라고. 재료를 망치로 때리거나 톱으로 잘라보라. 손으로 배워야 한다. 실수로 상처가 생겨 피가 나더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어렵다. 학생들의 스케치를 보면 종종 재료에 대한 지식이나 공간 감각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컴퓨터만 사용해서 렌더링을 하다보면 실 사이즈에 대한 감각이 없어진다. 한 학생이 컴퓨터로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제작을 해 보니 실물보다 50%가 축소된 제품이 나왔다. 이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디자이너는 재료의 특성을 잘 알고 제작의 노하우를 터득해야 한다. 만일 이런 일이 싫다면, 다른 일을 해라.” ●

밀라노 글 김성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  사진 모오이·마르셀 반더스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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