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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파일] 고래 Whale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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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Whales

 아름다운 ‘고래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 혹등고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국제자연보호연맹·국제포경위원회·세계자연기금]

 아름다운 ‘고래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 혹등고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국제자연보호연맹·국제포경위원회·세계자연기금]

바다에서 수중생활을 하는 커다란 포유동물이다. 육지에 살던 동물이 약 6000만 년 전 진화 과정에서 바다로 되돌아가 지금의 모습으로 적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에는 흰긴수염고래·밍크고래·범고래·큰돌고래·쇠돌고래·상괭이 등 100종에 가까운 고래가 있다. 
대왕고래로도 불리는 흰긴수염고래 중 남반구에 사는 것은 몸길이가 약 33m, 몸무게는 약 179t에 이른다. 반면 한반도 주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상괭이는 몸길이가 1.5~2m에 불과하다.

진화 과정에서 바다로 되돌아간 포유동물 #세계 100여 종…1986년에 상업 포경 금지 #국내선 우연히 그물 걸린 고래는 유통 허용 #불법 포획·유통도 많아 DNA 검사로 적발 #해외에선 방향 잃고 육지 밀려와 떼죽음도 #수중탐지기 등 바다 속 소음에 청각 상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인류가 신석기부터 고래를 잡았음을 보여준다. [중앙포토]

울산 반구대 암각화. 인류가 신석기부터 고래를 잡았음을 보여준다. [중앙포토]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를 잡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여기에서 보듯 인류는 신석기시대부터 바다로 나가 고래를 잡았다. 포경(捕鯨·고래잡이)의 역사는 이처럼 오래됐지만 고래 숫자를 위협할 만큼 많이 잡지는 못했다.

반구대 암각화를 옮긴 그림. 여기저기 고래가 눈에 띈다. [중앙포토]  

반구대 암각화를 옮긴 그림. 여기저기 고래가 눈에 띈다. [중앙포토]  

기술이 크게 발전한 17세기부터 유럽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고래를 잡아들였다. 포획한 고래의 지방층을 끓여 고래 기름을 만들었다. 고래 기름은 윤활유, 붉을 밝히는 기름으로 쓰이거나 비누·마가린·화장품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전 세계 바다의 고래는 300여 년 만에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

1970년대 울산 장생포항에 잡혀온 고래를 아이들이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다. 당시 이곳에선 20여 척의 포경선이 잡아온 고래가 매일 5~6마리씩 팔려 나갔다. [중앙포토]

1970년대 울산 장생포항에 잡혀온 고래를 아이들이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다. 당시 이곳에선 20여 척의 포경선이 잡아온 고래가 매일 5~6마리씩 팔려 나갔다. [중앙포토]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상업적인 포경을 1986년 이후론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IWC 결정에 따르지 않고 포경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도 과학연구를 핑계로 내세우며 계속 고래를 잡고 있다. 2015년 12월에서 2016년 3월 사이에 일본은 남극해에서 333마리의 밍크고래를 잡았고, 2017년 초에도 다시 333마리를 잡았다. 한국 정부도 2012년 일본처럼 과학적 포경을 추진했으나 국내외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고래 불법포획에 사용된 날카로운 작살.

고래 불법포획에 사용된 날카로운 작살.

국내에서는 여전히 고래 고기가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다. 대부분 혼획으로 잡힌 고래들이다. 작살 등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잡는 대신에 미리 쳐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려 죽는 경우를 혼획이라고 한다. 혼획으로 잡힌 고래는 해양경찰에 신고한 뒤 경매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 울산이나 경북 포항 등지에서는 시장에서 고래 고기 자체를 판매하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하지만 고래 고기 유통을 허용하다 보니 불법 유통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연간 유통되는 밍크고래는 240마리 분량이다. 이중 혼획되는 것이 80마리 정도이니 나머지는 불법 포획에 해당한다.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 [사진 인천 해경]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그물에 걸린 밍크고래 [사진 인천 해경]

해경에서는 고래의 불법 포획·유통을 막기 위해 혼획된 고래에서 DNA를 채취한다. 채취한 고래 DNA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미리 만들어 둔다. 고래 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창고를 주기적으로 단속해 보관 중인 고래 고기에서 채취한 DNA와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DNA를 비교한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DNA가 검출됐다면 불법포획이나 불법유통이 이뤄졌음을 알아낼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11~2016년 6년 동안 1만1816마리가 혼획됐다. 연평균 1969마리, 하루 5.4마리 꼴이다. 혼획된 고래 중에는 ‘토종 돌고래’라고 하는 상괭이가 8672마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참돌고래가 2314마리, 밍크고래가 481마리였다. 상괭이는 2005년 고래연구센터 조사에서 개체수가 3만5000마리에 이르렀으나 2011년에는 1만3000여 마리로 급감했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상괭이 혼획을 막기 위해 상괭이가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어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포항지역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중앙포토]

포항지역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중앙포토]

울산에서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래가 헤엄을 치는 것을 구경하는 고래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넓은 동해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 떼를 바라볼 수도 있다. 2015년 고래바다여행선은 총 184회 운항해 4만 명의 관람객이 이용했다. ‘2016 울산고래축제’가 열린 지난해 5월 26~29일 나흘 동안 67만 명이 축제 현장을 방문했다. 또 2015년 한해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도 44만4849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고래문화특구 울산 장생포에서 열린 울산고래축제. [중앙포토]

지난해 고래문화특구 울산 장생포에서 열린 울산고래축제. [중앙포토]

한편 고래가 방향을 잃고 육지로 밀려와 목숨을 잃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두머리를 잘 따르는 고래의 특성 탓에 우두머리가 어쩌다 잘못 판단하면 떼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적군의 잠수함이나 수중 물체를 수색할 때 잠수함이 사용하는 수중 음파 탐지기(SONAR)에서 발사하는 강력한 음파가 고래의 청각을 파괴한 탓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05년 호주 서부 버셀턴 부근 돌핀만(灣) 해변에 몰려든 흑범고래 70여 마리를 돌려보내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바다로 밀어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5년 호주 서부 버셀턴 부근 돌핀만(灣) 해변에 몰려든 흑범고래 70여 마리를 돌려보내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바다로 밀어내고 있다. [중앙포토]

실제로 수중 음파 탐지기 등에서 발생하는 바다 속 소음 탓에 많은 고래가 청력을 잃어가고 있다. 2012년 7월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소나 등 군 장비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연간 25만 마리 이상의 고래·돌고래 등이 청력을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히 상실하고 있으며 갈수록 그 숫자가 늘고 있다고 추산했다.

음파탐지기 이외에 선박의 엔진, 수중 무기, 석유·가스 탐사용 산업장비 등도 바다 속 소음을 일으킨다. 미 해군은 태평양·대서양 해상 작전을 늘릴 경우 청력을 상실하는 고래 등이 연간 100만 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과거 포경으로 고래를 멸종위기로 내몰았던 인류가 이제는 수중 소음으로 고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고래 관련 기사

관련도서

『고래의 노래』
남종영 지음 ∣ 궁리

고래의 종류와 생태, 포경의 역사 등 고래와 관련된 다양한 사실들을 쉽게 풀어놓은 책. 국내 사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진과 그림 등 풍부한 자료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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