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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아이 때려 죽인 진돗개 숭배 단체 교주 징역 13년, 방관한 엄마는 10년형

중앙일보

입력

주걱으로 세 살 배기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일명 ‘진돗개 숭배 단체’ 일당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사건 당시 엄마 최씨가 가짜로 실종 신고를 해 실종 아동 찾기 포털에 올라온 김군의 모습. [중앙포토]

사건 당시 엄마 최씨가 가짜로 실종 신고를 해 실종 아동 찾기 포털에 올라온 김군의 모습. [중앙포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2014년 7월 7일 김모군을 주걱으로 폭행해 사망케 한 김모(54)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아이가 김씨에게 맞는 동안 이를 방관하고 아이가 사망한 후에는 시신을 야산에 파묻는 일을 돕기까지 한 친엄마 최모(41)씨는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시신 유기 과정에 가담한 '진돗개 교인' 이모(49)씨는 징역 3년을, 안모(55)씨, 김모(71)씨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악귀 씌였다"며 주걱으로 아이 때려 #사망하자 실종된 것으로 허위 신고 #재판부 "피고인 죄질 매우 나쁘다"

최씨는 2014년 2월쯤 함께 살던 남편을 떠나 김군과 그 누나인 여섯 살짜리 딸을 데리고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빌라에 입주했다. 이 빌라에서는 교주 노릇을 하던 김씨를 비롯한 교인들이 진돗개 열댓 마리를 키우며 집단 생활을 하고 있었다. 처음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진돗개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 숭배하는 단체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주민들도 “커다란 개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녔다”며 교인들이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집단 생활을 한 지 5개월쯤 지난 사건 당일 오전 김군이 거실에서 울고 떼를 쓰자 김씨는 김군을 끌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이 받아낸 김씨 진술에 따르면 그는 점심 준비에 쓰던 길이 30㎝짜리 나무 주걱으로 김군의 머리와 팔, 다리 등을 무차별적으로 때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아이에게 악마가 들렸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30여분간 김군을 폭행하고 방에서 나온 김씨는 엄마 최씨에게 주걱을 건넸다. “좀 더 혼내주라”는 말과 함께였다. 하지만 최씨가 방에 들어갔을 때 아들은 이미 축 늘어진 채 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김군이 사망한 것을 확인한 김씨는 시신 유기 계획을 세웠다. 김씨와 최씨 등은 아이의 시신을 나무상자에 담아 이날 오후 7시쯤 전북 완주군 야산으로 갔다. 역시 진돗개를 숭배하며 이곳에 살고 있던 안씨도 가담해 아이의 시신을 묻었다.

3일 뒤 계속 완주군 주택에 머물던 안씨가 “멧돼지가 자꾸 매장 장소 주변을 파헤친다”고 알렸다. 다시 내려간 김씨 등은 땅을 파 김군의 시신을 꺼낸 후 그 자리에서 불태웠다. 이들은 유골을 수습해 전북 임실군 사선대 강변에 뿌렸다.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웠던 이들은 방법을 고안해 냈다. 엄마인 최씨가 아이 사망 한 달 뒤 강서서를 찾아 “경기도 부천에서 아들이 없어졌다”고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경위 등을 묻는 질문에 횡설수설하고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 답지 않게 차분한 모습을 보여서 이상했다”고 말했다. 수상함을 느낀 경찰은 실종 수사를 하는 동시에 최씨가 아이를 버렸거나 불법으로 입양시켰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피의자들과 함께 살며 주방 일을 보다 이탈한 이로부터 “세 살 정도 된 남자 아이가 죽어서 땅에 묻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실종 사건 수사는 살인 사건 수사가 됐다.

재판부는 이날 형을 선고하며 “3년 8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고집을 피우거나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이의 시신을 암매장하고 다시 발굴해 휘발유를 뿌려 태워 훼손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최씨에 대해 “최씨의 딸이 자라 이 사건을 이해했을 때 받을 정신적 충격은 상상할 수 없는데도 최씨는 교주 김씨의 지시를 따랐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숨진 김군의 누나인 김양은 현재 친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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