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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남편 조사하는 사이 가해자인 아내 목매 숨져

중앙일보

입력

이천경찰서

이천경찰서

가정폭력 사건 가해자인 부인이 경찰이 피해자 남편과 상담하는 사이 목을 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남편 조사 중 아내 화장실서 목매 #"특이사항 없어, 조치 미흡 여부 조사"

23일 경기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22일 오후 10시쯤 이천시 한 단독주택에 사는 A씨(46·여)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당시 집안에는 인근 파출소 경찰관 2명이 A씨의 남편인 B씨(58)와 거실에서 상담하는 중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20분쯤 “아내가 살림을 부수고 있다”는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상태였다.

이들 부부는 당시 경찰의 중재로 화해했고, A씨는 경찰이 남편과 상담하는 중에 자신이 던져 바닥에 떨어진 김치통을 치우는 등 집안을 정리했다. B씨는 “(아내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상담을 이어갔다.

1시간여 뒤인 오후 10시쯤 조사를 마치고 경찰관이 복귀하려 하자 B씨가 “경찰관 가신다니 인사드리라”고 아내를 찾다가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정신을 잃은 아내를 발견했다.

경찰관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119에 신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이들 부부는 올 3월 “남편이 살림을 부순다”는 신고가 접수돼 한 차례 경찰이 출동한 것 외에는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아내를 본 게 화장실에서 발견되기 10분 전이라는 것 정도 외에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는 상태”라며 “경찰관들의 조치가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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