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레전드가 프로 테니스 도전 … 말디니 말 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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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탈리아 축구 전설 파올로 말디니는 2009년 은퇴 후 테니스 삼매경에 빠졌다. 탁월한 운동 신경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프로테니스 무대에 도전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 그의 코치는 “말디니는 뚜렷한 약점이 없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말디니 팬클럽 트위터]

이탈리아 축구 전설 파올로 말디니는 2009년 은퇴 후 테니스 삼매경에 빠졌다. 탁월한 운동 신경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프로테니스 무대에 도전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 그의 코치는 “말디니는 뚜렷한 약점이 없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말디니 팬클럽 트위터]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 파올로 말디니(49)가 테니스 선수로 변신했다.

경계 뛰어넘는 스포츠 스타들 #ATP 챌린저 투어 복식 예선 통과 #육상 → 봅슬레이 전향한 게이 등 #메커니즘 비슷하면 성공 가능성 #은퇴 앞둔 볼트 “맨유 전화 기다려”

말디니는 2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챌린저 투어 아스프리아컵에서 스테파노 란도니오(45)와 짝을 이뤄 복식 예선을 통과했다. 1988년부터 2002년까지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수비수로 활약했던 말디니는 2009년 처음 라켓을 잡았다. 파트너인 란도니오는 “말디니의 서브와 샷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21세기 프로스포츠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심심찮게 종목의 경계를 뛰어넘는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전업(轉業)’ 이유는 다양하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4·미국)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를 떠나 1994년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이너리그 팀에 입단했다. 아들이 야구선수로 성장하길 바랐던 조던의 아버지는 93년 강도에 살해당했다. 이듬해인 94년 조던은 메이저리그 더블A 팀인 버밍햄 배런스에서 127경기에 나서 타율 0.202를 기록했다. 조던은 결국 95년 농구 코트로 복귀했다.

운동 메커니즘이 비슷하면 종목을 바꾼 뒤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최근 육상선수들이 봅슬레이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이유는 단거리 선수의 폭발적인 가속력을 봅슬레이 스타트에 접목하기 때문이다.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 로린 윌리엄스(34·미국)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여자 2인승 은메달을 땄다.

미국 남자 육상 100m 기록(9초69) 보유자 타이슨 게이(35)는 봅슬레이 남자 4인승에 도전 중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1600m 계주 은메달, 200m 동메달리스트인 여호수아(30)도 지난 1월 봅슬레이 선수로 전향했다. 그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어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크리스타 루딩 로텐부르거(독일)는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을 딴 뒤 88년 서울 올림픽 사이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의 동작과 페달을 밟는 사이클의 원리가 비슷하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성봉주 박사는 “종목을 바꿀 땐 운동 특성이 비슷한 종목을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 어릴 때 다양한 종목을 접한다면 선수들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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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생들은 여러 종목을 경험한 뒤 프로 진출에 앞서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2015년 미국프로풋볼(NF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256명 중 224명이 두 종목 이상을 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2년 MLB 애틀랜타 외야수로 월드시리즈에 출전했던 디온 샌더스(50·미국)는 94년 샌프란시스코와 95년 필라델피아 코너백으로 NFL 수퍼보울 우승을 차지했다. 보 잭슨(55·미국)은 MLB와 NFL에서 각각 올스타에 선정됐다.

올림픽 3회 연속 3관왕을 차지했던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는 오는 8월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혈 팬인 볼트는 “조제 모리뉴 맨유 감독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수차례 말했다. 볼트는 “육상 대신 축구에 전념했다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장점을 혼합한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4개나 따냈던 전이경(41)은 은퇴한 뒤 골프와 아이스하키에 도전했다. 이봉걸(씨름→농구)과 서말구(육상→야구) 등도 은퇴 후 다른 종목에 도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박린·김원 기자 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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