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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 '전설' 바셋이 꼽은 한국 최고 술은? "주저 없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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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스스로를 팔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계속 공부하는 이유죠. 공부해야 스스로 성장하거든요. ”

마스터 와인(MW)와 마스터 소믈리에(MS), 와인 MBA 까지 보유한 와인 전문가 제라르 바셋. 최근 방한한 그를 서울 논현동 WSA와인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우상조 기자

마스터 와인(MW)와 마스터 소믈리에(MS), 와인 MBA 까지 보유한 와인 전문가 제라르 바셋. 최근 방한한 그를 서울 논현동 WSA와인 아카데미에서 만났다. 우상조 기자

최고의 소믈리에

6월 9일 서울 논현동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만난 전설적 소믈리에 제라르 바셋(Gerard Basset·60)이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설적 소믈리에'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실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989년 영국·미국이 인증하는 와인 전문가 자격인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를 취득했고, 98년엔 영국 와인마스터협회(Institute of Master of Wine·IMW)가 부여하는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을 획득했다. 둘 모두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매년 극소수의 인원만 통과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두 가지를 모두 획득한 사람은 바셋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딱 4명뿐이다.
이 정도면 명성을 즐기기만 해도 좋을 법한데 바셋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0년 칠레에서 열린 ‘세계소믈리에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로 선정됐고, 이어 프랑스 보르도의 KEDGE(Bordeaux Ecole de Management)에서 와인 경영석사(MBA)를 취득했다. 그 결과 마스터소믈리에와 마스터오브와인, 베스트 소믈리에에, 와인MBA까지 모두 석권한 유일한 인물이 됐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에겐 ‘도전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11년엔 영국 왕실로부터 제국 훈장 OBE(Offic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소믈리에와 바텐더를 교육해온 공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적 소믈리에 제라르 바셋이 알려주는 목표 이루는 법 #나이 60에 여전히 학생인 이유

도전하는 이유

2007년부터 아내와 함께 영국 남부 사우스햄튼에서 부티크 호텔 '호텔 테라 비나(Hotel Terra Vina)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이번 방한도 프랑스 OIV(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 마스터 코스의 일환 이다. 세계 각국의 15~20명 내외 학생들이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에선 이론 수업을 듣고 1년간 유럽·미국·아시아 등 와인 생산국을 찾아다니는 석사 학위 과정인데, 그 역시 학생으로 참여했다. 그는 OIV 학생들과 함께 6월 8일 한국을 찾았고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친 후 10일 오전 일본으로 떠났다. 이들은 서울의 주요 와인숍과 수입사, 백화점 등 와인이 유통되는 곳들을 둘러봤다.

바셋은 "목표는 해내길 원하는 것보다 조금씩 더 높게 정해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바셋은 "목표는 해내길 원하는 것보다 조금씩 더 높게 정해야 이룰 수 있다"고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목표보다 20cm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지금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와인 전문가지만 바셋이 와인을 배운 건 아주 사소한 친구의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사실 스무 살이 넘도록 별다른 꿈이 없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스무살 무렵 영국에 축구 보러 갔다가 그곳에 머물며 식당 주방 보조로 일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셰프의 길을 걷기 위해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3년 동안 일했다. 하지만 주방 특유의 엄격한 위계 질서에 지쳤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주변에서 “와인 관련 일을 해보라”고 했다. 단지 그가 와인의 나라 프랑스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떠밀리듯 와인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들은 친구의 질문이 그를 자극했다. 이 친구가 별로 대수롭지 않은 화이트 와인에 관한 지식을 물었는데 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는데 대답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하던 레스토랑 매니저의 추천으로 작은 규모의 소믈리에 대회에 나갔고 결승전까지 올랐다. 경쟁률이 높지 않은 작은 대회였지만 성취감이 컸다. 그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와인 관련 대회에 계속 출전했다. 바셋은 “뛰어넘겠다는 목표가 2m 라면 이보다 20cm 더 높게 잡아야 이룰 수 있다”며 “나 역시 계속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뤄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소믈리에 후배들에겐 “대회 입상이나 관련 자격증을 목표로 삼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소믈리에는 손님을 다시 오게 하는 게 목표”라며 “가르치려 하지 말고 손님이 원하는 것을 편하게 즐기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논현동 WSA아카데미 와인셀러에 선 바셋.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으로 셰리와인을 꼽았다. 우상조 기자

서울 논현동 WSA아카데미 와인셀러에 선 바셋. 한식과 어울리는 와인으로 셰리와인을 꼽았다. 우상조 기자

한식엔 셰리와인

제라드 바셋은 방한 기간 서울 논현동 WSA아카데미에서 소믈리에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자신이 선정한 6종류의 와인을 함께 시음하는 테이스팅 세션을 진행했다. [사진 WSA아카데미]

제라드 바셋은 방한 기간 서울 논현동 WSA아카데미에서 소믈리에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자신이 선정한 6종류의 와인을 함께 시음하는 테이스팅 세션을 진행했다. [사진 WSA아카데미]

바셋은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 2012년 대전국제푸드&와인페스티벌에 와인 심사위원으로 첫 방한한 이후 2016년 프랑스 와인잔 '레만(LehMann)'홍보대사 자격으로 찾았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인들이 매우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라는 걸 확인한다”며 “아직 일본만큼 와인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일본과 같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맛본 술이나 음식 중 그가 최고로 꼽는 것은 뭘까. 바셋은 주저없이 막걸리를 최고의 음식으로 꼽았다. “신선함이 느껴졌고 처음 맛보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맛”이라는 이유다.
한식엔 신선하면서 과일 맛이 풍부한 셰리와인을 추천했다. 바셋은 “한식이 맵고 자극적인데 섬세한 와인은 음식에 압도당할 수 있으므로 드라이하고 짭쪼름한 맛이 나는 셰리 와인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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