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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대북 ‘포용적’ 대화제의 꺼내, 북한도 같은생각?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6ㆍ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만찬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다. 문대통령의 동 행사 참석만으로도 북한에게 던지는 의미는 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 학술회의 및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그동안 북한 당국은 해마다 6.15선언을 기념하는 공동행사를 요구해 왔지만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이를 불허해 온 데 대해 강하게 비난하였고 6.ㆍ15와 10ㆍ4 선언 이행을 촉구해 왔다. 남측은 6.ㆍ15 공동선언 17주년 평양공동행사 개최를 허락했지만 북측 거부로 불발로 끝났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서울 기념행사에서 직접 참석해 “역대 정권의 남북합의로 되돌아가자”고 하면서 남북한이 그동안 합의 내용을 중심으로 대화와 협력을 모색해보자고 촉구하였다.

문 대통령, “역대 정권의 남북합의로 되돌아가자” # 미 국무장관 틸러슨, 북한에 “우리를 한번 믿어 달라” #북한, ‘조건없는 대화’ 거부하고 강한 비난으로 맞설듯 #그러나, ‘북핵 동결’ 대가로 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보여

이로써 한국 정부가 그만큼 북한에 다가가고자 하는 진정성을 과시한 셈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각별한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대화와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론이다. 문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 중단을 전제로 ‘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며, 대화를 통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그리고 북미관계의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 정부 역시 미국 정부 나름의 대북 포용적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미국은 ▶북한 정권교체 ▶체제붕괴 ▶통일 가속화 ▶38선 넘어 북한공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4 NO‘ 천명이 그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사진 뉴시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사진 뉴시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핵 폐기 의지를 보인다면 미국도 북한에 적의를 보일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뒤에서 물어 오지 말고 우리를 한번 믿어 달라”고 호소 아닌 호소를 하기도 했다. 이는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15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고 밝힌 전제조건 하에서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현 한미 정부의 이 같은 대북 핵문제 해결 ‘포용적’ 메시지가 북한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인 가에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이제까지 대남행태로 보아  북한 당국은 먼저 문 대통령의 ‘조건 없는’ 남북대화 제의를 수용보다는 강한 비난으로 맞서 나올 공산이 크다.

평양 당국은 그들의 ‘자위적 핵 억지력’ 강화에 대해 남측이 개발중단 운운한다는 것은 주제넘은 개입이라는 원론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나올 것이다. 그들은 핵개발, 평화체제, 미ㆍ북 정상화 등과 같은 안보적 문제는 미ㆍ북 간의 문제로서 남측 정부가 여기에 끼일 여지가 전혀 없다고 질타하고 나올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미국의 ‘북한 정권교체 불원’과 같은 대북 ‘포용적’ 메시지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은 수용적 자세보다 더욱 강한 거부감 표출로 대응해 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에 대해 북한은 스스로가 “우리(북한)제도를 지키는 길은 우리식의 주체무기, 핵공격 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어 자위의 성쇄를 높이 쌓는 길”이라고 천명해 오고 있다.

이를 고려해 볼 때, 북한은 핵개발 고도화를 지속하면서 ‘핵수단’으로 미국과의 안보적 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미ㆍ북 안보대화를 통해 미ㆍ북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목표 달성으로 미국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곧 그들 체제를 보위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미국 당국이 북한에 대해 ‘믿어 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태도다. 향후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회담이 아닌 수직적 비확산 차원의 ‘핵군축 회담’ 요구로 미국과 직접적인 담판에서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나가고자 할 것이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미ㆍ북간에 “적대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현 조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려면 “핵무기를 보유한 당사자들이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시험 이후 가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지난해 8월 잠수함 발사 미사일(SLBM) 시험 이후 가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5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하고 핵탄두를 탑재하여 핵 공격을 다종화 할 수 있는 SL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그들의 핵무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나가면서 ‘핵군축 회담’ 논리로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유도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대로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6자회담과 같은 ‘비핵화’를 위한 다자협상은 더 이상 의미를 지닐 수 없게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제의한 ‘핵미사일 추가 도발 중단을 전제한 대화’ 방식은 미ㆍ북 또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높여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소위 ‘북핵 동결론’으로 미ㆍ북 대화 또는 6자회담 재개로 협상을 통한 북핵 해결 과정을 걸어나가도록 트럼프 정부를 적극 설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미ㆍ북 대화 재개를 다방면으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은 ‘북핵 동결’ 대가를 받아내는 조건으로 미ㆍ북 대화 또는 6자회담 재개를 도모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북한이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이후 ‘핵동결론’ 으로 대화를 모색할지 아니면 그 이전에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정영태 동양대학교 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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