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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복지예산 영역부터 ‘블록체인’ 활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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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오세현SK㈜ C&CDT사업개발부문장·전무

오세현SK㈜ C&CDT사업개발부문장·전무

‘블록체인’ 기술로 우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인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기업이나 정부 그리고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에 과연 효과가 있을까.

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지털 거래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이처럼 많은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과 장점은 한번 기록된 데이터는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정인이나 상급 관리자, 권력자가 임의로 데이터를 수정할 수 없다. 이런 특징은 사회에 시스템적 신뢰를 제공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신뢰를 쌓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누락하거나 왜곡하지 않을 것이고, 필요한 정보가 적시에 공유될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합의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신뢰가 생긴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가능케 하는 정직성, 투명성, 합의에 대한 이행을 기능적으로 보장해준다.

가령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에 필요한 여러 식자재의 원산지와 보관 상태를 블록체인 기술로 실시간 관리한다고 해보자. 이렇게 하면 공급망이 복잡해 사고가 나도 원인을 찾기 힘든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원산지와 유통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는 시스템에선 범법 행위나 의도치 않은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보육 시설이나 요양 시설, 의료 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신청부터 입소허가까지의 과정이 그 누구의 손을 타지 않고 투명하게 관리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유치원에 입소 신청이나 종합병원 입원 순서를 기다리며 혹시 누군가가 개입해 내 차례가 뒤로 밀리지는 않을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주요 시설 관리자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도 한결 투명해진다. 예산이 할당되고, 그 예산이 누구를 통해서 언제, 어떤 명목으로 지출이 되었는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아예 지출 자체를 막아버리는 게 시스템적으로 가능해진다.

물론 정부의 모든 예산을 블록 체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청년 실업수당 관리나 복지 재정의 운영과 같은 특정 영역에서 먼저 도입하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게 쌓인 정보를 예산 수립에도 활용해 국정 운영을 과학화할 수 있다.

이미 영국은 지난해 복지예산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또 정부 서비스의 신뢰성을 보장할 목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보기술(IT)은 인터넷 상에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인터넷상에서 신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다. 우리 사회에는 ‘원칙을 지킬수록, 정직할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는 자조가 팽배하다. 블록체인은 이를 바꾸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오세현 SK㈜ C&C DT사업개발부문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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