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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감시 '첨병'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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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 힐로 섬 해발 3396m에 위치한 마우나로아 관측소. 1958년터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기상청 공동취재단]

미국 하와이 힐로 섬 해발 3396m에 위치한 마우나로아 관측소. 1958년터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기상청 공동취재단]

미국 하와이주 힐로 섬 화산 마우나로아 해발 3396m 지점에 있는 '마우나로아 관측소(Mauna Loa Observatory)'.
이곳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지구시스템연구소(ESRL)가 전 세계에 운영하는 관측소·관측지점 90여 곳 가운데서도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마우나로아 관측소는 1958년 3월 29일 세계에서 처음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측정을 이어오고 있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전경 [기상청 공동취재단]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전경 [기상청 공동취재단]

12일(현지시각) 기상청 출입기자단이 마우나로아 관측소를 찾았을 때 하늘이 푸르다 못해 '시퍼렇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미세먼지가 자욱해 구름이 없는 날에도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운 한국과 하늘이 빛깔부터 달랐다.
다만 해발고도가 높다 보니 산소가 적어 조금만 걸어도 숨이 가빴고 겉옷을 걸치지 않으면 다소 추웠다.
관측소 곳곳에 ‘물을 아끼자’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마우나로아에는 비가 워낙 적게 내리는 데다가 화산이어서 물이 고이는 곳도 없다.이렇다 보니 관측소에서 허드렛일에 쓸 물도 쉽게 구할 수 없이다. 이곳 6월 평균 강수량은 10∼20㎜에 그친다.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 설치된 대기 샘플 채취 장비. [기상청 공동취재단]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 설치된 대기 샘플 채취 장비. [기상청 공동취재단]

극지방과 함께 대기가 깨끗한 곳으로 손꼽히는 하와이에서도 이곳 관측소는 고도가 구름보다 높다. 하늘이 흐리거나 비가 올 때가 적은 곳에 있는 관측소여서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가장 예민하고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특히 하와이가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르는 적도와 가까운 덕에 마우나로아 관측 측정값은 전 세계 대기관측소 측정값 평균과 비슷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마우나로아 관측소 측정값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를 나타내는 대푯값으로 보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세를 나타낸 그래프로 지구온난화를 상징하게 된 '킬링 커브'가 탄생한 곳도 마우나로아 관측소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 박사는 1958년부터 이곳 관측소와 남극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매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킬링곡선(킬링 커브). 여름에는 낮아지고 겨울에는 높아지는 등 계결적인 변화가 있으나 지난 60년 가까이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앙포토]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킬링곡선(킬링 커브). 여름에는 낮아지고 겨울에는 높아지는 등 계결적인 변화가 있으나 지난 60년 가까이 이산화탄소 농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앙포토]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온난화가 실재한다는 근거로 마우나로아 관측소 자료를 제시할 정도로 이곳 관측소가 내놓는 자료들은 가장 정확하고 믿을만한 자료로 평가된다.

힐로섬 해발 3396m로 오염 영향 적어 #1958년부터 지구온난화 진행 관측 #적도 가까워 관측값 지구 평균과 비슷 #2013년 5월 CO2 처음 400ppm 넘어 #중국발 황사 미세먼지까지도 관측돼 #트럼프 당선 후 예산 삭감 '위기'

이곳 관측소 이단 콜턴 온실가스 책임연구원은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가 채취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우나로아 관측소는 이산화탄소 농도 외에도 오존 등 50여 가지가 넘는 대기 구성물질을 거의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곳에서 비교적 최근 시작한 관측작업은 대기 중 수은농도를 재는 작업이다.
공장지대나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져 오염이 덜 된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에서도 수은이 검출되자 수은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려는 목적에서 시작했다.

취재진에게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역할 등을 설명하고 있는 이단 콜턴 연구원. [기상청 공동취재단]

취재진에게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역할 등을 설명하고 있는 이단 콜턴 연구원. [기상청 공동취재단]

이곳 마우나로아 관측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걱정거리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은농도 측정작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깎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대릴 쿠니유키 마우나로아 관측소장은 "수은 농도 측정작업은 환경보호청(EPA) 지원으로 수행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을 삭감해 내년부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수은농도 문제를 제기하면 (지지기반인) 공장지대가 타격을 받는 데다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다보니 예산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관측소 관계자에게 "앞으로 온난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으냐"고 묻자 단호히 "우리는 관측하는 곳이지 예측하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예측까지 하면 (예측한 결과에 맞추려다가) 관측에 편견이 끼어들 수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자신들이 내놓은 전망에 맞는 자료만 공개하는 것 아니냐'는 등 관측자료 객관성에 시비가 생길 일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14일(현지시각)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09ppm이었다. 이 관측소가 1958년 3월 세계 대기관측소 중 처음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쟀을 때 측정값(313ppm)에 견주면 30.6% 짙어졌다.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잰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3년 5월 9일 사상 처음 400ppm을 넘어섰다. 지구 연평균 농도는 지난해 400ppm에 도달했다.
400ppm은 과학자들과 정책당국자들에게 '마지노선'이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웃돌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현재 생태계도 유지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안면도관측소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2년 1월 400ppm을 초과해 마우나로아 관측소보다 1년 이상 빨리 마지노선을 넘었다. 이달 현재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 정도다.
기상청 관계자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작년 여름철인 6월부터 8월 사이 전국 평균기온이 24.8도로 평년보다 1.2도 높았다"면서 "(지금처럼 온난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2030년대는 작년과 같은 더위가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 한반도 여름철 평균기온이 섭씨 5도 이상 오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와이=기상청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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