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부동산시장, 잔치는 끝났다…KB연구소 "당분간 조정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2017.06.17 11:42

업데이트 2017.06.17 12:13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침체를 보이고 있다.[중앙포토]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침체를 보이고 있다.[중앙포토]

 한동안 호황을 누렸던 제주도 부동산 시장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러한 제주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일시적 조정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주도 주택매매가격, 5월에 42개월 만에 하락
최근 3년 간 급등세…신규아파트 값 강남권 수준
"사드보복 영향보다 그동안 너무 오른 게 원인"
제2신공항 등 호재 있는 토지시장만 오를 듯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7일 발표한 ‘제주도 부동산시장 동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 상승세가 둔화돼 지난달에는 주택매매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세(-0.08%)를 기록했다. 제주도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2013년 12월 이후 42개월 만이다. 주택 매매 거래도 뚝 끊겼다. 지난 4월 제주지역 주택매매 거래량은 625건으로 2013년 9월 이후 최저 거래량을 기록했다.

중국 '사드 보복'으로 투자심리 뚝 

2014~2016년 3년 간 집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였던 제주도 주택시장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 탓이다. 3월 이후 중국발 크루즈선 입항이 전면 취소되고 제주-중국 간 항공편 70%가 중단되면서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 발길은 뚝 끊겼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았던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다. [중앙포토]

한때 월 기준 최대 40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 3월 8만8000명, 4월엔 2만9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내국인의 제주도 관광이 늘면서 여행업계의 피해는 최소화되는 모습니다. 하지만 내국인 관광객 증가가 제주도 부동산시장 투자심리를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수십대 일 경쟁률을 기록했던 제주도 분양시장은 올 상반기에 급격히 위축됐다. 올해 1~5월에 제주도에서 분양을 시도한 총 939가구 중 무려 749가구가 미분양됐다. 지난해 상반기 제주도 분양시장의 청약 경쟁률이 91.4대 1, 하반기에도 48.2대 1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극과 극의 상황이다. 단기간 내 미분양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5월부터 제주시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건 제주도 땅값이다. 제주도의 올 1분기 토지매매가격 상승률은 1.24%로 여전히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4월엔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토지시장은 주택시장과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토지 역시 거래가 줄어드는 추세다. 토지매매 거래량은 2015년 4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로 투기 단속 강화, 토지분할 제한과 농지기능 강화지침 시행 등으로 인해 떨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외화반출 규제가 강화된데다 최근 사드 관련 보복조치의 영향으로 중국인이 대부분인 외국인 투자수요도 감소세다. 제주도는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도입한 뒤 지난 3월까지 총 1860건의 투자를 유치했다. 제주도 내 콘도 등 투자대상 부동산 매입을 위해 5억원 이상을 투자하느 외국인에 거주자격(F-2)을 부여하고, 5년간 투자를 유지하면 영주(F-5)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F-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1474명으로 대부분이 중국 국적(1452명)이었다.

올라도 너무 오른 가격, 조정 불가피 

제주도 부동산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상승세를 기록한 만큼 최근의 둔화 움직임은 다소 불가피하다. 제주지역 집값은 최근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높은 19.4%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소득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제주는 다른 시·도 지역과 달리 3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누적 기준으로 상승률 2위인 대구(12.3%)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압도적인 집값 상승률 1위였다.

일부 신규 아파트의 경우 서울 강남권에 필적할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제주시 노형동 소재 한 아파트는 전용 84㎡ 매매가격(KB시세 일반거래가 기준)이 7억8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 서동한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부동산 시장 둔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긴 했지만, 그보다는 장기간 상승에 따라 조정국면이 도래한 것이 제주도 부동산시장 둔화의 더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제주도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고가 신규아파트는 장기조정 가능성

따라서 당분간 제주도 부동산시장은 지난 2~3년간 호황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기존 주택과 확연히 차별화된 높은 가격을 형성한 신규 입주아파트를 중심으로는 조정국면이 장기간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KB경영연구소는 제주도 내에서 개발호재가 있는 일부 지역은 국지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좀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지시장의 경우 제2신공항, 영어교육도시, 중문관광단지가 그러한 지역이다.

또 분양시장도 외부 투자수요가 활발히 유입되는 지역을 중심으로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분양을 시도한 서귀포시 영어교육도시 내 한 아파트단지의 경우, 중대형 면적으로 구성됐는데도 총 3284명이 접수해 청약경쟁률 12.3대 1을 기록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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