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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파일] 강(江·Rive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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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江) River

강은 문명의 발상지, 경제 발전의 핵심 #가뭄에 마르면 '천(川)', 안 마르면 '강(江)'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은 7062㎞의 아마존 #아프리카 나일강과 최장 여부 놓고 이견도 #국내선 유역면적은 한강, 길이는 낙동강이 최고 #4대강 등 하구둑과 보, 댐으로 제 모습 잃어가

 서울 잠실수중보에서 하류 쪽으로 바라본 한강. [강찬수 기자]

 서울 잠실수중보에서 하류 쪽으로 바라본 한강. [강찬수 기자]

땅 위를 넓고 길게 흐르는 큰 물줄기를 말한다. 육지에 내린 빗물이 모여들어 바다로 흘러갈 때 지나는 시내(개울)와 하천이 모여 커진 것이 강(江·River)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바탕이 된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처럼 강은 오래 전 인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 현대에 와서도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50년이면 세계 10대강의 유역에서 벌어지는 경제활동(GDP·국내총생산)이 전 세계의 25%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 2013년 여름 충북 청원지역에서는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川)을 미호강(江)으로 부르자는 시민운동이 시작됐다. 시민운동을 시작한 쪽에서는 “미호천은 국내의 웬만한 강보다 수량이 많고 폭이 넓은데도 천으로 불리는 건 맞지 않는다. 앞으론 미호강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여행의 백미, 나일강 크루즈. [중앙포토]

이집트 여행의 백미, 나일강 크루즈. [중앙포토]

사실 이같은 주장처럼 하천 길이와 넓이, 흘러가는 물의 양을 기준으로 규모가 크면 강이라 부르고, 규모가 작으면 천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규모로만 따질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부터 아무리 가뭄이 심하게 들어도 물줄기가 끊이지 않고 계속 흐르면 강으로, 가뭄에 물줄기가 끊기면 천으로 부른다는 전통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또 과거 중국에서는 북부의 하천을 하(河)로, 남부의 하천을 강(江)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북쪽에서는 황허(黃河)가, 남쪽에는 양쯔강(揚子江)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인 양쯔강은 티베트에서 시작돼 상하이 부근 바다까지 약 6300㎞를 흐른다.

미국의 강을 나타낸 지도.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미국의 강을 나타낸 지도. [사진 미 항공우주국(NASA)]

통상 강의 길이는 발원지부터 시작해 바다에 이르기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 어느 것이냐는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8년 페루 수도 리마에 있는 리마 지리학회는 아마존강의 전체 길이가 7062㎞로 종전에 가장 긴 강으로 알려진 나일강(아프리카)보다 391㎞ 더 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한 지역 주요 강 본류와 지류들. [자료 환경부]

남한 지역 주요 강 본류와 지류들. [자료 환경부]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은 압록강으로 길이가 803㎞이며, 유역면적은 6만3160㎢이다. 남한에서 유역면적이 가장 넓은 강은 한강이지만 길이는 481.7㎞로 낙동강의 510.3㎞보다 짧다.
국내에서 4대강이라고 하면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말하다. 한강 등 4대강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도 이미 하굿둑이나 보가 건설돼 원래의 강 모습을 잃고 있었다.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에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하굿둑이 들어서 있고, 한강 하류에는 유람선 운항 등을 위해 잠실수중보와 신곡수중보가 설치돼 있다.

섬진강 수계도. [중앙포토]

섬진강 수계도. [중앙포토]

다섯 번째로 큰 강인 섬진강에는 하구둑이 설치돼 있지 않아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섬진강은 이곳저곳으로 물을 나눠주는 바람에 정작 섬진강 자체는 물이 부족해 바닷물이 역류하고 있고, 섬진강의 명물인 재첩도 위기에 처해 있다.

섬진강 수계 주암댐에서는 물을 광주·목포·나주로, 동복댐에서는 광주로, 보성강댐에서는 득량만 인근으로 보낸다. 그냥 두면 섬진강 하류로 흘러갈 물이 다른 수계로 가는 것이다. 섬진강 상류의 섬진강댐에서도 일부만 섬진강으로 보내고 대부분은 서해 동진강 수계로 보내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의 강들은 인구집중과 산업발전으로 수질오염을 겪거나 말라가고 있다. 이집트 나일강이나 중국의 황허, 미국의 콜로라도강은 지나친 취수로 인해 강물이 바다에 이르지 못하는 날이 늘고 있다. 또 한때 세계 최대의 담수호이던 아랄해(중앙아시아)는 옛 소련 정부가 이곳으로 흘러들던 아무르다르야강과 시르다르야강을 면화 재배를 위해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크기가 급격히 줄어들기도 했다.

설치한 댐도 물고기들의 이동을 차단해 강 생태계의 모습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MB정부 때 추진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해 강의 모습이 크게 훼손됐다. 녹조 발생도 잦아졌다.

여름철 더위와 가뭄이 겹치면서 보(洑) 수문 개방 2주를 맞은 낙동강에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 15일 경북 고령군 우곡교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에 녹조가 관측되고 있다. 고령=프리랜서 공정식

여름철 더위와 가뭄이 겹치면서 보(洑) 수문 개방 2주를 맞은 낙동강에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 15일 경북 고령군 우곡교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에 녹조가 관측되고 있다. 고령=프리랜서 공정식

다음의 글은 마치 우리의 4대강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의 강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수도배관과 닮은꼴이 되어버렸다. 기술자들은 인간활동에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강의 흐름을 시간적으로 양적으로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레스터 브라운 외, 《21세기의 파이》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생태계 복원을 위해 댐을 철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에서는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강을 막았으면 강은 원래의 모습을 잃을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 북섬의 황거누이강. [위키피디아]

뉴질랜드 북섬의 황거누이강. [위키피디아]

한편, 지난 3월 뉴질랜드 의회는 뉴질랜드 북섬의 황거누이강에 사람과 동등한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초로 강에 인간의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누구든지 강을 더럽히거나 생태계를 훼손하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것과 같이 처벌을 받는다는 의미다. 길이 290㎞의 이 강은 원주민인 마오리족이 신성시하는 강으로, 마우리족은 160년 동안 강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강'을 주제로 한 기사 사례

관련도서

 『생명의 강』
Rivers for Life: Managing water for people and nature
샌드라 포스텔●브라이언 릭터 지음∣최동진 옮김∣뿌리와 이파리
수자원 전문가인 포스텔과 환경운동가인 릭터가 함께 쓴 책이다. 개발로 인해 황폐해지는 강의 생태계 문제와 함께 수자원의 배분 등 강을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한국의 5대강을 가다』

남준기 지음∣내일신문
내일신문 기자인 저자가 한강 등 전국 5대강을 발로 뛰면서 취재한 내용과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꾸민 책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벌어지기 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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